2차전지 이대로 괜찮을까
허츠, 보유 전기차 대거 처분…중고차 시세 낙폭 커져
실적 없이 테마 타고 오른 관련주 피해야
2024-01-17 02:00:00 2024-01-17 02: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2차전지가 심상치 않습니다. 전기차 성장 둔화를 보여주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습니다. 배터리 수요 감소로 2차전지 대장주 LG에너지솔루션도 어닝쇼크를 기록했는데요. 테마주로 묶여 함께 오르던 시절은 끝났고 이제부턴 진검승부입니다. 실적이 따라오지 못하는 관련주들은 과감하게 버려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9일 LG에너지솔루션이 잠정실적을 발표하며 시장에 충격을 안겼습니다. 4분기 매출액은 8조14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6.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382억원으로 42.5% 증가했습니다. 이익이 늘었지만 시장 예상치(5900억원)를 크게 밑돌았다는 사실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2022년 1월 상장 후 한 번도 놓치지 않았던 시가총액 2위 자리도 내주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2차전지 대장주이다 보니 다른 관련주들도 일제히 약세로 돌아섰습니다.
 
사실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 낙폭이 우려될 정도는 아닙니다. 한 개 분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핵심은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꺾였을지 모른다는 우려와 걱정할 만한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최근 미국 최대 렌트카업체 허츠(Hertz)가 보유 전기차의 3분의 1에 달하는 2만대를 처분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대신 휘발유 차량을 구입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허츠가 전기차에서 내연기관 차량으로 돌아가는 이유는 유지비 때문입니다.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부품 교체 비용이나 수리비 부담이 상당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중고차 시세 하락도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카구루(CarGurus.com)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X의 중고가격은 2022년말 7만6451달러에서 2023년말 4만9189달러로 36% 하락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중고차 가격이 신차 가격을 웃돌기도 했습니다. 이제 수급난이 풀려 중고차 시세가 하락한 것도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낙폭이 너무 큽니다. 같은 기간 내연기관 차량의 중고가 하락률은 한 자릿수였습니다. 전기차 매물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중고차 가격과 신차 가격은 서로에게 영향을 줍니다. 테슬라는 지난 11일 중국 내 모델3와 모델Y의 판매가를 각각 5.9%, 2.8%씩 내렸습니다. 중고차 시세에 또 영향을 줄 전망입니다. 
 
이밖에도 각국의 전기차 보조금 감액도 전기차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요인입니다. 
 
이같은 변화는 테슬라, BYD, 현대차 등 완성차 기업들보다 납품업체들에게 더 큰 타격을 주게 됩니다. 국내 증시에서 2차전지 테마 열풍이 재료와 부품사 중심으로 휘몰아쳤다는 사실이 우려됩니다. 
 
증권가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며 올해가 만만찮은 해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미국 대선 진행 상황이 변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예비후보의 정책이 친환경과는 거리가 있어 중간중간 전해지는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국내 2차전지 기업들의 실적 추정치가 더 내려갈 수도 있습니다. 
 
지난해 배터리 수요 둔화로 리튬가격은 60%, 니켈, 흑연, 코발트 가격도 각각 30% 하락했습니다. 올해 배터리 가격은 테슬라 등 주요 업체들의 전망이 나와야 가늠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따라서 요즘 같은 시기엔 2차전지 종목에 투자하더라도 실적이 받쳐주지 못하는 기업, 테마에 편승해 따라 올랐던 종목들은 피해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2차전지에서 거리를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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