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자동차를 타고 주차장에 진입할 때 가장 먼저 만나는 차단기. 외부 차량의 무단 주차를 막고 주차장 이용료를 징수하는 등 주차관리를 위한 시스템 중 하나입니다. 빈자리를 알려주는 램프나 주차요금 계산기도 있습니다. 요즘엔 대형 빌딩이나 쇼핑몰, 아파트는 물론 건물을 올리기 전 오랜 기간 비어있는 땅에도 이런 주차시스템을 갖춘 유료주차장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아마노(Amano)는 주차시스템을 개발해 판매, 설치하고 운영·관리하는 일본 기업입니다. 주차시스템 사업 외에도 고용 및 근태관리, 급여시스템 등 회사 운영에 필요한 시스템을 공급하는 시간정보시스템사업, 환경사업, 청소로봇사업 등을 함께 영위하고 있습니다.
한국 주차관제 1등도 아마노
아마노의 여러 사업 중에서는 주차시스템 비중이 가장 큽니다. 지난해 매출 비중을 보면 주차시스템사업이 48%를 차지했으며, 시간정보시스템사업이 26%, 환경시스템사업 16%, 클린로봇사업이 나머지 10%였습니다.
일본 특히 도쿄는 땅값이 비싸기로 유명합니다. 오래전부터 좁은 공간에 건물을 짓고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다양한 노력이 이어졌고, 덕분에 노하우도 쌓였습니다. 아마노는 이를 바탕으로 일본을 넘어 북미와 유럽, 아시아 각국에도 진출해 주차시스템을 보급했습니다. 지난해부터는 엔저 바람을 타고 승승장구하는 중이죠. 북미, 유럽, 아시아에서 모두 매출이 증가했습니다.
아마노 주차시스템이 적용된 일본의 무인 주차장 (사진=아마노 홈페이지)
한국에도 오래전에 들어왔습니다. 1996년 아마노가 100% 지분을 보유한 외자기업 아마노코리아를 설립하고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한국에서만 1000여개 주차장을 관리하는 주차관제시스템 점유율 1위 기업이 됐습니다. 작년 한 해에만 매출액 1578억원, 영업이익 108억원, 순이익 98억원을 기록한 알짜 회사입니다. 2021년보다 이익 등이 대폭 증가했습니다.
홍콩, 말레이시아에서도 주차시스템 사업이 크게 성장해 전체적으로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북미지역의 주차시스템은 신제품 효과로 매출이 늘었지만, 개발투자를 계속하면서 수익성은 그에 따라주지 못했습니다.
아마노의 고객은 건물과 땅을 가진 개인과 법인입니다. 건물주에겐 자사 시스템을 팔아 주차관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골칫거리를 해결해주고, 지주에게는 노는 빈 땅에다 유료주차장을 세워 돈을 벌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요즘엔 주차관제시스템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술을 결합해 차량 정보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최근 아마노코리아와 KT가 스마트주차 사업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주차관리가 단순히 차량 관리나 이용료 징수를 넘어, 개인 정보를 활용한 새로운 가치 창출로 연결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입니다.
국내 기업 카카오모빌리티도 지난 2021년 주차에 다양한 ICT 기술과 서비스를 연계하기 위해 GS파크24를 인수한 바 있습니다.
또한 전기차 보급 확대라는 메가트렌드도 아마노에겐 긍정적입니다. 아마노의 주차시스템은 주차관제, 영상보안(CCTV), 전기차 충전이 모두 포함된 ‘3in1’ 방식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보급이 증가하면서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는 주차장이 늘어나고 있죠. 아마노는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차시스템 보급과 운영은 안정적이지만 성장성은 높지 않은 사업모델이었지만 이제는 그 안에서 성장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매출성장 더딘데 이익성장…체질개선 중
아마노의 두 번째 매출원 시간정보시스템사업은 기업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스템과 솔루션입니다. 아마노는 기업의 인사부서에서 직원의 고용과 근태를 관리할 수 있는 고용정보시스템, 급여시스템 등을 시간정보시스템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직원의 채용부터 퇴직까지 일관된 인사노무 솔루션을 클라우드로 관리할 수 있게 제공합니다. Time-Pro NX 등 상품별로 다양한 상품 브랜드를 갖추고 있습니다.
일본 기업들은 출퇴근 시간 기록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아마노는 90년간 이 사업을 영위했습니다. 현재 일본 직장인 5명 중 1명은 아마노의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세 번째 사업은 환경, 구체적으로 집진시스템입니다. 공장 등에서 발생하는 먼지나 독성가스 제거를 위해 구축하는 시스템입니다. 사무실에서 쓰는 공기청정기도 만듭니다. 일본 내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 있을 만큼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아마노의 시스템을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네 번째 클린로봇은, 전용 차량으로 빌딩 로비 바닥을 청소하는 환경미화원의 일을 대신하는 로봇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각각의 사업모델은 폭발적인 매출 성장이 일어날 만한 형태의 것이 아닙니다. 고객사 등을 계속 관리하면서 안정적인 매출을 얻고, 신규 고객을 추가로 늘려가면서 성장을 추구합니다. 이로 인해 매출 성장은 더뎌 보입니다.
그러나 이익의 질은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023년 3월까지 지난해 영업이익(155억엔)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올해 이익 전망(175억엔)은 더 좋습니다. 기존 시스템과 서비스 상품의 질을 높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전망 때문인지 최근 주가도 많이 올랐습니다. 3월 결산이 끝난 후 4월 이후 18% 상승했습니다.
아마노는 배당 성적도 좋은 편입니다. 2022년 3월 결산 때는 1주당 75엔을 배당했는데 지난 3월엔 110엔으로 배당을 대폭 늘렸습니다. 주당순이익(EPS)이 154.4엔이었으니까 순이익의 상당액을 배당한 셈입니다. 일시적인 것은 아니고 평소 배당성향이 높은 편입니다. 덕분에 배당수익률은 4.4%까지 올랐는데 그 이후 주가가 오르는 바람에 내년 배당수익률은 이보다 떨어지게 됐습니다. 현재 주가로 매수한 뒤 110엔 배당이 유지된다면 약 3.7%의 배당수익률입니다. 이익 성장에 맞춰 배당이 증액되면 4%를 넘어설 수 있습니다.
고루한 사업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는 기업이 체질개선으로 이익이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데 4% 정도의 배당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면 좋은 배당후보로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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