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주린이’들의 등대지기 삼프로TV가 고평가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경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를 운영하는 이브로드캐스팅이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을 추진 중인데요. 이 과정에서 몸값을 너무 높게 매겼다는 비판이 쏟아집니다. 과연 삼프로TV 전문가들은 삼프로TV 주식을 매수 추천할 수 있을까요?
삼프로TV 등 다수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이브로드캐스팅이 NH스팩25호와 합병해 코스닥 시장에 우회상장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자의적인 몸값 산정과 합병비율로 고평가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삼프로TV는 팟캐스트 ‘신과 함께’ 시절부터 입을 맞춰온 김동환(현 대표), 정영진, 이진우 세 사람이 주축이 된 유튜브 채널로 233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경제방송으로 성장했습니다. 급등주 찾기에 주력하는 대다수 주식 채널과는 달리 차별화된 정보와 해설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영향력과 몸값 평가는 달라야
문제는 콘텐츠 대한 평가와 기업가치 산정에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삼프로TV를 운영하는 이브로드캐스팅은 지난해 자본총계 508억, 매출액 281억원, 영업이익 7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자본총계는 508억원이었습니다. 올해는 1분기 현재 자본총계가 657억원으로 늘었지만 매출(34억원)과 영업이익(5억원)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지난달 NH스팩25호가 제출한 공시에 따르면, 이브로드캐스팅이 현재 매긴 몸값으로 상장할 경우 시가총액은 2500억원대가 될 전망입니다. 스팩의 보유현금을 뺀 이브로드캐스팅만의 기업가치는 2441억원, 1주당 3만4623원으로 산정했습니다.
이같은 공시가 나오자 곧바로 고평가 논란이 제기됐습니다. 2차전지나 바이오, 로봇과 같은 첨단산업도 아닌 사업모델에 과도한 성장성을 부여했다는 것입니다.
이브로드캐스팅은 채널 기반이 유튜브라는 사실만 다를 뿐 상장사 중 한국경제TV와 흡사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주된 수익모델은 광고, 콘텐츠 판매, 교육 등입니다. 매출과 이익 규모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시총은 한국경제TV(1400억원)보다 1000억원 이상 높게 잡은 것입니다.
증시가 조정 중이다 보니 구독자 수는 정체 상태이며 영상 조회 수도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당 3만4623원이란 몸값이 매겨진 것은 이브로드캐스팅의 미래 성장성에 후한 값을 쳐주었기 때문입니다.
이브로드캐스팅의 본질가치(3만4623원) 산정에는 90% 비율로 반영된 수익가치가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이브로드캐스팅의 수익가치는 현재가치(507억원)에 비영업자산가치(740억원), 여기에 미래에 벌어들일 현금흐름 예상액을 현재가치로 할인한 값(1406억원)이 더해진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이들의 합산액에서 이자부 부채(16억원)를 뺀 값이 2637억원이며 이를 주식 수로 나눈 값이 3만7408원입니다. NH스팩25호는 60억원 현금덩어리와 같아 주당 공모가인 2000원으로 평가해 합병비율을 산정했습니다.
현금흐름에는 이브로드캐스팅이 해외에 성공적으로 진출해 3년 후 239억원, 4년 후 353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청사진이 반영돼 있어 실제 사업 추진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습니다. 현재 해외 매출이 없는 데다 국내 매출도 300억원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기대감이 반영된 수치를 기업가치 산정에 그대로 녹인 것은 대단히 자의적이란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게다가 페이지2북스, 언더스탠딩 등 이브로드캐스팅 자회사들의 몸값 책정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합니다.
스팩, 이해당사자 입맛대로 몸값 산정
정상적인 기업공개(IPO) 절차를 밟았다면 기관들이 참여하는 수요예측 과정에서 걸러질 만한 가격이 정해질 수 있는 것은 스팩 합병이기 때문입니다.
스팩 합병하는 과정에서 정해지는 기업가치와 합병비율엔 외부평가기관인 회계법인이 개입합니다. 그러나 회계법인은 사실상 기업가치 산정 절차 등이 적정한지를 볼 뿐 실제 몸값 산정은 합병 당사자인 스팩과 기업의 협의에 따라 정해진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번 합병가격 산정도 이브로드캐스팅과 NH스팩25호를 운영하는 NH투자증권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외부평가기관인 이촌회계법인이 스팩 합병 과정에 자주 등장하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스팩은 기업들의 신속한 상장을 돕기 위해 도입됐지만, 합병 때마다 번번이 고평가 논란을 일으키곤 했습니다. 상장 전에 지분을 매입한 재무적 투자자(FI)들의 엑시트 때문이란 시각이 많습니다.
현재 스팩과 합병해 우회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오아시스 또한 같은 이유로 고평가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오아시스는 지난해말 IPO를 추진했으나 시장의 눈높이가 회사의 희망가격보다 낮아 올해 초 IPO를 포기했습니다. 이번에 스팩 합병을 추진한다면 회사의 바람대로 합병비율이 정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합병후보의 몸값이 높게 책정되면 다수의 스팩 투자자들은 불리한 입장에 놓입니다. 그런데도 스팩 주총에서 합병안이 통과되는 것은 스팩을 공모가(2000원)의 반값에 전환사채(CB)로 투자한 발기인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합병비율이 불리해도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삼프로TV 애청자라는 한 투자자는 이브로드캐스팅의 상장 추진을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만약 삼프로TV에 나오는 많은 전문가들이 이브로드캐스팅을 분석한다면 과연 이 가격에 매수 추천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며 비판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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