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대주주의 상속 이슈는 배당에 중요한 변수가 되곤 합니다. 소액주주들의 배당 요구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많은 상장기업들도 오너 일가에게 필요한 경우에는 인심 좋은 척 통 큰 배당을 결정합니다.
대한제강도 이번 주총에서 배당을 크게 늘렸습니다. 그래도 대한제강은 해마다 배당을 했으니 다른 ‘짠물’ 기업과는 다른 경우입니다. 여러차례 자사주도 매입했고 최근엔 소각까지 결정했습니다.
대한제강을 둘러싼 환경은 만만치가 않습니다. 저평가된 주식은 더 하락했지만, 재무구조 건실하고 주주환원 정책도 좋습니다. 업황이 좋아질 때까지 배당받으며 기다리는 전략도 유효해 보입니다.
건설경기 나쁘지만 버틸 순 있다
대한제강은 철강회사입니다. 철스크랩(고철)을 가져와 중간재인 빌릿을 만드는 제강사업과, 빌릿으로 철근을 만드는 압연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똑같은 사업을 하는 YK스틸의 지분 70%를 보유, 연결 자회사로 두고 있습니다. 연간 철근 생산능력은 대한제강과 YK스틸이 각각 155만톤, 118만톤으로, 합산할 경우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을 잇는 업계 3위에 해당합니다.
철근이 많이 쓰이는 곳은 건설현장입니다. 사무용 빌딩이나 상업용 건물에 쓰이는 형강과 아파트 짓는 데 필요한 봉강을 만듭니다. 그래서 대한제강의 사업은 국내 주택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부동산 경기가 위축된 지 2년째입니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분양 성과가 호전되는 곳이 나타나고 있으나 전체 분위기는 여전히 좋지 않습니다. 건설사들도 위험을 안고 분양사업을 진행하느니 일단 미루자는 분위기입니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사진=뉴시스)
그래도 다른 대규모 건설사업이 있어서 힘든 시절을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는 현재 평택 4공장(P4) 증설을 진행 중입니다. 삼성물산이 건설을 맡고 있습니다. 대한제강은 삼성물산에 납품하는 업체입니다.
최근 삼성전자가 경기도 용인시 남사읍에 300조원을 투자해 2042년까지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첨단 반도체 공장 5개를 짓는 계획입니다. 공장 하나에 엄청난 양의 철근이 들어가기 때문에 공사가 시작되면 자연스럽게 대한제강도 그 수혜를 받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일감은 어느 정도 버텨줄 것 같은데 고철가격 시황도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고철가격이 약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1월 이후 소폭 반등하더니 최근 다시 고개를 숙였습니다.
건설경기가 나쁜 것은 한국에 한정된 것이 아닙니다. 국내 철강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중국 사정도 나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중국 내 건설경기가 안 좋으면 저가의 철강제품이 한국으로 넘어와 국내 판매가격을 더 끌어내립니다.
철강업계 내에서도 하락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오는 것을 보면 당분간은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증권사들은 대한제강의 2분기 실적은 성수기를 맞아 판매량 증가로 개선되겠지만 수급 둔화로 개선폭은 크지 않을 거라 전망했습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건설경기 둔화에 따라 철근 수요는 20211년 1124만톤에서 2022년 1030만톤, 올해는 950만톤으로 감소할 전망입니다. 게다가 아시아 업황 부진에 따른 철근 수입량 증가, 한국특강의 실수요 시장 진출 등 국내 철근가격이 좋아질 일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너무 싸서 매수 추천이 나오는 종목입니다. 철근시장이 부진했던 2013~2014년에도 대한제강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약 0.5배였는데 지금은 0.3배 수준이라며 업황을 감안해도 저평가라는 것입니다.
배당금 큰 폭 증액…자사주 지속 매입
단순 저평가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매수 후 기다릴 수 있는 다른 유인이 있어야 합니다. 대한제강엔 배당이 있습니다.
대한제강은 지난 정기주주총회에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는 주당 600원, 그 외 주주는 780원 배당을 결정했습니다. 각각 5.2%, 6.7%의 배당수익률에 해당합니다. 이 배당금은 지난해 주당 400원에서 크게 증액한 것입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지난해 4월 대한제강의 오완수 회장이 사망했습니다. 이후 오 회장의 보유 지분 208만1435주(8.4%)는 창업주의 3세인 오치훈 사장 등 5명이 분할해 취득했습니다.
최대주주 오 사장의 보유주식은 상속 전 570만8940주(23.16%)였다가 9월13일 상속 후 612만5227주로 불어납니다. 하지만 한 달 뒤인 10월20일 다시 오 사장이 상속받은 주식 대부분(41만6278주)은 누나 오민정의 주식(20만8143주)과 함께 YK스틸사회복지재단(62만4430주)으로 증여됩니다. 공익재단에게 가는 주식엔 상속·증여세가 과세되지 않습니다.
이후 11월에 또 오 사장의 주식 44만3641주(1.80%)가 2008년생 아들 오준환에게 증여됩니다. 결국 오 사장의 지분은 상속 전보다 줄었습니다.
오 사장은 받은 주식을 전부 재단에 증여해 상속세를 내지 않겠지만 재단 몫을 제외한 상속주식에 과세되는 세금만 해도 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번에 지급한 배당금은 총 144억8225만원입니다. 이것으로 상속세를 전부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배당을 크게 늘렸는데도 당기순이익 1256억원에 비하면 부담되지 않습니다. 배당에서 제외되는 자사주가 608만주, 거의 25% 지분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대한제강은 지난해 1월부터 3월 초까지 삼성증권을 통해 300억원 규모, 156만주를 취득했습니다. 평균 취득가격은 주당 1만9189원입니다. 이와 별도로 2월22일부터 한 달간 350억원 규모의 자사주도 평균 2만4200원에 사들였습니다.
이렇게 자사주가 많은데 또 150억원 규모 주식을 추가 매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엔 주식소각까지 진행할 예정입니다. 실제 주가에 따라 매입 수량은 달라지겠지만 발행주식 2464만주 중 5%가량의 주식이 소각될 경우 그만큼 주식가치는 높아지게 됩니다.
이런 내용을 보면, 대한제강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대주주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그 결과가 일반 소액주주들에게도 이롭다면 나쁠 것이 없습니다.
대한제강은 최근 회사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누는 인적분할을 추진했다가 주주들의 우려를 감안해 철회했습니다. 대한제강의 거버넌스 이슈는 현재진행형인 것으로 보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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