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제3지대 '기호 3번' 쟁탈전…매직넘버는 '현역 7명'
3지대 빅텐트 군불 슬슬…이낙연, 16일엔 창당 발기인 대회 개최
선거 득표율 유리한 '기호 3번' 놓고 셈법 분주…정의당이 관건
2024-01-14 06:00:00 2024-01-14 06:00:00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탈당과 신당 구체화 등이 잇따르면서 제3지대 빅텐트의 군불이 지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3지대에겐 빅텐트 구성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빅텐트 내 주도권을 쥐고, 총선 판세를 좌우하는 겁니다. 우후죽순 생겨난 3지대 안에서 '기호 3번' 쟁탈전이 시작된 건 이런 맥락입니다. 선거 기호는 원내 의석 순으로 매겨집니다. 기호 3번의 조건은 현역 의원 7명 확보. 벌써 셈법과 신경전이 치열합니다. 

제3지대 빅텐트 성패 키는 '주도권'
 
22대 총선을 앞두고 제3지대 신당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주 민주당에선 비명(비이재명)계 '원칙과상식' 3인방(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과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탈당했습니다. 9일엔 이 전 총리와 개혁신당을 차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가 회동했습니다. 이 전 총리는 16일엔 창당 발기인 대회를 엽니다. 
 
11일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사진=뉴시스)
 
겉으로는 3지대 빅텐트를 위한 군불이 지펴지고 있지만, 물밑에선 주도권 쟁탈전이 치열합니다. 3지대 빅텐트가 꾸려졌을 때 누가, 어느 계파가 주도권을 쥐느냐 문제가 걸린 겁니다. 이는 3지대 빅텐트의 성패를 쥔 '키'이기도 합니다. 2016년 창당한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의 인지도와 '새정치'의 비전을 내걸고, 대박을 터트렸습니다. 20대 총선에서 호남 지역구 23석을 포함, 총 25석을 얻은 겁니다. 반면 박근혜 국정농단 당시 새누리당 비주류가 탈당해 만든 바른정당,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합당한 바른미래당, 박지원 전 의원과 정동영 전 의원이라는 두 거물이 만난 민주평화당 등은 3지대 주도권을 놓고 내홍만 벌이다 자멸했습니다. 
 
민주당 비명계인 이낙연신당, 국민의힘 개혁파인 개혁신당, 양당정치 한계 극복을 강조한 한국의희망과 새로운선택 등은 정치적 스펙트럼과 인적 구성이 제각각입니다. 3지대 빅텐트가 총선 때 변수를 뛰어넘는 파괴력을 보여주려면 주도권을 쥔 누군가가 공천과 선거전략을 지휘, 일사불란하게 단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8알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혁신당의 언론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호 3번을 잡아라"…'류호정 변수'에 촉각 
 
3지대끼리 기호 3번 획득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이런 맥락입니다. 선거 득표율 측면에서 유리한 앞번호를 받아놔야 빅텐트 구성을 위한 협상 때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실제로 선거에선 앞번호 기호일수록 득표율이 높아지는 '순서효과'가 존재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선거 때 기호가 뒤로 갈수록 앞번호 후보보다 득표율이 0.4%포인트씩 떨어진다고 합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 기호는 원내 의석 순입니다. 1월 둘째 주를 기준으로 총선을 치른다면 민주당이 1번, 국민의힘이 2번, 정의당이 3번입니다.
 
현재 3지대에선 원내 의석이 가장 많은 원칙과상식이 유리합니다. 원칙과상식은 현역이 3명, 한국의희망 현역은 양항자 대표 1명입니다. 개혁신당은 현역이 없습니다. 원칙과상식, 한국의희망, 개혁신당이 모일 경우 현역은 4명입니다. 빅텐트가 기호 3번을 얻으려면 정의당(6석)보다 최소 1석이 많은 '현역 7명'이 있어야 합니다. 원칙과상식 3인방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3지대 빅텐트를 공식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3인방은 "국민의 삶을 바꾸고 미래를 개척할 '미래대연합'을 제안한다"면서 "모든 개혁세력, 미래세력이 함께하는 플랫폼이 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자리엔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 정태근 전 한나라당 의원도 함께했습니다. 
 
3인방 중 한 명인 조응천 의원도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7석을 무조건 만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이다. 1차 목표는 7석 이상, 그리고 지지율은 15% 이상, 선거비용을 보전하는 것"이라며 "찍어도 사표가 되지 않는다는 확신을 (국민께) 드리려면 기호 3번으로 뭉쳐야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기호 3번은 합당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합당하지 않으면 기호 3번이 될 수가 없다"라고 부연했습니다.
 
변수가 있다면 류호정 정의당 의원입니다. 정의당도 상황이 복잡해졌습니다. 류 의원은 정의당 당적을 보유한 채 새로운선택에 합류, '이중당적' 논란을 빚었습니다. 류 의원은 비례대표입니다.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습니다. 정의당으로선 류 의원이 탈당하더라도 비례대표직을 후순위에게 승계, 새 의원을 충원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공직선거법상 류 의원이 국회의원 임기 만료일로부터 120일 전까지 탈당하지 않으면, 정의당으로선 그 이후 어떤 조치를 취해도 후순위에게 의원직을 승계할 수 없게 됩니다. 21대 국회의원 의원 임기 만료일은 2024년 5월 29일입니다. 120일 전은 오는 1월30일입니다. 그러니까 2월이 되면  정의당 의석은 6석에서 1석 줄어 5석이 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빅텐트의 매직넘버도 현역 7명에서 6명으로 낮아지게 됩니다. 
 
천하람 개혁신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지난 10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와인터뷰에서 "총선 전에 교섭단체 규모가 되면 좋겠지만, 그렇게 안 되더라도 기호 3번 확보엔 전혀 무리가 없을 걸로 예상한다"며 "기호 3번을 하려면 정의당 (의석) 숫자보다 많아야 하는데, 그 정도는 당연히 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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