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아파트는 동부이촌동 진입을 노리는 실수요자들이 가성비로 꼽을 만한 단지입니다. 초역세권의 2036세대 대단지 아파트를 15억원대에 진입할 수 있으니까요. 단, 전용면적 84㎡인 33평형 ‘국평’은 어렵고 25평(전용 59㎡)형이 가능합니다. 15억원도 상당히 부담스러운 것은 분명하지만 용산공원과 한강공원 주변 단지를 15억원으로 노릴 수 있는 것도 지난해부터 이어진 하락장 덕분입니다.
한가람아파트의 생활환경은 매우 좋은 편입니다. 단지 뒤편엔 지하철 4호선과 경의중앙선 환승역인 이촌역이 있습니다. 경의중앙선이 지상철이다 보니 역사 옆동 주민들은 어느 정도 소음을 각오해야 합니다. 그래도 지하철은 조금 외진 듯한 느낌의 동부이촌동에 꼭 필요한 교통수단이어서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큽니다.
신사역에서 끊긴 신분당선을 용산역으로 연장하는 방안도 관심사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역이 들어선다는데 지역주민들은 이촌역 경유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만약 기존안대로 확정돼도 한가람 주민들에겐 좋은 일입니다. 새로 생기는 역이 이촌역이 아니어도 걸어다닐 수 있으니까요. 그 말은 국립중앙박물관과 용산공원도 걸어 다닌다는 뜻입니다. 한가람아파트 주민들은 언제든 이촌한강공원과 용산공원을 산책할 수 있는 곳에 살고 있습니다.
단지 옆에 신용산초등학교와 용강중학교가 있고 단지와 학교 사이의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도 많아 활기찬 동네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다만 학원가가 형성되지 않아 초등생 자녀들은 보습학원이나 과외 중심으로, 중·고등학생들은 학원 차량을 이용해 멀리 강남권으로 다니는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촌역 앞 한가람 아파트. 대단지 역세권 아파트이면서도 다른 아파트들보다 시세가 조금 낮아 가성비 아파트로 꼽힙니다. (사진=김창경 기자)
리모델링을 진행 중이지만 안전진단 통과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어서 예상대로 2024년에 이주할 수 있을지알 수 없습니다. (사진=김창경 기자)
이촌로 건너편에 한강맨션 아파트가 있습니다. 이 지역 대장 아파트입니다. (사진=김창경 기자)
리모델링 확정…2년 후 이주 가능할까?
강남 재건축을 대표하는 후보가 압구정 현대아파트라면, 강북엔 이촌한강맨션 아파트가 있습니다. 요즘 같은 시장 분위기에도 88㎡(전용 87㎡) 시세가 34억~35억원을 호가하는 대장입니다.
한가람은 이 한강맨션과 이촌로를 사이에 두고 있습니다. 한강맨션은 사업성이 뛰어나 재건축할 경우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예정입니다. 같은 생활권을 누리는 한가람이 15억원이라면 조금 다르게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또 한가람 주민들도 리모델링을 추진 중입니다. 한가람아파트는 오래 전 공무원아파트를 재건축한 단지입니다. 1998년에 준공했으니 재건축한 지도 오래 지났죠. 그래서 2021년 12월에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했습니다.
한강맨션처럼 재건축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겠지만 여건이 허락지 않습니다. 과거 재건축 당시 용적률을 358%로 대폭 끌어올렸기 때문입니다. 또 한번 재건축을 시도하려면 서울시로부터 많은 혜택을 끌어내야 하는데 현실성이 낮습니다. 결국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지하 3층~지상 22층 19개동 2036세대를 지하 6층~지상 23층, 35층 2281세대로 늘릴 계획입니다. 늘어나는 245세대는 일반분양할 예정입니다. 시공은 GS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따냈습니다.
평수를 조금씩 넓힐 계획이라서 추가분담금이 적지 않습니다.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지금 기준으론 세대당 3억~4억원 정도를 추정하고 있습니다. 사업이 늦어질수록 분담금이 더 많아질 가능성도 있어 지금 추정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 지도 모릅니다. 2024년 이주, 2029년 입주가 목표인데 이주 단계부터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입주까지 10년을 예상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단지 뒤편으로 경의중앙선 이촌역 역사와 철길이 있습니다. 인접한 동들은 소음을 감수해야 합니다. (사진=김창경 기자)
한가람아파트와 자주 비교되는 한강대우아파트. 준공이 2년 늦고 계단식이어서 약세장에서는 시세가 조금 더 높게 형성됩니다. (사진=김창경 기자)
84㎡형과 시세차 최대…지금이 적기
현재 한가람에서 나온 25평(전용 59㎡형) 매물은 15억원 정도에 형성돼 있습니다. 14억5000만원 매물도 있는데 저층입니다. 호가가 15억원이지만 약간 인하 조정할 여지는 있습니다.
이에 비해 33평(전용 84㎡) 호가는 차이가 꽤 벌어집니다. 그나마 싼 매물이 19억원입니다. 지난 1월 실거래가 17억5000만원이 올라 있지만 중개업소에서는 특수물건으로 추정한다며 정상 시세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사실 33평은 거래가 적어 참고할 만한 가격이 없습니다. 17억5000만원 실거래 직전이 작년 2월 24억원 단 한 건입니다. 이것이 최고가였습니다. 그러니 현재 19억원 매물이 계약 체결된다면 정상 시세가 20억원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 됩니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평상시에도 두 평형의 시세는 3억~4억원 정도 벌어졌다고 합니다. 즉 지금은 25평형이 조금 더 저렴한 시기인 셈입니다. 참고로 25평은 복도식, 33평은 계단식입니다.
한가람과 비슷하게 거래되는 한강대우아파트의 81㎡(전용 59㎡) 매물이 16억원부터 나와 있는 것을 봐도 그렇습니다. 한강대우는 평소 한가람과 비슷한 시세를 형성하다가 하락장에서 1억원 정도 벌어진 상태입니다.
한강대우는 2000년에 준공했고 공급면적은 24평이지만 계단식이라 한가람보다 실평수가 조금 더 큽니다. 지하주차장과 엘리베이터로 연결된 점도 한가람보다 낫습니다. 반면 역과의 거리는 한가람보다 멀고 뻥 트인 뷰가 아닌 동이 많다는 것은 단점입니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투자를 위해 매수한다면 한가람을 15억원 호가에서 1000만~2000만원 정도 조정해 사는 것이 좋다”며 “2년 안에 전고점까지는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한가람 전용 59㎡형의 최고가는 2021년 10월에 기록한 19억원입니다.
25평대 매물도 14억원대가 몇 채 있었지만 최근 실거래가 이뤄지고 또 가계약금이 입금되면서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이거나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입니다. 15억원에 나온 매물 몇 개를 갖고 가격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인 겁니다.
단기 매매차익 목적이 아닌 이상, 지금 한가람 전용 59㎡형 매물을 15억원 주고 매입하는 것은 나중에 수억원의 분담금도 감수하겠다는 뜻입니다. 이촌동의 20억 신축을 할부로 나눠서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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