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주총시즌을 맞아 소액주주들의 반란이 거셉니다. 오랫동안 참았던 울분을 주주환원책 요구 등으로 쏟아내고 있습니다. 광주신세계도 그중 한 곳입니다.
광주신세계는 오늘(22일) 오전 9시에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합니다. 주총을 앞두고 광주신세계 지분 1%를 확보한 개인투자자 한 명이 배당금 증액 등을 포함한 주주제안을 제출한 상태라 그 결과가 주목됩니다.
개인투자자 김남훈 씨는 자칭 ‘광주신세계 소액주주 권리 찾기 운동’의 이름으로 일찌감치 지난해 12월 광주신세계 측에 현금배당과 분리선출 감사위원인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담은 주주제안을 제출했습니다.
소액주주 3750원 배당 요구에 “2200원만”
그는 주주제안을 한 배경으로 지난 2021년 9월 정용진 부회장이 보유 중이던 광주신세계 주식지분을 최대주주인 신세계가 취득하는 과정을 문제삼았습니다. 당시 신세계는 83만3330주에 달하는 주식을 인수하면서 경영권 프리미엄 명목으로 시가 22만8500원(액면분할 후 기준 4만5700원)에 20%의 프리미엄을 얹어 주당 27만4200원(액면분할가 5만4840원)을 정 부회장에게 지급했습니다.
하지만 이 정 부회장의 엑시트 소식이 알려진 직후부터 광주신세계 주가가 급락하는 등 논란이 생겼습니다. 그 이후로 광주신세계 주가는 변변한 상승 없이 줄곧 하락했습니다.
일반 주주들은 특정인의 주식만 비싸게 사주고 그로 인해 주가마저 하락했으니 울화통이 터질 수밖에 없습니다. 외국에서는 이런 경우 일반 주주들에게도 동일 가격에 매도할 기회를 주지만 국내엔 그런 의무가 없어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한국 증시의 여러 거버넌스 이슈 중 하나입니다.
결국 이번 주주제안은 그에 대한 보상을 배당 등으로 요구한 셈입니다. 소액주주 측은 주주제안서에서 “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호를 요구했음에도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1주당 3750원의 현금배당과 사외이사 자리를 요구했습니다. 후보는 배일성 서원회계법인 이사를 추천했습니다. 또한 신세계에 지급하는 경영수수료 계약 기존 순매출액의 1.3%에서 2.0%로 크게 인상된 데 대해서도 이사회의 결정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제안이 주총에서 통과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최대주주인 신세계의 보유지분율이 62.5%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감사위원 선임 안건의 경우 ‘3% 룰’이 적용돼 소액주주 측이 추천한 인사가 통과될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광주신세계도 주주들의 불만이 크다는 점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소액주주들이 요구한 만큼은 아니지만 배당금을 증액해 주당 2200원을 지급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사측은 소액주주 측의 3750원 배당 요구에 대해 기업가치 및 전체 주주 이익 증대를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2200원 배당도 2021년 10월5일에 공시한 배당정책(1차년도 당기순이익의 20% 이상)보다 5.8% 상향한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또 광주 아트&컬쳐파크 개발이 예정되어 있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임을 강조했습니다. 광주신세계의 최근 3년간 영업현금흐름 창출 규모(평균 680억원)를 고려할 때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한데 조달비용이 크게 상승했다며, 현재 주주환원 수준을 유지하면서 유보자금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만약 소액주주들의 요구대로 주당 3750원을 배당할 경우 매년 300억원이 소요돼 현재 보유현금과 향후 투자 규모를 고려하면 현금흐름 부족이 예상된다는 겁니다.
또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 4만2810주를 내달 25일자로 전량 소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자사주 소각이라고 해봤자 전체 주식의 0.51%에 불과해 생색내기 수준이지만 주주환원책인 것은 맞습니다.
사실 2200원만 배당해도 2022년 배당수익률은 6.88%를 기록하게 됩니다. 지금 주가로 매수해 내년에도 같은 금액을 배당한다면 6.51%의 배당수익률이 예상되는, 결코 적지 않은 주주환원책입니다.
알짜백화점 키우면 실적도 점프
광주신세계 주주들에게는 이번 배당금이 3750원이냐 2200원으로 결정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백화점 건물 신축입니다. 사측이 큰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한 대규모 투자입니다.
현재 광주신세계 백화점은 광주시 광천동 광천사거리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광주종합버스터미널 옆입니다. 백화점이 있는 땅은 금호고속 소유로 지난 2013년에 5200억원 보증금을 내고 20년 임차계약을 맺었습니다. 즉 앞으로 10년 더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광주신세계는 계약이 끝나기 전에 백화점을 옆으로 옮겨 새로 지으려고 합니다. 이마트와 주차장 부지를 합쳐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에 견줄만한 지하 6층, 지상 7층 연면적 24만8000㎡ 규모의 대형 쇼핑센터로 신축한다는 계획입니다.
문제는 이 일대 교통량이 하루 14만대에 이를 정도로 많아 계획대로 백화점이 들어설 경우 광천사거리 교통체증을 유발한다는 것이죠. 광주신세계는 회삿돈으로 지하차도를 건설해 교통량을 분산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또 현재 이마트와 주차장 사이의 도로가 광주시 소유인데 부지를 합쳐서 건물을 지을 경우 도로가 사라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광주신세계는 대체도로를 제안했으나 특혜 논란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신축 백화점 예정지 바로 옆 금호월드 쇼핑센터 상인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일단 광주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지난 1월 ‘재자문’ 결론을 내렸습니다. 더 나은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만약 심의를 통과한다면 광주신세계는 지금보다 한두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됩니다. 광주신세계는 지난해 1849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습니다. 절대규모는 크지 않지만 이를 영업면적당 매출로 볼 경우 국내 3대 백화점 본점을 뛰어넘어 전국 선두권입니다. 또한 2017년 이후 6년 연속으로 30%대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만큼 마진율도 높습니다. 그야말로 알짜 백화점이라서 규모를 키울 경우 실적이 단숨에 한 단계 점프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광주신세계는 요즘 트렌드에 맞는 백화점으로 꾸밀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광주신세계의 시가총액은 약 2700억원입니다. 다른 자산 볼 것 없이, 금호고속에게 맡긴 보증금 5200억원의 절반에 불과한 저평가 주식입니다. 매년 벌어들이는 순이익이 400억, 500억대에 달합니다. 신축 백화점 공사가 언제 시작될지, 언제부터 영업할 수 있을지 아직 알 수 없지만 그때까지 배당금 받으며 기다리는 장기투자용으로 안성맞춤인 종목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