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보다 나갔다…'통일부' 아닌 '대북선전부'?
김영호 장관 후보자 지명에 "대북지원부 역할 안돼" 언급까지
남북 교류협력·대북 인도지원 대신 북한 정보 기능 강화 등 전망
2023-07-03 17:09:14 2023-07-03 18:21:29
 
윤석열 대통령이 방과후 돌봄·교육 프로그램인 '늘봄학교' 참관을 위해 3일 경기도 수원초등학교를 방문, 현장 교원 및 학부모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통일부의 '새 역할론'을 공개적으로 주문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그간 통일부가 치중한 남북 교류와 협력과 대북 지원 대신 북핵 문제와 정보 수집, 납북자 대응으로 방향을 틀라는 게 새 역할론의 핵심입니다. 야당에선 "이명박정부보다 더 나갔다"며 "대북선전부를 만들 셈이냐"라고 반발했습니다. 
 
'대북 강경파' 지명 뒤'통일부 새 역할' 공개 주문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김영호 장관 후보자를 비롯한 통일부 인사와 관련해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다”며 “그래서는 안 된다. 이제는 통일부가 달라질 때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또 “앞으로 통일부는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통일이라는 헌법 정신에 따른 통일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습니다.
 
대통령령을 보면 통일부 업무 범위는 △남북 대화·교류·협력·인도 지원에 관한 정책의 수립 △북한정세 분석 △통일 교육·홍보 △그 밖의 통일에 관한 사무 등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통일정책, 남북회담, 남북교류협력, 인도적 문제 해결, 북한 이탈주민 정착지원, 북한 정보 수집·분석, 통일 교육, 남북 간 출입관리 등이 있죠. 
 
전날 윤 대통령의 발언은 법령으로 명시된 통일부 업무 가운데에서도 남북 교류·협력이나 대북 인도적 지원에 역할이 집중돼 있던 것으로 보인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또 헌법상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어긋나는 북한의 행보에 통일부가 적극적 대응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향후 북한 정보 수집·분석이나 북한 이탈주민 정착 문제 등을 둘러싼 통일부의 행보가 두드러질 가능성을 키우는 대목입니다.
 
통일부의 변화를 꾀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는 최근 단행된 통일부 장·차관 인사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김 후보자는 이명박정부 청와대에서 통일비서관을 역임했고 윤석열정부 통일미래기획위원장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는 북한을 압박해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북 강경파’로 분류됩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김 후보자 지명 배경에 대해 지난달 29일 “원칙 있는 대북정책, 일관성 있는 통일 전략을 추진해 나갈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재인 "아직도 냉전적 사고"윤 대통령 우회 비판
 
정부 차원에서 통일부의 정체성 탈바꿈을 도모하면서 통일부 안팎을 아우르는 큰 변화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이명박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가동 시절에 통일부를 외교부 등에 흡수·통합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런 과거의 ‘통폐합’ 위기에 못지않은 파장이 일 수 있다는 관측인데요. 특히 통일부 차관에 외교부 출신의 문승현 주태국대사가 기용된 점은 이런 기류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야당은 남북 교류·협력에서는 역대 정부가 모두 노력해왔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의 발언은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부가 기울인 남북 화해와 협력을 위한 노력을 부정하고, 우리가 많은 사회적 비용을 들여 어렵게 맺은 제도적 합의마저 되돌리려는 것으로 풀이돼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습니다. 이어 “행여 통일부를 제2의 국정원이나 대북선전부서로 만들려는 것인가”라며 “더 나아가 흡수통일이나 영토수복을 관장하는 부처로 만들고자 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반문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윤석열정부 대북 정책을 에둘러 비판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직도 냉전적 사고에서 헤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며 "대화를 통한 남북 간의 적대 해소 노력과 지정학적 환경을 유리하게 이끄는 외교 노력 없이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 평화를 얻기가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역대 정부가 평화를 위한 정책에서 일관성을 가지고 이어달리기를 했다면 남북 관계와 안보 상황, 경제까지도 얼마나 달라졌을까 생각해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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