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서울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들의 경쟁률이 상승하면서 조합원 보유 입주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상당한 프리미엄이 붙은 단지도 있지만 일반 분양가와 비슷한 시세의 매물도 찾을 수 있습니다. 자금에 여유만 있다면 일반 분양보다 좋은 조건의 아파트를 구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조합원들은 대개 좋은 동호수를 배정받고 각종 혜택도 무상 또는 저렴한 가격으로 누리기 때문입니다.
조합원 입주권 프리미엄 수억
7일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조합원들이 내놓은 입주권 매물 시세는 일반 분양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형성돼 있습니다.
전용면적 84㎡형의 경우 17억원대 초반부터 20억원이 훌쩍 넘는 가격대까지 다양합니다. 12억원 매물도 있으나 추가분담금 5억3000만원을 내야 하는 조건입니다. 즉 실제 호가는 17억3000만원인 셈입니다.
20억원을 제시한 한 매물은 4억7000만원의 이주비를 승계하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조합원이 이주비 명목으로 건설사로부터 해당 금액을 빌린 것으로, 매수자는 15억3000만원을 내고 물건을 매수한 뒤 입주할 때 4억7000만원을 대신 갚은 조건의 계약입니다. 이처럼 조합원 입주권은 동호수 뿐 아니라 각자의 처지에 따라 시세와 계약 조건이 전부 제각각입니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용 84㎡형의 분양가는 12억3600만~13억2040만원입니다. 작년 12월 초 분양 당시 뜨거웠던 고분양가 논란이 무색하게 상당한 프리미엄이 붙은 상황입니다. 아직은 실거래 기록이 없어 조합원들이 바라는 호가를 시장가격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지만, 눈높이가 높아진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지옥과 천당을 오간 올림픽파크포레온과 달리 정부의 1.4대책 덕분에 시장이 하락을 멈출 때쯤 분양한 영등포자이디그니티는 처음부터 호가가 높게 형성됐습니다. 전용 84㎡형 호가가 15억원대, 59㎡형은 12억원이 넘습니다. 매물도 많지 않고 분양가와 차이가 커서 의미 있는 가격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직 거래도 없습니다. 분양가는 각각 11억5150만~6430만원, 8억5800만~8억6900만원이었습니다.
정부의 1.4대책 발표 후 분양시장이 살아나면서 영등포자이디그니티는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같은 값이면 조합원 매물이 유리
이처럼 서울 핵심지역에서 일반 분양한 단지의 입주권 시세는 상당히 높게 형성돼 있습니다. 심지어 분양가를 10% 할인하고도 여전히 미분양인 평촌센텀퍼스트에서도 분양가보다 비싼 매물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과 달리 초기 시세가 매력적인 단지도 있습니다. 경기도 광명시에서 12월에 분양한 철산자이더헤리티지에서는 입주권 실거래가 나왔습니다. 구체적으로 2월에는 전용 59㎡형이 8억6000만원, 114㎡형이 12억원에 팔렸습니다. 3월엔 59㎡형이 7억6400만원, 8억1000만원에, 84㎡형은 10억1519만원, 114㎡형은 12억20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59㎡형 6억7600만~8억1000만원, 84㎡형 8억9500만~10억490만원, 114㎡형 10억530만~11억9900만원입니다. 조합원 입주권도 얼추 일반 분양가와 비슷한 가격대에서 거래가 이뤄진 것입니다.
하지만 실거래가가 분양가보다 싸다 비싸다 평가하기 어려운 것은 조합원 소유 물건은 일반 분양 물건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일단 동호수가 좋습니다. 정비사업장에서는 로열동, 로열층이라고 부르는 동호수를 조합원들이 선점한 뒤 남은 물건을 일반 분양에 내놓는 경우가 흔합니다. 철산자이더헤리티지에서는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선호도 높은 한 동 대부분을 일반 분양 몫으로 내주는 결정을 했으나, 청약자들에게 선호도가 높은 평형을 조합원이 가져간 건 변함이 없었습니다. 84㎡형과, 59㎡형 중 구조가 더 좋다고 평가된 B타입 물량은 일반 분양에 몇 가구 나오지 않았습니다.
또한 조합원들은 수분양자들이 유상으로 구입하는 옵션을 공짜 또는 저가로 서비스받기도 합니다. 발코니 확장, 중문, 마감재 업그레이드는 물론 시스템 에어컨, 냉장고, 인덕션, 식기세척기, 오븐 등 빌트인 가전까지 서비스 품목에 포함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발코니 확장이나 시스템 에어컨은 각각 1000만원 넘게 드는 옵션입니다.
따라서 조합원이 내놓은 입주권을 일반 분양가로 매수한다는 것은 좋은 동호수의 아파트를 내부 옵션까지 꽉 채워 사는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분양가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조금 비싼 조합원 입주권도 다 낫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강동구 길동 강동헤리티지자이에서는 지난 2월에 전용 49㎡형 입주권이 6억6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이곳에서는 59B타입만 6억5485만~7억7500만원에 일반 분양했기 때문에 절대비교할 수는 없지만, 각종 혜택이 포함된 49㎡형이 6억600만원이라면 비싸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분담금 증액 가능성 십분 고려해야
그렇다고 조합원 입주권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목돈을 한꺼번에 내고 사야 한다는 점입니다. 분양을 받으면 중도금을 나눠 내면 되지만 입주권은 집값을 한꺼번에 치러야 합니다. 아무래도 자금력을 갖췄거나 현재 보유한 집을 단기간 내에 팔 수 있는 수요자에게 한해 기회가 있습니다. 2~3년치 이자 등 기회비용도 따져봐야 할 부분입니다. 다만 조합원이 지원받은 이사비를 승계한다거나 추가분담금을 나중에 내는 물건을 선택할 경우 부담을 조금 줄일 수는 있습니다.
또 분담금이 예상보다 더 많이 발생할 위험이 있습니다. 현재 호가에 포함된 추가분담금은 어디까지나 분양할 당시에 산정한 가계산 금액입니다. 실제 분담금은 사업이 마무리된 후 재산정합니다. 이때 분담금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거래가에는 추가분담금이 반영되지 않는 점도 주의해야 합니다.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최근 조합과 시공사가 갈등을 빚고 있는 재건축·재개발 현장이 있다는 뉴스가 여러 차례 보도됐습니다. 충분히 우려할 요인입니다. 반대로 환수금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으나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초기 프리미엄이 낮게 형성된 단지도 저가 매물이 소화된 후에는 본격적으로 시세가 상승합니다. 전매제한 완화로 6개월 또는 1년 후에는 일반 수분양자들의 매물까지 시장에 나와 가격 경쟁을 하겠지만 그 가격이 지금보다 낮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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