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폭우가 전국을 덮쳐 대규모 인명사고와 재산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이 전해지고 있는데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잰걸음으로 사고 수습을 시작했습니다. 주식시장에서는 피해복구에 참여할 기업들이 누구인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인프라복구·폐기물처리 먼저
지난 한 주 전국을 휩쓴 폭우는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주말에도 비 소식이 예고돼 아직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인데요, 정부는 피해가 컸던 지역에 자금과 인력을 집중하는 등 본격적으로 재난복구에 나섰습니다.
지난 19일 정부는 집중호우 피해가 컸던 경북 예천군, 충남 공주시·논산시, 충북 청주시 등 13개 지자체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습니다. 특별재난지역이 되면 폭우피해 복구비의 50~80%를 국가에서 지원하게 됩니다. 이 돈은 폐기물처리와 도로·교량·제방 시설복구, 주택 재건, 농작물, 가축 등의 피해복구에 쓰일 예정입니다.
주식시장에서는 한발 앞서 폭우피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주목받을 관련 기업들이 누구인지에 관심이 많아 보입니다.
재난복구는 인프라에서부터 시작될 전망입니다. 파손된 도로와 교량, 상하수도 등을 정비하려면 관련 전문업체가 필요합니다.
철도와 도로 등 지하에 건설된 인프라시설 시공에 특화되어 있는 특수건설은 4대강 복원과 수해 복구 당시 주목을 받았습니다. 자연과환경은 하천 조성, 방조제 조성, 도로 절개지 복원 등영위하는 사업이 수해복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수처리 관련 사업을 하는 뉴보텍은 배관재, 건설환경 사업을 영위합니다. 뉴보텍의 수처리 관련 제품은 조달청 우수제품으로 등록돼 있으며 비굴착 상하수도관 갱생공법(NPR) 공사 경험도 있습니다.
폐기물 처리업체들도 할 일이 많습니다. 시설물 피해가 클수록 쌓이는 폐기물도 많겠죠. 빗물에 떠내려온 하천 주변 생활폐기물도 수거해 소각 또는 매립해야 합니다.
인선이엔티는 국내 종합폐기물처리 1위업체입니다. 주로 수도권을 기반으로 하지만 광양, 사천 등에도 진출해 있습니다. 폐기물 수입과 운반, 중간처리. 순환골재생산, 최종처리까지 전 단계를 아루르는 기업입니다.
코엔텍은 영남권 최대 폐기물처리업체입니다. 울산을 근거지로 하루 300톤 규모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소각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현대차, 현대중공업, SK 등에서 나오는 산업폐기물이 주영역이지만 생활폐기물도 함께 다룹니다.
와이엔텍은 전남 여수에 있습니다. 광주·전라 지역을 기반으로 폐기물처리 사업을 영위합니다. 해운, 골프장, 레미콘 등의 사업도 함께해 상대적으로 폐기물사업 집중도는 떨어지는 편입니다. 폐기물처리 업체들에겐 소각로, 매립지 건설 인허가 이슈가 매우 중요한데 지난 2021년에 반려됐던 소각로 증설 인허가가 임박했다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반도체 부품업체 엠케이전자도 폐기물처리 섹터에 등장합니다. 동부건설이 건설폐기물을 소각하는 WIK중부, WIK환경, WIK경기, 용신환경개발 등을 인수한 후 폐기물 처리사업을 물적분할해 2020년 동부엔텍을 설립했습니다. 이 회사를 엠케이전자가 인수, 현재 100% 자회사입니다. 동부엔텍은 2021년 매출액 684억원, 영업이익 62억원의 실적이 1년만에 각각 1146억원, 89억원으로 각각 성장했습니다. 엠케이전자의 지난해 별도 영업이익이 187억원이었으므로 톡톡히 효자 노릇을 할 전망입니다.
이밖에 KC그린홀딩스도 자회사들 통해 폐기물처리, 자원순환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들이 폭우피해 복구에 나서면서 이 과정에 동참할 상장기업들에게도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사진은 19일 전북 익산시 망성면에서 집중호우 피해를 본 주민이 육군 35보병사단 장병들과 함께 비닐하우스 복구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남은 농사 지키려면 비료 ‘필요악’
폭우로 인한 피해는 언제나 농경지에서 먼저 확인이 됩니다. 이번 폭우뿐 아니라 장마철이면 저녁 뉴스에 침수된 농경지가 자주 등장하죠. 이번엔 3만3000헥타르, 여의도 114배 넓이의 농작물 재배지에 피해가 닥쳤습니다.
한 해 농사를 망친 농부들은 슬퍼할 겨를도 없이 살릴 수 있는 남은 농작물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입니다. 올해처럼 폭우피해가 큰 해에는 곡물, 채소, 과일 가릴 것 없이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어 가격이 상승했을 때 조금이라도 손실을 벌충해야 합니다.
농부들에게는 특히 농작물 소비가 증가하는 추석 명절이 중요합니다. 올해 추석연휴는 9월28일부터 시작됩니다. 2개월여 기간 동안 남은 농작물을 잘 키워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비료 사용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비가 자주, 많이 내린 뒤엔 해충이 기승을 부리기 때문입니다.
비료업체들이 관심을 받을 때면 조비 같은 종목은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14일 장중엔 19%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정작 매출 규모가 큰 KG케미칼이나 남해화학 주가는 둔한 편이죠. 동방아그로는 5월 중순부터 상승세를 타다가 가격 조정 중이었는데 이번 폭우를 만나 추세를 살린 것으로 보입니다.
비료 생산업체들은 1년 장사를 1분기에 몰아서 합니다. 조비는 올해 1분기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2분기 실적에 따라 연간 성적이 좌우될 전망입니다. 3분기엔 매출이 늘어도 손실을 줄이는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큽니다.
농작물 지키는 데 비료가 필요하다면 가축에겐 사료가 있어야겠죠. 농림축산부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10일 이후 거의 80만마리에 이르는 가축이 폐사했습니다. 이중 74만마리가 닭이고 육계(58만마리)가 특히 많았습니다.
육계는 생육기간이 길어야 두 달입니다. 다시 기르고 납품하는 데 긴 시간이 필요치 않지만 시설복구엔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양계장을 다시 짓고 하루라도 빨리 출하하려면 사료 공급을 늘리겠죠. 소와 돼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료업체들 중엔 사조동아원이 들썩였습니다. 10일부터 상승세를 보이다 폭우 피해 규모가 불어나자 움직임이 커졌습니다. 한일사료, 고려산업 등도 급등 후 조정 중입니다.
특히 사료업체들의 경우 폭우 이외에도 흑해곡물협정이라는 변수를 안고 있는 상태입니다. 지난해 7월 전쟁 중에도 우크라이나 항구를 통한 곡물 수출에 합의했던 러시아가 최근 협정 연장 종료를 선언했습니다. 이어 오데사 항구를 폭격하는 등 긴장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막힐 경우 곡물시세가 자극을 받게 됩니다. 국내 사료업체들의 주가도 지난해 전쟁 발발 당시 급등했던 기억이 있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각종 손실을 보상해야 하는 보험사들은 피해주로 분류됩니다. 농작물 손실보상은 아무래도 풍수해보험을 취급하는 NH농협손해보험 쪽에 집중되겠지만 재산상 손실은 일반 손해보험사들도 연관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침수차량 피해가 문제인데요.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18일 오전까지 손보사에 접수된 차량 침수피해는 1355건, 금액은 128억원 규모입니다. 자동차 보험에 가입했다고 모든 침수차를 보상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차량손해담보(자차특약)에 가입한 차량만 보상 대상이 됩니다. 이 피해금액도 보험사들별로 나뉠 테니 각사에 미치는 충격은 크지 않을 전망입니다.
같은 차량 관련이라도 중고차업체들은 반대의 경우입니다. 차가 꼭 필요한 소비자가 침수사고를 당하면 급한대로 중고차 시장을 찾겠죠. SK렌터카, 롯데렌탈 모두 살짝 고개를 들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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