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지은 집도 '텅텅'…부담 커진 건설사 재고자산 관리
악성 미분양 쌓이고 활동성 떨어지고…건설사 재고자산 22.4%↑
2023-04-25 06:00:00 2023-04-25 14:15:02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재고자산에 위험신호가 켜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완성주택(준공 후 미분양)’이 재고로 쌓이고 있는데다 총자산에서 재고자산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늘어난 까닭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현대건설·DL이앤씨·포스코이앤씨·GS건설·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롯데건설·SK에코플랜트·HDC현대산업개발 등 국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작년 말 연결기준 재고자산(장부가)은 총 12조3847억원으로 전년동기(10조1160억원) 대비 22.4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서울시내 도심 모습.(사진=백아란기자)
 
재고자산은 생산·판매를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총 비용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밑천이 되기도 하지만, 과도한 재고자산은 기업의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됩니다.
 
건설사의 경우 재고자산에 개발이나 사업부지 확보를 위해 사두는 용지를 비롯해 원자재, 가설재와 미분양·미완성 주택 등이 포함되는데 제때 매출로 전환되지 않을 경우 평가충당금이 계상돼 수익이 하락하는 등 운전자본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주요 건설사 가운데 재고자산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현대엔지니어링으로 1093억2400만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년동기에 견줘 156.6% 늘어난 수준입니다. 이어 HDC현대산업개발(1조5748억원), 삼성물산(4조1088억원), 대우건설(1조9267억원) 등이 각각 85.7%, 46.2%, 20.1% 뛰었습니다.
 
(표=뉴스토마토)
 
금리인상에 따른 부담으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분양 일정이 미뤄지면서 악성미분양 재고도 쌓인 상황입니다. 실제 DL이앤씨의 경우 전체 재고자산 총액은 8528억원으로 1년 전보다 9.2% 감소했으나 완성주택이 2억7200만원에서 115억2400만원으로 급증했고, 용지는 8.5% 줄었습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완성주택은 인도시점에 (수익으로) 인식하게 된다”면서 “분양은 됐는데 잔금이 아직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회계상 재고자산으로 잡혔다”라고 설명했습니다.
 
GS건설 또한 용지는 3488억8600만원으로 1년 새 12.6% 줄어든 반면 기존에 없었던 완성주택은 82억4200만원으로 잡혔으며 미완성공사도 4.6% 오른 69억3900만원으로 나왔습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최근 3년 중 처음으로 완성주택 계정에 2억7100만원의 재고가 남았으며 대우건설의 완성부동산 또한 1728억원에서 1857억원으로 7.5% 증가했습니다.
 
주택건축 등을 위해 투자하는 용지는 줄어든 반면 팔리지 않은 완성주택은 늘어나는 등 재고자산의 질이 떨어진 셈입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총 7만5438가구로 2012년 11월(7만6319가구) 이후 10년2개월 만에 가장 높았으며 공사 완료 후에도 분양되지 않은 준공후 미분양은 8554호로 전월대비 13.4% 증가했습니다.
 
(표=뉴스토마토)
 
 
건설사 활동성도 하락했습니다. 특히 HDC현대산업개발의 총자산 대비 재고자산 비율은 12.92%에서 21.47%로 증가한데 반해 활동성의 대표적 지표인 재고자산회전율은 4.6회에서 2.5회로 떨어졌습니다.
 
재고자산회전율은 재고자산이 매출로 이어지는 속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통상 회전율이 낮으면 재고자산의 소진 속도가 더뎌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삼성물산의 경우 재고자산회전율이 12.6회에서 10.7회로 내려갔으며 롯데건설과 SK에코플랜트의 회전율 또한 각각 10.72회, 22회에서 8.76회, 19회로 하락했습니다. 총자산 대비 재고자산이 차지하는 평균 비중은 8.5%로 1년 전(8.2%)보다 늘었습니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재고가 장기간 쌓이게 되면 현금 흐름이 정체될 수 있지만, (용지나 원재료가 늘어난 것인지) 세부 계정에 따라 오히려 좋을 수도 있다”면서 “미분양 주택이 재고로 남아있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보면서 재고관리를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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