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한바퀴)어느날 갑자기…‘300조 투자’ 수혜단지로 깜짝 변신
용인e편한세상한숲시티, 반도체 클러스터 10분 거리
‘억’ 호가 급등에 3월계약 줄줄이 취소…‘허가제’ 일부 국평 갭투자 불가
2023-03-30 02:00:00 2023-03-30 02: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에 위치한 6800세대 대단지 용인 e편한세상한숲시티는 2019년 1월에 <동네한바퀴>에 소개한 아파트입니다. 주변엔 산과 밭, 크고 작은 공장들과 물류센터밖에 없어 섬 같은 곳이라고 표현했는데 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합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이곳이 부동산 앱 호갱노노에서 며칠 연속으로 실시간 조회수 1위를 기록했습니다. 정부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 발표 때문입니다. 
 
4년 전에 한숲시티를 취재한 이유도 반도체였습니다. 한숲시티에서 차량으로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원삼면에 SK하이닉스가 공장을 짓겠다고 했습니다.
 
이번엔 삼성전자가 300조원을 투자해 남사읍과 이동읍 일대에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합니다. 후보지는 한숲시티에서 차로 10분도 안 걸리는 옆 동네입니다. 해당 지역에는 반도체 단지를 반대한다는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있지만, 아파트 가격은 솟구쳤습니다.
 
용인e편한세상한숲시티는 여전히 섬처럼 홀로 서 있습니다. (사진=김창경 기자)
 
한숲시티 주변에는 물류창고와 공장들이 많습니다. 사진은 한숲시티 인근에 위치한 쿠팡 남사냉장물류센터. (사진=김창경 기자)
 
한숲시티 육교에서 바라본 3단지(왼쪽)와 4단지(오른쪽). 각각 한숲중학교, 남사스포츠센터와 남곡초등학교를 품고 있습니다. (사진=김창경 기자)
 
호가 1억 뛰었는데 3000만원 배상쯤이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대단지답게 한숲시티에서는 올해 많은 실거래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15일 정부 발표 직후 취소되는 건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단지, 평형 가릴 것 없이 난리입니다. 
 
전용면적 84㎡형을 예로 들면 3억원대 중반에서 체결된 계약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그럴 만한 것이, 정부 발표 후 곧바로 호가가 1억원 뛰었으니까요. 집주인으로선 3000만~4000만원 계약금을 배로 물어줘도 취소하는 게 당연해 보입니다. 처음엔 3건 취소가 뜨더니 날이 갈수록 취소를 의미하는 빨간 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숲시티 2단지 전용 90㎡형 아파트를 3억6000만원에 넘긴 집주인도 계약을 취소할까 고민이 클 것 같습니다. 다만 2단지와 3단지는 남들과 조금 다른 입장이라 취소 결정이 쉽지는 않을 겁니다. 
 
정부는 이번 발표와 함께 남사읍과 이동읍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습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에서 집을 매입하면 반드시 실거주해야 합니다. 
 
납사읍은 근처에 직장이 있거나 동탄, 평택 쪽으로 출퇴근하지 않는 이상 실거주하기가 만만치 않은 곳입니다. 쿠팡물류센터 등 대기업 물류창고와 중소기업들이 산재해 일자리가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서울에 직장이 있다면 출퇴근에 2시간은 족히 걸립니다. 당연히 이곳 집주인 중에는 갭투자를 한 외지인이 많습니다. 이들에게 2년 실거주 의무는 너무 높은 진입장벽입니다. 게다가 용인시 인접지 주민만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단, 실거주 의무가 등기부상 대지지분 60㎡ 이상 주택에 적용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e편한세상한숲시티 6개 단지의 40평대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또, 전용면적 84㎡형 중에서도 2단지와 4단지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다른 단지보다 대지지분이 많은 것은 장점인데 이런 경우엔 진입장벽이 되기도 합니다. 물론 이보다 작은 평형은 거래에 제한이 없습니다. 남곡초등학교와 남사스포츠센터를 품고 있는 4단지에서는 전용 59㎡형이 있는 401동과 402동만 갭투자가 가능합니다. 
 
그럼에도 갭투자가 불가능한 4단지의 전용 84㎡형 중에서 취소계약이 나온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체 시세가 크게 오르면 더 좋은 가격에 실거주가 가능한 매수자에게 넘길 기회가 있을 거라 예상한 것 같습니다. 
 
호수와 남사도서관이 내려다 보이는 5단지 동호수들의 시세가 조금 더 높게 형성돼 있습니다. (사진=김창경 기자)
 
한숲스트리트(상가)가 있는 동은 소형 평형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한숲시티 내 학원이 부족해서인지 공부방으로 활용되는 곳이 많이 보입니다. (사진=김창경 기자)
 
아파트 입주를 시작한 지 5년이지만 아직도 공실인 상가가 많습니다. 4단지 앞의 단독 상가는 대부분 비어있습니다. (사진=김창경 기자)
 
한숲시티 주변에는 대형마트가 없습니다. 대신 GS더프레시 매장이 세 곳 입점해 있습니다. (사진=김창경 기자)
 
한숲시티 벗어나면 ‘휑’…반도체단지가 한계 넓혀줄까?
 
호가는 단숨에 1억원이 뛰었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신고가는 아닙니다. 전국 부동산 시장이 달아올랐던 2021년과 2022년 초엔 5억원대 초중반에 거래된 건도 많습니다. 최고가 기록은 2022년 5월 6단지에서 나온 6억원입니다. 그래서인지 한숲시티 주민들은 최근의 상승을 시세 회복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합니다. 
 
호가 조정 후 현재 매물가격은 전용 84㎡ 기준 4억5000만원 정도에서 출발합니다. 주로 전세를 낀 갭투자 물건으로 2억5000만원 정도 전세보증금이 설정돼 있습니다. 최근 전세가가 2억2000만~2억3000만원으로 떨어져, 전세 만기가 돌아오면 수천만원을 돌려줘야 하는 역전세 물건이죠. 하지만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집을 매입해 세를 놓는 경우보다 당장 투입할 자금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집주인 거주 매물 호가는 이보다 높습니다. 상가와 도서관에서 가깝고 호수 조망이 가능한 5단지 84A 매물은 5억원 부근에 호가가 형성돼 있습니다. 참고로 84㎡형 중에서는 4베이 판상형인 A타입과 C타입 선호도가 높은 편입니다. 
 
한숲시티에서는 소형 평형이 더 인기가 더 많다고 합니다. 가계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젊은 부부들이 많아서일 겁니다. 59㎡형 호가는 약 4억원으로 84㎡형 저가 매물과 크게 차이나지 않습니다. 전세 시세는 1억7000만~1억8000만원입니다. 
 
한숲시티를 관통하는 도로 한숲에비뉴 옆 전면동엔 전용 44㎡형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방 2개 소형평형이 공부방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매매가는 약 3억원, 전세가는 1억6000만원입니다. 59㎡형과 전세가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남곡초등학교 하교 시간엔 자녀를 마중 나온 엄마들이 많습니다. 손주를 기다리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도시 전체가 젊다는 의미일 겁니다. 이렇게 한숲시티 거리는 생동감이 넘치는 곳이 됐지만, 지난 4년간 새로 생긴 건물이라곤 처인고등학교가 유일할 정도로 도시의 확장성엔 한계가 있습니다. 처인고 옆 조합환지분 대지에 900세대 아파트가 들어선다는데 언제 분양할지 알 수 없습니다. 
 
초등생 자녀를 키우기엔 좋아도 중고생 특히 고등학생 대상 학원은 부족합니다. 도시 밖으로 나가는 학원 차량도 없습니다. 모든 걸 한숲시티 안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이 한계를 깨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900세대를 추가 분양할 경우 남곡초와 한숲중학교는 과밀학교가 됩니다. 이를 막기 위해 1단지 앞 부지에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세울 예정입니다. (사진=김창경 기자)

지난 4년 동안 이곳에서 새로 생긴 건물은 처인고등학교밖에 없습니다. 학교 앞으로 900세대 규모 아파트가 들어서게 됩니다. (사진=김창경 기자)
 
한숲시티 주민들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 발표에 환호하고 있지만, 후보지인 이동읍 덕성리와 시미리 곳곳엔 강제수용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사진=김창경 기자)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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