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 디벼보기)'경계경보'에 놀랐다면 K-변동성지수에 관심을
한국형 VIX ‘V-KOSPI’…관련 ETF는 없어
개인 체감 공포와 시장 간극 확인하기 좋아
2023-05-31 18:00:00 2023-05-31 18:04:15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개인이 느끼는 공포감은 상당한데 금융시장은 멀쩡하거나 그 반대인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북한의 도발이 좋은 사례입니다.  
 
5월의 마지막날, 이른 아침에 날아든 경계경보 문자 때문에 온나라가 시끌벅적했습니다. 북한이 발사한 우주발사체는 서해로 추락했는데 백령도 등에 내려진 경계경보를 서울시가 대피문자로 이어받았기 때문입니다. 이게 오발송인지 아닌지를 두고 행정안전부와 서울시는 책임공방을 벌였지만,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갔습니다. 재난문자 경보음에 자다 깨어 우왕좌왕하다가 몇 시간이 지나서야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가슴을 쓸어내렸으니까요.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닙니다. 북한은 발사 실패를 인정한 후 조만간 다시 발사에 나서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북관계는 매우 나빠졌습니다. 올해에는 긴장 수준을 넘어 전쟁 발발 위험으로까지 확대된 모습입니다. 이런 시기에 대피 문자를 받았으니 모두가 화들짝 놀랄 만합니다. 
 
시장참여자들은 금융시장이 출렁이진 않을까도 걱정해야 합니다. 전쟁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모든 유형의 자산가격은 추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유자산의 가치를 지키려는 사람들은 자산의 일부를 달러, 금 같은 안전자산에 배분합니다. 전쟁 수혜업종으로 분류되는 방산업체 주식을 매수하는 적극적인 투자자도 있습니다. 접근 방식은 달라도 모두 전쟁 리스크를 헤지하려는 목적입니다. 
 
3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직원 모니터에 북한 우주 발사체 발사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형 변동성지수 ‘V-KOSPI’
 
미국에는 시장의 출렁임이 커질 때 변동성 그 자체에 투자할 수도 있습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가 산출하는 변동성지수 VIX(Volatility Index)는 시장의 변동성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보여줍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60선까지 치솟았고,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도 50선을 넘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안정돼 17선을 오가는 수준입니다.  
 
이 VIX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있죠. 정방향, 역방향, 레버리지 등 원하는대로 골라서 투자할 수 있는 선택지가 다양합니다. 
 
VIX는 현재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수치화해 확인할 수 있게 만든 보조지표이기도 하고, 직접 투자 가능한 투자자산이기도 합니다. 
 
투자자들의 심리상태를 보여주는 ‘공포와 탐욕지수(Fear & Greed Index)’도 종종 등장합니다. 언론매체 CNN Money가 산출하는 지수로 시장의 모멘텀, 주가 강도, 등락폭, 옵션거래비율, 변동성, 안전자산 및 투기등급채권 수요 등이 지수에 반영됩니다. 
 
여기에는 한국이란 작은 시장의 전쟁 위험이 반영되긴 어렵겠죠. 하지만 우리에게도 이와 비슷한 위험 측정 지표가 있습니다. 코스피200변동성지수(V-KOSPI)입니다. V-KOSPI는 코스피200옵션가격을 이용해 코스피200의 변동성을 보여주는 지수입니다. 옵션가격은 옵션시장 거래자들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므로, 투자자들의 매매 패턴에서 시장의 출렁임을 읽어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난 불안한데 시장은 멀쩡
 
V-KOSPI는 31일 발사체 발사와 당국의 문자 소동에도 약세를 나타냈습니다. 70선을 넘었던 코로나 발발 초기를 제외하면 비교적 안정돼 있는 편입니다. 거래가 적어 신뢰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시장의 불안은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이날 금 현물가격도 강보합 수준에서 머물렀습니다. 소폭 상승한 것도 전일 국제 금시세의 상승분을 따라갔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주식시장과 V-KOSPI의 상관관계를 보면 서로 역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V-KOSPI가 코스피 인버스를 추종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때 주가가 하락하는 성향이 있다고 풀이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V-KOSPI에도 투자는 할 수 있습니다. 선물시장에 기초자산으로 한 변동성지수선물이 있습니다. V-KOSPI 지수가 거래대상으로 하며 다른 선물상품과 거래시간이 같고 최종결제도 현금결제방식입니다. 
 
다만 개인 투자자가 직접 참여하기엔 제약이 있겠죠. 이를 추종하는 ETF나 ETN(상장지수채권)이 있으면 좋을 텐데 미국의 VIX를 추종하는 ETN은 있어도 V-KOSPI 복제 상품은 없습니다. 
 
따라서 V-KOSPI는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참고하는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북한의 도발이 투자자 개인에겐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을지 몰라도 시장은 그렇게 평가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즉 개인이 체감하는 공포와 시장의 차이를 확인하는 참고지표 정도의 활용이 적당해 보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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