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리츠(REITs) 시장이 금리 인상으로 고전하는 가운데 채권을 발행해 리파이낸싱하는 리츠가 하나둘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지스레지던스리츠도 지난 6월 채권을 발행했는데요. 발행금리가 웬만한 고배당주 배당수익률보다 높습니다. 덕분에 배당금과 채권이자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투자자들도 생겼습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지난 6월29일 1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습니다. 이 자금은 이지스레지던스리츠의 자리츠인 이지스글로벌레지던스리츠에 투입돼, 미국 뉴욕 임대주택(Spring Creek Towers)과 일리노이주립대 기숙사(Illini Tower) 지분투자를 위해 조달한 차입금 일부를 상환하는 데 사용됐습니다.
1년물 채권인데 6%…예상 배당수익률 7.4%
이지스레지던스리츠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1 채권은 7월24일부터 채권시장에 풀려 개인 투자자들도 거래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 채권에 주목할 부분은 발행금리와 채권만기입니다. 이지스레지던스리츠1 채권의 발행금리는 연 6.3%입니다, 채권시장에 올라온 뒤 채권가격이 소폭 상승해 현재 시장수익률은 그보다 조금 낮지만, 여전히 6%대 초반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가격대를 오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채권만기가 1년입니다. 리츠를 관리하는 이지스자산운용은 글로벌 금리 전망을 반영해 금리 인하가 기대되는 내년에 조달금리를 낮춰 리파이낸싱하기 위해 채권만기를 1년으로 짧게 설정했습니다.
신용등급 A- 채권 중에서는 보기 드문 단기채인데다 금리 수준도 높다 보니 투자자들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합니다. 현재 이지스레지던스리츠의 재무상태를 감안하면 채권만기가 돌아오기 전에 디폴트가 발생할 위험은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사실상 연 6%대 이자를 기대할 수 있는 1년만기 예금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처럼 이지스레지던스리츠의 채권은 은행권 예금상품에 비해 매력적이지만 투자자들은 또 다른 선택지와 저울질 중입니다. 이지스레지던스리츠의 배당은 채권보다 더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리츠시장은 지난해와 올해 이어진 하락세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리츠는 부동산 등의 자산에 투자할 때 차입금을 활용하는 비중이 높은데, 조달금리가 상승할 경우 그만큼 수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지스레지던스리츠도 예외는 아닙니다. 결국 지난해 4월 6000원을 넘었던 주가가 현재 3500원대까지 하락했습니다.
그러나 주가 하락폭에 비해 실적 감소폭은 크지 않아 배당은 아직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매년 두 차례, 6월과 12월에 결산해 각각 132~133원씩 배당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6월 결산배당금을 주당 133원 지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오는 15일 주총을 거쳐 이를 확정할 예정입니다.
만약 133원씩 두 번, 연간 266원을 배당할 경우 현재가 대비 배당수익률은 7.4%가 예상됩니다. 6%대 채권수익률도 낮은 것이 아닌데 7%대 중반의 배당수익률은 주식시장 전체를 통틀어도 상위권에 속합니다.
여기에 영향을 미칠 요인은 역시 금리입니다. 이미 높은 금리로 채권을 리파이낸싱했으니까요.
리파이낸싱으로 9억 감익…배당 영향 크지 않아
가장 최근에 나온 6월21일자 삼성증권 리포트를 보면, 이지스레지던스리츠의 차입금은 7735억원으로 담보대출비율(LTV)은 62.8%로 리츠 중에서는 평균적인 수준입니다. 이번에 발행했던 채권은 지난 6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1140억원을 갚기 위한 자금 중 일부였는데요, 나머지도 다른 채권을 발행해 조달했다가 금리를 조금 낮춰 리파이낸싱하기 위해 이번 주총에 안건을 올렸습니다.
앞으로 만기가 돌아올 차입금은 내년 5월 디어스명동 펀드대출 290억원, 디어스판교 1120억원이 있습니다. 디어스명동의 대출금리는 선순위대출 3.0%, 후순위대출 4.5%이며, 디어스판교는 3.1%입니다. 올해 발행한 채권 100억원의 만기도 6월 말에 돌아올 예정입니다. 이 고비를 넘기면 2027년 4월 일리노이 기숙사 차입금 890억원까지는 없습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와 내년 이지스레지던스리츠의 리파이낸싱 금리를 6%로 일괄 적용할 경우 연간 배당재원이 약 9억원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를 발행주식 수로 나누면 주당 32원입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연 266원의 배당금에서 32원 정도가 감소할 수 있다는 뜻이지만 리츠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76억원)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연구원은 뉴욕 임대주택에서 나오는 배당 증가분(8억원)과 내년 이후 명동과 홍대 코리빙 자산 매각 등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배당이 감소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습니다.
지금 당장은 이지스레지던스리츠의 배당과 채권이자 차액만 놓고 비교하겠지만, 주가 상승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리츠 하락의 원인이 금리였다면 반등의 실마리도 금리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투자업계의 예상대로 내년에 금리가 하락 반전할 경우 추락한 리츠들의 주가가 상승해 그 폭이 배당금이나 채권이자보다 클 수도 있습니다.
이지스레지던스리츠의 보유자산 가치만 따져도 저평가인 건 분명해 보입니다. 이지스레지던스리츠가 보유한 자산들의 가치에서 리츠의 투자 지분율을 반영한 순자산가치(NAV)만 더해도 3600억원에 육박합니다<그래픽 참조>. 현재 1000억원대 초반의 시가총액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종합하면, 비교적 안정적으로 예금보다 나은 수익을 원한다면 채권을, 내년 금리 하락을 내다보고 더 큰 이익을 노리는 투자자에겐 주식이 어울리는 투자라 할 수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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