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헝다그룹(에버그란데)에 이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마저 디폴트 위기에 놓이면서 중국 부동산발 불똥이 우리 경제로 옮겨붙지 않을까 우려가 큽니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규제에서 부양으로 전격 전환하면서 시장 살리기에 나섰는데요. 일단 중국과 홍콩 증시는 하락을 멈췄으나 실물경제에서도 효과가 나타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28일부터 부동산 규제완화 지역을 1선도시로 확대하는 동시에 증권거래세를 기존 0.1%에서 0.05%로 인하하는 경기부양책을 실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중국 1선도시를 포함해 15개 도시에서 2주택 선수금비율과 대출금리가 각각 20%p, 80bp 정도 인하조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마지막 규제지역도 ‘풀었다’
중국의 부동산 정책은 큰 틀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합니다. 시장이 과열됐다고 판단할 때는 금리와 대출, 세금 등 주택 구입에 관련한 부분을 규제하고 부양책을 펼 때는 이 부분부터 풀어줍니다. 특히 다주택자에 대한 스탠스를 조절하는 것도 닮았습니다.
중국에서는 대출 등을 규제해 부동산 시장을 견제하는 것을 ‘런팡유런다이’, 반대로 부양책은 ‘런팡부런다이’라고 합니다. 정부는 정책적으로 조율이 필요할 때마다 어느 한쪽을 선택했습니다.
중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는 어제오늘 나온 것이 아니죠. 지난 7월에 이미 2주택자들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는데 그땐 1선도시와 일부 2선도시를 제외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면서 서울 또는 강남3구를 제외하는 식이죠. 그러다가 비구이위안 등 부동산 대기업들의 디폴트 우려가 커지자 한 달 만에 남겨둔 곳까지 범위를 확대한 것입니다. 인민은행과 중국금융감독관리총국은 이달 25일부터 생애첫주택대출 금리를 인하하고 다주택자 주택대출 차등 적용을 완화할 예정입니다. 중국 정부로서는 아껴둔 카드를 꺼낸 것으로 평가됩니다.
자산규모 1조7400억위안에 달하는 비구이위안은 지난달 7일 달러화 채권이자 2250만달러를 갚지 못해 디폴트 위기에 놓였습니다. 12일엔 11종의 역내 위안화 채권 거래중지를 발표했습니다.
지난 2일이 만기였던 131억위안 규모 역내 채권은 채권단과 만기를 3년 연장하기로 합의했으나, 달러 채권이자는 유예기간인 오는 7일까지 갚아야 합니다. 이를 비롯해 하반기에 갚아야 할 이자금액만 약 20억위안으로 추정됩니다. 회사는 계열사 지분매각하는 등 16억위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는데요, 이게 전부가 아니라 이미 분양한 아파트를 계속 공사하려면 은행권의 추가 지원도 필요합니다. 좀 더 멀리는 내년 1월과 4월에도 대규모 채권 만기가 돌아옵니다. 중국 정부가 디폴트를 막기 위해 지원한다고 해도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비구이위안에 앞서 헝다가 오랜 기간 자금난에 시달리다 파산 위기에 몰렸죠. 홍콩 증시에 상장된 헝다 주식은 지난해 3월 거래가 중지됐다가 지난 8월28일 재개되자마자 폭락했습니다. 비구이위안 주가도 하락 중입니다. 그나마 계속 하락하던 중국본토와 홍콩증시는 이번 부양책 발표 후 소폭 반등한 후 불안한 눈치 보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규제 완화와 함께 발표된 증권거래세(인지세) 인하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처음입니다. 중국 정부는 이와 함께 기업공개(IPO) 속도를 늦추고, 대주주의 지분 축소를 추가 규제하며, 증거금을 낮추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자사주 매입을 지원하며 장기 투자 도입, 주식형 펀드 개발 촉진, 증시 거래시간 연장에 관한 연구 등도 진행하겠답니다. 은행 예금금리 인하 허용도 검토합니다.
다양한 부양책들은 주식 수가 추가로 늘어나는 것을 막고 수요는 늘리겠다는 하나의 목표를 향하고 있습니다. 집을 추가로 매입할 여력이 있는 다주택자들과 국내외 주식 투자자들에게 손을 내민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이런 부양책이 중국 증시의 반등을 이끌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로이터는 대규모 정부지출 등 더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주택가격·부채규모 위험 제한적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분양을 전환점 삼아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 시장 반등과 전국 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이끈 배경엔 다주택자들을 불러들인 1.4대책이 있습니다. 이번 중국 정부의 런팡부런다이가 1.4대책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국내 증권사들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입니다. 하나증권은 “중국 증시 외국인은 지난 8월 역대 최고인 900억위안을 순매도하며 경기부양책 자체보다는 내수와 부동산 연착륙 입증이 우선임을 시사했다”며 “외국인은 9~10월 ‘물가-주택거래-경기·소비(전월비)-레버리징’ 순으로 회복이 확인되는 과정에서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중국 부동산발 위기가 과거 일본이나 미국의 부동산 과열에 비할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주택가격, 가계부채가 과열 수준은 아니고 시스템 리스크도 제한적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장기 저성장을 우려하는 의견이 많습니다. 중국 정부는 충격을 동반하는 부채 리스크 해소보다 관리를 택할 가능성이 커 공적자금 투입과 재정부양책 등 정부가 부채를 떠안으면서 저금리 정책을 추진할 텐데, 특단의 재정통화정책이 수반되지 않으면 저성장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메리츠증권은 “중국은 경제구조 전환을 위해 신성장 산업을 육성했지만, 미국의 견제로 발전 속도가 느려 앞으로 강력한 정책이 제때 발표되지 않는다면 중국은 중장기 저성장 국가로 전이될 위험이 상승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일단 급한 불을 끄는 것이 먼저입니다. 정부의 각종 부양책이 어떤 효과를 낳을지는 4분기 지표에서 가늠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신영증권은 “이번 규제 완화로 4분기 1선도시 부동산 가격 증가율 반등 여부에 따라 중국 증시와 부동산 경기 회복 가능성은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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