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에스엠 경영권이 카카오엔터로 넘어가며 지분경쟁은 일단락됐지만 에스엠 투자자들은 달갑지가 않습니다. 주가가 약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15만원 공개매수가 약속돼 있는데도 주가는 11만원에 근접한 상황입니다. 지금도 이런데 공개매수 후엔 어떨지 걱정이 많습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스엠은 11만3000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지난 12일 하이브가 에스엠 인수절차를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한 후 5영업일 만에 23.5%나 추락한 것입니다.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주가 상승 기대감이 사라진 영향입니다.
증권사 목표가 14만5000원
그러나 하이브의 포기로 경영권 분쟁이 종식된 후 증권사들은 일제히 에스엠의 목표가를 높였습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SM 경영권 인수에 성공함으로써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를 격상시킬 것”이라며 이들의 음반 판매량 규모 총합 등을 고려하면 업계 내에서 1위에 버금가는 위치를 확보하게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에스엠의 목표가를 14만5000원으로 높였습니다. 라이크기획으로 빠져나가던 수수료를 제거한 것 외에도 지배구조 개선이 예상된다는 점, 또 멀티레이블 시스템 도입에 따른 아티스트 가동률 상승과 신인그룹 데뷔 주기 단축, 하이브와의 플랫폼 협력을 통한 2차 판권 매출 성장을 예상했습니다. 하나증권은 올해 에스엠의 영업이익(연결)을 1600억원 안팎으로 예상했습니다.
박다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비슷한 근거를 들어 영업이익을 기존 1453억원에서 1582억원으로 높였습니다. 박 연구원은 “SM 3.0의 본격 실행과 최대주주 변경에 따른 펀더멘털 개선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당사자인 에스엠은 한술 더 떴습니다. 하이브의 공격이 거셀 때 개설한 ‘Save SM 3.0’ 홈페이지를 통해 올해 27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2025년까지 주가를 36만원에 올려놓겠다는 목표도 밝혔습니다.
다른 증권사들은 에스엠 주가보다는 에스엠을 품은 카카오엔터 쪽에 관심이 많아 보입니다.
증권업계와 사측은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는데 당장 에스엠 주주들은 고민이 깊습니다. 16만원대까지 올라섰던 주가가 11만원까지 급락했는데 희망찬 먼 미래가 눈에 들어올 리 없습니다. 무엇보다 26일 종료되는 공개매수와 그 이후의 주가 향방이 관심사입니다. 지금 주가로 주식을 매수해 공개매수를 신청할 경우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지 따져보는 과정에서 에스엠의 단기간 전망이 예상됩니다.
(자료=Save SM3.0 갈무리)
공개매수 후 9만원대 추락 가능
에스엠의 전체 발행주식수는 2381만401주입니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이중 35% 지분에 해당하는 833만3641주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신청주식을 전량 사주면 좋을 텐데, 신청주식수가 공개매수 주식을 초과할 경우 안분비례 방식으로 매수할 예정입니다. 안분비례란 공모주식 청약 때처럼 경쟁률에 따라 매입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얼마나 많은 주식이 공개매수에 참여하는지가 핵심입니다.
현 최대주주인 하이브가 보유 중인 주식은 375만7237주, 지분율 15.78%입니다. 투자자들은 하이브의 공개매수 참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하이브가 참여하면 경쟁률은 치솟을 겁니다.
이수만 총괄의 주식은 86만8948주(3.65%)입니다. 하이브는 중도포기했지만 둘 사이의 잔여주식 매입 계약 옵션은 유효해 이 주식은 공개매수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 자사주(신탁) 24만1379주도 빠집니다.
또 다른 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은 지분 매입 경쟁으로 주가가 오르는 사이 주식을 대거 처분해 지난 3일 기준 102만8309주(4.32%)로 줄었다고 공시했습니다. 5% 공시 의무가 사라져 그 이후에도 추가 매도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쨌든 이 주식은 국민연금이 갖고 있든 일반 투자자에게 갔든 공개매수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주식입니다.
따라서 전체 발행 주식 중 하이브와 이수만 총괄이 보유한 주식과 자사주를 뺀 나머지 1894만2837주가 공개매수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현재 에스엠 주가와 공개매수가격이 크게 벌어진 상태라 공개매수가 무엇인지를 모르거나 깜빡 잊은 투자자만 아니라면 모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1894만2837주가 모두 공개매수에 응할 경우 경쟁률은 2.27대 1입니다. 즉 현재 에스엠 주식 100주를 보유하고 있다면 44주만 15만원으로 카카오에게 넘길 수 있고 56주는 남게 됩니다. 에스엠을 11만원에 매수한다고 가정할 경우 44주는 각 4만원의 차익을 얻겠지만 56주의 앞날은 불확실합니다.
또한 공개매수는 장외거래라서 22%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됩니다. 차익 4만원에서 세금 8800원을 공제한 세후수익은 3만1200원, 44주이므로 137만2800원입니다. 나머지 56주를 8만5486원에 팔아도 투자원금은 지킬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를 거꾸로 풀이하면 공개매수 후 주가가 그만큼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지배-자회사 동시상장 디스카운트
위의 산식은 하이브가 공개매수에 참여하지 않을 거란 전제에 따른 것입니다. 만약 투자자들의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하이브까지 공개매수를 신청한다면 경쟁률은 2.72대 1로 상승해 주가 하락 압력은 더욱 커지게 됩니다.
따라서 공개매수 직후 추가 하락도 예상이 가능합니다. 최근 11만원대에 매수한 투자자들은 공개매수 신청 후 9만원 이상 주가에서 매도하면 수익이기 때문에 매도 압력이 커지게 됩니다.
주가 하락을 예상해 공매도했던 주식의 숏커버링을 기대해볼 수도 있겠지만 더 하락한 후에 매수해도 늦지 않으니 당장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에스엠 인수로 카카오엔터의 상장 가능성이 커진 것도 에스엠에겐 달갑지 않은 일입니다. 국내 증시에서 지배회사와 자회사의 동시 상장은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카카오엔터가 상장할 경우 지배구조에 있는 카카오-카카오엔터-에스엠이 모두 상장사가 됩니다. 에스엠의 손자회사 디어유, SM C&C도 있습니다. 카카오엔터가 에스엠과 합병하며 우회상장하는 방법이 있으나 전문가들은 덩치 차이가 커서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공개매수 직후에도 10만원 이상을 유지할 거라 확신하는 투자자에겐 현재 주가는 매력적인 투자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공개매수 이벤트보다는 멀리 내다봐야 합니다. 에스엠이 증권사들이 예상한 실적과 목표가를 달성할 수 있을까요? SM 3.0 전략이 기대만큼 큰 숫자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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