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지속가능한 성장을 바탕으로 ‘그린 인프라 디벨로퍼’를 향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겠다.”
지난해 11월 한화에 흡수·합병될 당시 김승모 한화 건설부문 대표가 내놓은 포부입니다. 프리미엄 주거 브랜드 ‘포레나’로 대표되는 주택사업과 화공·발전 플랜트 분야에 이어 풍력 에너지와 수처리 등 그린 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겠다는 복안입니다.
그러나 도급순위 13위 한화 건설부문의 본업 경쟁력은 악화된 상황입니다. 신규 수주가 줄어든 가운데 재고자산이 쌓인 데다 미분양과 부실시공 논란까지 빚어지며 주택부문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한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의 지난해 연결기준 재고자산은 총 6조5575억3400만원으로 전년동기(5조1670억원)에 견줘 26.9%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건설부문 재고자산은 1조805억9400만원으로 34.3% 뛰었습니다. 계정과목별로는 원재로·저장품이 7417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반제품·재공품(2087억원), 제품·상품(1106억원), 미착품(196억원·주문했으나 아직 도착하지 않은 원재료) 순으로 나왔습니다.
물론 재고자산 증가를 악재로만 볼 수 없습니다. 재고자산 증가는 단기적으로 매출원가를 낮춰 영업이익과 순익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다만 재고자산이 제때 매출로 전환되지 않을 경우 평가충당금이 계상돼 장기적으로는 수익성이 하락하고 운전자본의 부담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재고자산별 관리가 필요합니다.
특히 한화의 재고자산회전율 등 재고관리의 효율성을 보여주는 지표는 매우 부진한 실정입니다. 작년 말 기준 총자산대비 재고자산 구성비율은 3.1%로 1년 전(2.6%)보다 늘어난 반면 재고가 매출로 전환되는 속도(활동성)인 재고자산회전율은 4.4회에서 4.0회로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통상 회전율은 높을수록 현금흐름 개선에 도움이 되는데 재고가 쌓이는 상황에서 재고자산이 매출로 이어지는 속도는 늦춰진 것입니다.
그룹 재고관리지표 부진…미청구공사액도 '우려'
재고자산의 내역에도 불안 요인이 커 보입니다. 용지는 줄어든 반면 미완성주택이나 원재료 재고는 늘어난 양상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한화 건설부문의 경우 합병 이후 매출액을 제외하면 실적 등 별도 집계 내역을 세분화해서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별도 재무제표 내 주택건축 등 분양사업을 위해 구입한 토지(용지)를 보면 901억원에 그쳤습니다.
일반적으로 재고자산 내에 포함되는 용지의 경우 주택건축 등 디벨로퍼 사업을 위한 포석으로 읽히는데 한화건설의 용지는 2021년 말 2449억원에서 작년 상반기 2094억원으로 14.5% 감소했습니다.
(표=뉴스토마토)
반면 준공 후 미분양상태인 완성주택과 미완성주택은 각각 33억3000만원, 8억8000만원에 달합니다. 한화는 미분양된 주택의 건축원가는 완공 전까지는 미완성주택으로 인식하고, 완공되는 시점에서는 완성주택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2021년말 한화건설의 미완성주택은 1억원에서 작년 상반기 58억원으로 급증하기도 했습니다.
한화 건설부문은 작년 신규수주(4조6000억원)가 전년보다 32.4% 감소하는 등 건설업종 내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지 않았는데 기존 수주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금리인상에 따른 부담으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하면서 분양 일정을 미루고 재고로 쌓아둔 것으로 분석됩니다.
여기에 부실 시공과 미분양 문제도 터진 상황입니다. 오는 28일 입주를 앞둔 ‘전주 포레나 에코시티’의 경우 예비 입주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사전점검 과정에서 실내 시공이 마감되지 않거나 오물이 발견되는 등의 문제로 공분을 샀으며 지난해 준공된 ‘포레나 인천 미추홀’과 ‘포레나 루원시티’에서도 하자 문제로 민원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한화 실적 및 한화건설부문 수주현황.(출처=한화)
아울러 작년 초 공급한 서울 강북 ‘한화 포레나 미아’의 경우 고분양가 논란으로 1년 째 미분양을 털지 못했으며 경기 평택 화양지구에 공급중인 ‘포레나 평택화양’와 대전 ‘한화포레나 대전월평공원’도 주인을 찾지 못하고 미계약으로 남은 실정입니다.
한편 건설사의 잠재적인 부실 뇌관으로 꼽히는 미청구공사(계약자산) 역시 한화 건설부문의 발목을 잡는 요인입니다. 작년 말 한화의 별도 계약자산(미청구공사) 규모는 7412억9928만원으로 이 가운데 건설 부문 계약자산이 절반이 넘는 4709억7306만원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화의 계약자산은 건설부문이 포함되기 직전인 전기말(2277억원)과 비교해 225.5% 급증했습니다. 건설부문의 공사손실 충당부채잔액은 19억851만이며 이라크 비스마야 프로젝트를 포함한 매출액 5% 이상 수주 계약에 대한 미청구공사 금액은 2565억4654만에 달합니다.
한화 측은 "이라크 비스마야 대손충당금은 화폐의 시간가치를 고려한 현재가치평가손실로 미래 현금유입에 따라 변동된다"면서 "상계 전 미청구공사 금액은 506억8502만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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