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배당투자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미국발 금리 충격이 국내 증시를 휘저어 놓아 당분간 약세장을 감수해야겠지만 오히려 배당투자 조건은 나아졌습니다. 배당 농사의 파종 시기가 매년 앞당겨지고 있어 10월 매수는 늦은 감이 있습니다. 점찍어 둔 배당주가 있다면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매수를 타진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조정폭 커지며 배당주 부각
지난 한 주 국내 증시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매파 발언에 휘청였습니다.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가 동반하락했습니다. 이로써 적어도 금리 변수만큼은 연말까지 우리 증시에 부담이 될 전망입니다.
미국이 11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금리도 들썩이는 중입니다. 미국채 금리가 먼저 올랐어요. 투자자들로서는 다른 데 돈 넣을 것 없이 안전자산인 미국채 10년물에만 맡겨도 연 4.5% 가까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채가 아니라도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고금리 예적금의 1년 만기가 돌아오고 있어요. 조금씩 은행권의 수신금리가 오르는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금리가 오르면 배당 투자의 매력도는 반감될 수밖에 없습니다. 5% 배당 노리고 위험한 주식 사는 것보다 5% 이자 보장하는 예금이 나으니까요.
이런 상황을 참고해도 현재 배당주들은 너무 매력적입니다. 국내 증시가 오랫동안 약세를 보인 결과 배당수익률은 상승했거든요. 예상 배당수익률 5%가 넘는 우량주가 수두룩합니다.
특히 올해 국내 증시를 이끌었던 2차전지 등 성장주들이 동력을 잃으면서 경기방어력이 강한 업종들이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시기라는 점도 배당주들에겐 긍정적입니다. 배당 이외에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으니까요.
과거 배당주들은 12월 말 결산을 앞두고 강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배당기준일을 몇 주 앞둔 12월 초 또는 11월 말부터 배당주들의 강세가 시작됐죠. 하지만 배당투자가 일상화되면서 이 시점이 점점 앞당겨졌습니다. 최근엔 10월경부터 배당주들이 주목받다가 오히려 12월, 좀더 빠른 해엔 11월 하순부터 조정에 들어가는 분위기입니다.
올해는 여름이 지나자마자 배당주에 관한 언급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증시가 힘을 잃고 박스권을 오간 것과 무관치 않습니다. 올 추석엔 임시공휴일까지 지정돼 연휴가 길어진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연휴 기간 중 나올 수 있는 변수들을 피해 주식을 매도하려는 욕구가 커지는데 미국발 악재까지 덮쳤으니 조정폭이 더욱 깊어졌죠.
은행 비중 높은 배당ETF 강세
약세장과 배당주가 주목받을 시기가 겹쳤으니 추석 연휴 후엔 배당주들이 힘을 낼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배당투자를 할 생각이 있었다면 연휴 전에 매수를 서두르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반영됐는지 최근 배당주들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고배당주들을 모아놓은 상장지수펀드(ETF)만 봐도 금세 눈치챌 수 있습니다.
최근엔 주로 미국 배당주에 투자하는 ETF가 많이 상장했습니다. 미국은 분기배당이 일반적이어서 연말 배당투자용으론 적당하지 않습니다. 국내 배당주 투자로 한정할 경우 대표적인 배당 ETF 종목은 ARIRANG 고배당입니다.
ARIRANG 고배당 ETF는 9월에 들어서만 5.37% 올랐습니다. 배당 ETF 중 가장 형님뻘인 KOSEF 고배당도 5%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주가 상승폭만 보면 그리 높지 않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가 -1.88%, 코스닥이 -7.65%을 기록, 이와 비교한 체감 만족도는 전혀 다릅니다.
다만 다른 배당 ETF 종목들의 성과는 이들에 뒤지는데요. ETF의 구성종목과 비중 차이 때문입니다. 앞선 두 배당 ETF는 에프앤가이드의 기초지수를 사용합니다. 서로 기초지수는 달라도 결은 비슷합니다. 특히 은행과 은행지주사들이 상위에 포진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KODEX 고배당과 TIGER 코스피고배당도 은행주에 투자하지만 편입비중은 이들보다 낮습니다.
은행 비중이 큰 ETF 성과가 좋다는 말은 은행주에 쏠린 관심이 크단 반증이기도 합니다. 올해 은행주를 점찍은 배당 투자자들이 많습니다. 은행주들의 배당 매력이 커진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배당투자도 특정 업종으로의 쏠림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배당 ETF는 다른 업종과 종목으로 분산돼 있어 투자위험이 크지 않지만, 개별 배당주를 선택하는 것은 다른 경우입니다.
배당투자 기준 ‘실적+배당이력’
올해처럼 증시가 매크로 변수에 눌려 있을 때는 배당에 대한 신뢰가 충분한 종목을 고를 필요가 있습니다. 신뢰의 근거는 상반기 실적과 배당 이력입니다. 얼마나 오래 일관된 배당정책을 지켜왔는지, 올해에도 그 기조를 지킬 수 있는 여력 즉 실적이 받쳐주는지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은행의 경우 경제 불안에도 충분한 예대마진을 누리며 실적을 쌓았으나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약점도 안고 있습니다. 경제가 나빠지면 기업과 가계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할 수 있고 파산이 증가해도 부담입니다.
금융업종 내에선 은행보다는 보험이 마음 편합니다. 삼성화재 우선주는 배당 신뢰도와 수익률 모두 높은 종목입니다. 코리안리는 8월 이후 주가가 20% 넘게 올랐는데도 아직 5% 배당수익률이 예상될 정도입니다.
은행주에 다른 배당주를 넣어 균형을 맞추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올해 실적 개선세가 뚜렷한 현대차, 기아 등이 적당한데요. 현대차는 순이익 기준 25% 이상 배당성향을 지키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상반기 실적과 컨센서스를 감안하면 우선주를 매수할 경우 6월 중간배당금을 제외해도 7% 안팎의 배당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기아도 배당금 증액이 예상돼 5%를 넘길 전망입니다.
에너지가격 상승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정유가스 업종도 괜찮습니다. GS의 경우 우선주 배당수익률이 상당할 전망입니다. E1은 2025년까지 배당성향 15%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700원을 중간배당했는데요. 이익이 증가해 결산배당금으로도 5% 배당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교육주도 전통적인 고배당주입니다. 정상제이엘에스는 실적 변동폭이 크지 않아 올해도 주당 530원을 배당하겠죠? 7%가 넘는 배당수익률입니다. 크레버스의 경우 상반기에 지급한 배당금이 많아 연말 배당만 보고 매수하기엔 아쉬움이 있습니다.
경기가 나빠도 광고주들이 고배당을 하는 데는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제일기획은 작년 배당금을 유지할 경우 5.7% 수준입니다. 이노션의 경우 중간배당금을 지급해 연말 배당은 5%를 밑돌 전망입니다. HS애드의 경우 수년간 배당성적이 우수했으나 올해는 상반기 실적이 부진해 후보군에서 제외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한편 중개형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로 배당주를 매수할 경우 배당소득세를 아낄 수 있습니다. 다만 3년 이상 유지해야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어 단기 투자자에겐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S&P글로벌 산하 S&P다우존스지수의 제이슨 예 이사는 2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한국의 증권 수익 절반이 배당 투자를 통해 창출됐으며 배당 지급 규모 역시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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