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구부러진 것은 펴고 끊어진 것은 잇는다."
최종건 SK그룹 창업회장이 1953년 6·25전쟁으로 잿더미 속 폐허가 된 공장에서 손수 부품을 주워 재조립하며 한 일성이었습니다. SK 70년 역사의 시작이었는데요.
SK는 8일 창립 70주년을 맞습니다. 창립 70주년을 맞아 SK의 현재를 일군 창업·선대회장의 사업보국·패기·인간중심경영·국가경쟁력 강조 등 기업가 정신이 재조명 받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전쟁, 수출 활로 개척, 석유 파동, 국제통화기금(IMF) 경제 위기 등 격동의 시대에 맨손으로 사업을 개척했던 두 회장의 기업 활동은 반세기가 지난 현재에도 시대를 초월한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1969년 폴리에스터 원사 공장 준공식에서 최종건 창업회장(오른쪽 3번째)과 최종현 선대회장(오른쪽 2번째)
최종건 창업회장 "우리 용기로 뚫지 못할 난관 없다"
최 창업회장은 1953년 버려진 직기를 재조립해 선경직물을 창업했습니다. SK그룹에서는 이를 그룹 창립 시기로 보고 있습니다. 창업회장은 이후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가 새겨진 인견 직물을 최초로 수출했습니다. 그는 한국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평생 실천한 기업인으로 평가받습니다.
최 창업회장은 "회사의 발전이 곧 나라의 발전"이라면서 자신 세대들의 노력이 후대를 풍요롭게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 것으로도 회자됩니다. 또 "우리의 슬기와 용기로써 뚫지 못하는 난관은 없다"며 맨바닥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군 임직원을 격려한 일화 역시 유명합니다.
최 창업회장은 "돈으로 사람을 살 수 없다. 마음을 주고 사야 한다"고 언급해 왔는데요. 발전만이 미덕인 시대에 사람의 가치를 존중하며, 구성원의 복지 향상에 힘썼다고 SK는 전했습니다.
최종현 선대회장(왼쪽)이 1981년 내한한 야마니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가운데)과 논의하는 장면. 2차 석유 파동 당시 최 선대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돈독한 관계를 바탕으로 장기 원유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위기를 돌파한 바 있다.
최종현 선대회장 "첫째도, 둘째도 인간"…SK텔레콤 기틀 닦아
1973년 창업회장인 형의 유지를 이어 받은 최종현 선대회장의 경영 역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최 선대회장은 '10년 뒤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늘 생각해야 한다'는 평소 지론에 따라 정보통신 분야를 그룹의 미래 중점 사업분야로 정하는 기틀을 닦았습니다.
그는 미국에서 수학한 지식을 기반으로 '시카고학파'의 시장경제 논리를 한국식 경영에 접목시킨 당시 보기 드문 기업인인데요. 서양의 합리적 경영이론과 동양의 인간 중심 사상을 결합하여 SK 고유의 경영관리체계인 SKMS(SK Management System)를 정립했습니다. 회사가 이윤만을 추구하던 1970년대 시대상을 감안하면 혁신적인 경영 방식으로 평가받았습니다.
"기업 경영에서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첫째도 인간, 둘째도 인간, 셋째도 인간이다. 기업 경영에서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하는 것은 인간 위주의 경영이며, 이를 위해 사람을 사람답게 다룬다는 기본 원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는 최 선대회장의 어록은 재계에서 유명합니다.
"You(너)가 알아서 해"라는 어록처럼 자율성에 기반한 과감한 위임을 실천하기도 했습니다. 최 선대회장은 국내 최초 기업 연수원인 선경연수원 개원을 비롯해, 회장 결재칸과 출퇴근 카드 폐지, 해외 MBA 프로그램 도입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행보로 SK만의 독보적인 기업문화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인수시에 너무 비싼 값에 샀다는 여론에 최 선대회장이 "우리는 회사가 아닌 미래를 샀다"고 일축한 일화도 있습니다. SK그룹이 재계 서열 2위로 성장하기까지는 정유·에너지·정보통신·반도체·바이오 분야 등 핵심사업의 공이 컸는데요. 이 가운데 계열사 SK텔레콤의 성장성이 돋보입니다. 이는 30여년전 최 선대회장의 미래 산업 변화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이 낳은 성과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대한석유공사와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했을 때는 "임직원들의 삶의 터전을 희생시켜 가면서까지 경영에 보탬을 얻고자 하지는 않는다"며 임직원 전원을 고용 승계한 일화 역시 유명합니다.
최 선대회장은 늘상 "자율·창의·경쟁을 바탕으로한 시장 경제의 원리를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 경제를 정상적으로 키우고 나라를 살찌우는 근본"이라면서 국가경쟁력 제고에 평생을 힘쓴 것으로도 회자됩니다.
최태원 SK회장(사진=대한상공회의소)
최태원 회장 "국가 경제 위해 고민"…"선대 도전 정신 SK 70년 동력"
두 회장의 경영철학은 최태원 회장에게 이어졌습니다. 최 회장은 2021년 대한상의 회장에 추대됐을 당시 "국가경제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최근에는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과 글로벌 경제 협력 등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SK는 이에 대해 "기업의 포트폴리오를 과감하게 조정하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인재 양성에 힘쓰는 것도 SK전통을 계승한 결과"라고 자평했습니다.
SK그룹은 창간 70주년을 맞아 최종건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 형제의 어록을 담은 '패기로 묻고 지성으로 답하다'를 발간했습니다.
최 회장은 발간사를 통해 "창업회장과 선대회장의 삶과 철학은 단지 기업의 발전에 머무르지 않았다"며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향해 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이어 "선대의 도전과 위기극복 정신이 앞으로 SK 70년 도약과 미래 디자인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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