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전기차 세액 공제 잠정 세부 지침에 K배터리 업계가 일단 한숨을 돌렸지만 과제는 여전합니다. 가장 먼저 중국산 광물에 의존도를 낮추는 탈 중국이라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압도적인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도록 핵심 광물 공급처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또한 한중일 3국이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일본 배터리가 K배터리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게 된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중국 역시 IRA우회로로 미국 진출을 노리고 있어 이에 따른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보고금 지급 관련 세부 지침은 업계가 예상한 수준에 그쳐 다행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다만 당장에 2025년에는 중국산 광물 사용이 금지돼 공급망 다각화라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높은 중국산 광물 의존도…탈중국 시급
현재 K배터리 산업의 중국산 광물 의존도는 60%에 육박할 정도로 높습니다. 코발트(64%), 흑연(70%) 등 광물의 중국 의존도가 절반 이상으로 집계됩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업계 주력 제품인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주로 쓰이는 수산화리튬의 중국 수입 의존도는 작년 90%에 육박했습니다. 5년 전인 2018년에만 해도 64.9%에 그쳤지만 해마다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이에 따라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다각도로 방안을 찾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은 "배터리 핵심 광물의 상당 부분을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IRA 및 시행지침의 혜택이 한시적임을 확인한 만큼 체계적인 공급망 전환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다행히 2년이라는 유예기간을 벌게 돼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면서 "배터리 업계에서도 그간 미국, 호주나 칠레 등으로 광물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K배터리.(사진=연합뉴스)
FTA 미체결국 일본도 한국과 같은 혜택…"동일 경쟁 지켜봐야"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이 아닌 일본이 막판에 IRA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결정되면서 일본 배터리 업체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해진 것도 K배터리 업계의 과제가 됐습니다. 일본의 경우 배터리 업체인 파나소닉이 수혜를 입게 된다는 관측이 나오는데요.
앞서 미국 재무부는 IRA 세부지침에서 일본을 핵심광물 원산지 조달국에 포함시켰습니다.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면서 일본에 FTA 체결국과 동일한 지위를 부여한 겁니다. 이에 따라 일본 파나소닉 배터리는 7500달러 보조금을 모두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한중일 3국 중 유일하게 미국과 FTA 체결국인 한국의 강점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비FTA 국가 배터리 업체들이 우리 업체들과 동일한 경쟁을 하게 됐다는 점은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한중일이 경쟁하는 체제인데 중국은 국내시장 위주고, 일본 배터리는 파나소닉이 업체 중 유일하게 10위권"이라며 "파나소닉이 테슬라에만 공급하기 때문에 실제로 K배터리가 받는 타격은 적을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주 정부는 포드와 중국의 CATL의 합작공장 프로젝트 관련 부지 조성에 쓰일 보조금 지급을 승인했는데요. 중국을 배터리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IRA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향후 IRA 변칙이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의 미국 진출도 성사될 것이란 우려도 커졌는데요. 이로써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두고 한중일의 시장 쟁탈전이 한층 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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