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 'SBS 지분매각' 목타는 개미들
'워크아웃' 신청 태영건설, SBS 지분 출연 가능성
정부 압박여부 주목…SBS 지분매각 기대 주가↑
2024-01-05 14:37:05 2024-01-05 17:48:12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성사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태영건설 최대주주인 티와이홀딩스가 발표한 자구안이 크게 미흡하단 지적이 채권단은 물론 금융당국에서도 나옵니다. 티와이홀딩스의 알짜 자회사인 SBS 지분을 일부라도 출연할 것인가가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그 기대감은 이미 SBS 주가를 밀어 올렸습니다. 
 
4일 거래소에서 SBS 주식은 종일 강보합세를 유지하다가 오후 2시를 넘기면서 상승폭을 키워 13.99% 오른 3만545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5일은 하루 전의 강세에 확신이 없는지 약보합권을 오가는 중입니다. SBS 주가는 이처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방안과 그에 대한 채권단의 반응에 따라 춤을 출 것으로 예상됩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로 위기에 몰린 태영건설은 지난 연말 워크아웃을 신청한 후 새해 3일에 채권단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91세 고령의 윤세영 회장이 직접 나와 태영건설의 현재 상황과 자구안을 설명하고 채권단의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자구안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과 에코비트, 블루원 지분 매각,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 등 자회사를 처분해 지원하겠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설명회 직후 자구안을 비판하는 등 시간이 지나면서 채권 금융기관들의 분위기는 실망이 공분으로 번지는 모습입니다. 4일에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나서서 태영건설의 자구계획을 “오너 일가의 자구계획”이라며 “자기 뼈가 아니라 남의 뼈를 깎는 방안”이라고 일갈했습니다. 이 금감원장은 태영건설에 채권단을 설득할 수 있는 자구안을 이번 주말까지 내놓으라고 주문했습니다. 
 
SBS 빠진 자구안…정부 압박 예상돼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전액을 처음 약속대로 태영건설 채무 상환에 쓰지 않은 것도 채권단의 화를 불렀지만, 태영건설의 자구안에 핵심 자회사인 SBS 보유지분 매각이 빠진 것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티와이홀딩스는 태영건설의 주식지분 거의 50%를 보유한 최대주주입니다. 또한 SBS 지분도 36.32%를 갖고 있습니다. 지분율은 태영건설이 더 높지만 보유가치는 SBS가 월등합니다. 4일 마감가 기준 태영건설의 시가총액은 1194억원, SBS는 6576억원입니다. 단순히 시총 외에도 3대 방송사라는 상징성이 큽니다.
 
이미 전해진 것처럼 SBS 주식을 일부라도 내놓는 안이 쏙 빠진 자구안을 채권단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채권자의 수가 400여곳에 이르러 입장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일사분란하게 의견을 하나로 모을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그렇다고 워크아웃 신청을 거부하자니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로 갈 경우 채권단의 손실이 확대될 위험이 크다는 것도 골칫거리입니다. 
 
결국 이 과정에서 파장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는 정부와 정치권이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금감원장의 따끔한 비판 역시 그 일환으로 해석됩니다. 정부가 태영을 압박하고 나설 경우 추가적인 희생이 포함될 것이고, 여기에 SBS 지분을 일부라도 매각하는 방안이 담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최근 SBS의 주가가 강한 흐름을 타고 있는 것도 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풀이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지분 팔면 좋고 아니어도 괜찮아
 
지난해 12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가능성이 제기된 후 SBS 주식을 매수한 주체는 개인들입니다. 기관은 계속 팔았습니다. 외국인은 지상파 방송사의 주식을 매수할 수 없습니다. 
 
어떤 이슈로 인해 개인들이 주식 매매에 달려드는 경우는 투기적일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 현재 SBS는 재무구조가 우량하고 밸류에이션도 과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SBS는 지난해 광고수입이 감소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크게 줄어든 620억원 정도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가 안 될 정도로 부담이 적습니다. 부채비율도 50% 수준으로 양호합니다. 
 
SBS가 태영건설 위기와 엮이기 전인 11월말에 나온 DS투자증권 리포트을 참고하면, SBS는 지난해 방송광고 경기 부진으로 광고수익, 협찬수익이 감소했으나 감소폭은 축소되고 있으며, 자체·공동제작 드라마 확대로 별도 해외판권 수익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파리올림픽, 시즌제 드라마를 통한 광고패키지 단가 상승 등을 반영해 실적 턴어라운드가 기대됩니다. 
 
DS투자증권은 SBS의 올해 영업이익을 880억원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티와이홀딩스가 지분을 일부라도 매각한다면 주가 상승에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태영건설 회생을 위해 SBS의 지분 매각을 발표하면 좋고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접근하기에 좋은 상황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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