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J CGV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한 후 주식 투자자들과 채권 투자자들의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주식 수 급증으로 인한 주가 하락에 주주들은 울상이지만 재무상황이 크게 개선되면 채권 상환 위험은 크게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CJ CGV는 지난 20일 신주를 발행해 5700억원을 조달해 채무상환과 시설자금, 운영자금으로 쓰겠다며 유증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CJ CGV는 2017년부터 최근까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코로나19와 같은 돌발악재가 터지면서 대량으로 채권을 발행한 탓에 이자 부담과 부채비율이 치솟았습니다. 결국 경영진은 대규모 유증을 통해 당면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1주당 1.4085912585주를 발행하는 유증 계획 발표에 공시 전 1만4500원이던 주가는 30일 9140원까지 추락했습니다. 더욱이 최대주주인 CJ가 현금 대신 자회사 CJ올리브네트웍스 보유지분을 현물로 출자하겠다고 밝혀 주주들의 실망을 키웠습니다.
반면 CJ CGV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유증 공시에 반색하는 분위기입니다. 여러 차례 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했는데도 재무상태가 나빠 우려가 컸는데 이번 유증 발표로 채권이 정상적으로 상환될 거라는 기대감이 커진 것입니다.
특히 CJ CGV의 경우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모한 채권이 많았기에 유증 공시에 반색한 투자자들도 많았습니다.
지난 3월말 현재 CJ CGV의 부채비율은 912%에 달합니다. 유증이 마무리되면 부채비율은 약 240%로 뚝 떨어질 예정입니다. CJ가 현물출자를 한다고 해도 재무상태표에서는 자산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부채비율을 떨어뜨리는 효과는 현금과 다를 게 없습니다.
덕분에 채권 투자자들은 한숨 돌릴 수 있을 전망입니다. 사실 CJ CGV의 부채비율이 높은 것은 리스(lease) 자산이 많아서입니다. 1분기말 부채총계가 1조3992억원인데 이중 절반이 넘는 7902억원이 리스 부채입니다. 리스는 빌려 쓰는 자산이므로 CJ CGV는 사용료만 책임지면 되지만, 회계상으론 리스한 자산 전체가 부채로 계상돼 부채비율이 높아졌습니다. 실질위험은 겉보기보다 작다는 뜻입니다.
물론 매년 지불하는 이자비용은 큰 부담입니다. 1분기 이자비용만 120억원에 달했습니다. 작년 1분기(116억원)보다 늘었습니다. 리스부채상각비용 260억원 등을 포함해 금융비용은 총 634억원입니다. 지난해 연간 이자비용은 516억원, 리스부채상각비용은 1050억원이었습니다. 1분기 영업적자를 141억원으로 많이 줄였지만 이익에 비해 금융비용이 큰 것은 사실입니다.
이제 유증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부채 일부를 상환하면 이자비용도 줄일 수 있고 그만큼 흑자 전환 시기도 당겨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투자자 걱정 여전…호재에도 채권가격 제자리
이번 유증은 주관을 맡은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3사가 잔액을 인수하는 방식입니다. 실망한 주주들이 증자에 참여하지 않아 생기는 실권주는 일반인 대상 청약으로 소화할 예정입니다. 그러고도 남으면 전량을 주관사들이 떠안기로 했습니다.
그런데도 채권가격은 크게 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엔 몇 가지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첫 번째는 채권 투자자들도 CJ CGV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털어내지는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주로 보유하고 있는 CJ CGV 채권은 2021년과 2022년에 발행된 신종자본증권입니다. 채권만기가 30년인 장기물이지만 중간에 회사 측이 되사는 콜옵션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만약 CJ CGV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그때부터 패널티 금리가 계단식(스텝업)으로 부과됩니다. 또 채권시장에서의 신뢰도 크게 추락해 추가 채권 발행이 어려워지겠죠. 그래서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콜옵션이 붙은 채권은 거의 다 행사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씨제이 씨지브이32CB(신종)와 35CB(신종)의 콜옵션 행사 가능일이 각각 3년, 4년 더 남았다는 점입니다. 그 안에 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상환 가능성이 커졌다고 채권을 매수하기가 망설여지는 것입니다. 해외 투자 과정에서 재무적 투자자와 이면계약을 맺었을지 모른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두 채권과 달리 콜옵션 최초 행사기일을 2년으로 설정해 오는 12월에 행사할 수 있는 씨제이 씨지브이 신종자본증권33 채권 시세는 액면가(1만원) 부근까지 회복한 상태입니다.
두 번째는 전환사채(CB)의 주식 전환가액 조정 비율에 대한 실망입니다. CJ CGV가 발행한 CB 2종은 채권자가 신청할 경우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됐습니다. 단 주가가 하락해도 전환가액이 인하 조정(리픽싱)되지 않는 CB라는 게 함정입니다. 채권 발행 후 주가는 계속 떨어졌는데 전환가액은 여전히 2만6600원(32CB), 2만2000원(35CB)입니다.
물론 유증으로 주식 수가 늘어나는 경우엔 전환가액도 인하 조정됩니다. 그런데 인하폭이 크지 않아요.
주식 전환가액 조정 기준은 두 CB가 같습니다. 유증 발행가액과 시가(주가)에 따라 인하율이 달라집니다. 현재 CJ CGV의 주가가 크게 하락해 유증가는 2차 발행가액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그렇다면 두 CB의 전환가액도 유증 할인율 25%가 적용돼 32CB는 1만9950원, 35CB는 1만6500원으로 각각 조정될 전망입니다.
전환가액이 떨어지긴 하는데 지금 주가에 비하면 너무 높습니다. 채권 투자자들이 채권을 주식으로 바꿔 차익을 얻으려면 그 이상 주가가 올라야 합니다. CJ CGV의 주가가 조정된 전환가액 이상 오를 거라 믿는다면 채권이 아니라 주식을 매수하는 쪽이 훨씬 유리합니다.
세 번째는 일부에서 매각 가능성을 제기한 영향으로 보입니다. 유증으로 고비를 넘긴 후에 CJ가 영화관 사업을 정리할 수 있다는 의견입니다. 매각이 진행된다면 채권자들도 피해를 입게 될 거라는 해석이죠.
이에 대해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운용 대표는 ‘체인지오브컨트롤(COC) 풋옵션’을 이유로 매각 가능성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김 대표는 “만약 CJ가 CJ CGV를 매각하려면 발행한 선순위 채권을 모두 상환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신종자본증권은 후순위 채권이지만 이것도 채권자 보호방안을 내놓아야 하는데 이렇게까지 하면서 매각·인수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투자자들의 막연한 불안감이 채권가격에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김 대표는 채권 상환 가능성은 커졌는데 채권가격은 아직 싸게 형성되어 있는 지금이 투자기회라고 말합니다.
현재 씨제이 씨지브이32CB 채권의 경우 8500원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표면금리는 1.00%로 낮지만 발행수익률이 3.00%고 채권가격이 낮아 콜옵션 행사시 세후로도 연 10%가 넘는 수익률이 예상됩니다. 당장 올해 12월8일 콜옵션 행사가 예상되는 씨제이 씨지브이33 채권도 연 5.5%를 받을 수 있는데 액면가를 밑도는 상황입니다. CJ CGV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든 주식보다는 채권에 투자하기가 조금 더 나은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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