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모두가 서울 입성을 꿈꾸지만 서울 사람도 인정하는 경기도의 두 도시, 과천과 판교입니다. 특히 판교는 테크노밸리라는 일자리가 모여있어 그곳 직장인들에겐 1순위 거주지로 꼽힙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장인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신분당선을 이용하면 판교역에서 강남역까지 불과 15분 거리니까요. 집에서 판교역까지, 강남역에서 직장까지 얼마나 걸리느냐에 따라 출퇴근 시간이 결정될 겁니다.
판교의 대장 아파트는 현대백화점 맞은편의 판교푸르지오그랑블입니다. 제일 작은 평형이 121㎡(전용면적 97㎡)형인 대형 평형 단지로 현재 시세는 23억~24억원, 웬만한 서울 아파트보다 비싸서 엄두가 안 나는 곳이죠. 이 가격도 30억원을 넘었던 최고가에 비하면 많이 하락한 것입니다. 비교단지인 그 옆 알파리움도 큰 차이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현대백화점의 맞은편, 낙생육교를 건너면 나오는 백현마을 5단지, 6단지, 7단지로 가면 되니까요. 세 단지가 모두 2009년 10월, 11월에 준공했고 평형도 전용면적 84㎡, 74㎡형으로 같아 함께 취급됩니다.
세 단지가 만나는 중심에서 판교역 3번 출구까지 대략 500m, 10분 정도 걸으면 되는 역세권입니다. 단지의 북쪽에 현대백화점과 판교역이 있다면 남쪽 길 건너엔 신백현초등학교와 신백현중학교가 있습니다. 그 뒤편이 백현동 카페거리고요. 단지 서쪽엔 판교어린이도서관이 자리 잡고 있으며 동쪽으로 분당-내곡간 도시고속화도로가 지납니다. 판교IC도 가깝죠. 입지는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판교 백현마을 5단지(왼쪽)과 6단지. 두 단지 사이의 산책로 맡으로 신분당선이 지납니다. (사진=김창경 기자)
낙생육교를 건너면 바로 현대백화점 판교점(오른쪽)이 나옵니다. 여기에서 조금 더 걸으면 판교역입니다. (사진=김창경 기자)
선호도 높은 A타입 세대수 적어
판교푸르지오그랑블에 비해 백현 5·6·7단지는 현실적으로 접근 가능한 가격입니다. 올해 전용 84㎡형 실거래가가 15억원대에 올라와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15억1000만원, 15억5000만원, 15억8000만원 세 건이 거래됐습니다. 14억4000만원 거래도 한 건 있지만 1층이었어요. 15억원대 급매물이 거래된 뒤로 지금은 16억대 중반에서 17억원대에 호가가 형성돼 있습니다. 이 평형의 최고가는 지난해 기록한 20억원이었습니다.
백현 5·6·7단지는 평형이 다양하고 남달라서 가격만 보고 접근했다간 후회할 수 있습니다. 타입별 선호도가 다르고 시세에도 반영되기 때문이죠.
일단 다른 곳에도 흔한 A타입은 일반적인 판상형과는 다르게 생겼습니다. 방 3개가 거실과 나란히 전면으로 배치된 4베이 구조인데 주방 옆에 발코니 공간이 있습니다. 대부분 방과 주방 발코니는 확장해 사용 중입니다. A타입은 5단지에 98세대, 6단지에 34세대가 전부입니다. 7단지엔 아예 없고요. 총 1444세대 중 132세대에 불과합니다.
B타입은 타워형으로 안방과 거실만 발코니 방향이고 방 2개는 뒤편에 있습니다. G타입은 중개업소에선 판상형이라고 하는데, 작은방 2개만 거실과 나란히 전면을 바라봅니다. 안방은 작은방 뒤에 살짝 걸쳐 있어 창 크기도 작고 앞으로 튀어나온 작은방의 벽에 살짝 가려 해가 잘 들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E타입은 주방과 거실 한쪽에 기둥이 서 있어요. 벽식 구조의 아파트에 웬 기둥일까 의아한데, 사실은 기둥이 아니라 주방 쪽에 T자로 난 발코니를 확장하면서 건물을 지탱하는 부분만 남겨둔 것이라고 합니다. 결과적으론 기둥이 된 셈이죠. 이 때문에 선호도가 떨어져 시세도 다른 전용 84형보다 조금 낮은 편입니다.
한눈에 봐도 A타입이 제일 나은데 세대수가 적다 보니 시세가 차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공급면적과 전용면적, 주거공용면적이 남보다 아주 조금 커 이곳에선 A타입만 “34평”으로 부릅니다. 나머지는 33평형입니다. 최고가 기록은 33평에서 나온 것으로 당시 A타입의 호가는 22억원을 넘었습니다. A중개업소 직원은 “작년에 A타입 매물의 집주인이 가격을 조금만 조정해줬다면 최고가 기록은 21억대였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니 이곳에서 30평대를 구한다면 시세만 볼 게 아니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적정한 시세인지 따져야 합니다.
현재 84㎡ A타입 매물의 최저가는 17억원입니다. 판교역과 가까우면서도 도로변의 뒷동이라 차량소음이 크지 않은 로열동이라서 다른 평형보다 5000만원 정도 비싸도 인정받는 분위기입니다.
전세가 낀 매물 중엔 A타입과 닮은 C타입이 16억원에 나와 있습니다. 전세보증금이 9억원이라 7억원이면 가능하지만 요즘 전세 시세가 7억5000만원 아래로 떨어져 역전세 상황이란 걸 감안해야 합니다.
백현 5·6·7딘자 중에서도 선호도가 조금 더 높은 5단지.(사진=김창경 기자)
백현마을 6단지. (사진=김창경 기자)
백현마을7딘지. 세 단지 중 판교역과 거리가 가장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반대로 신백현초·중학교와는 가깝습니다. (사진=김창경 기자)
젊은 부부·투자용 29평 인기
백현 5·6·7단지에서는 전용 84㎡형보다 74㎡(29평)형을 더 좋아하는 수요자들도 많다고 합니다. 시세가 더 낮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눈으로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전용 84㎡형은 인테리어를 월넛(호두나무)으로 맞췄습니다. 당시의 트렌드를 반영했겠지만 그다지 고급스럽지 않고 무엇보다 너무 어두워요. 바닥과 벽이 모두 월넛 톤이라서 수요자들이 좋아하지 않습니다. 밝게 리모델링 하면 상관없겠지만 비용 부담도 생각해야죠.
이와 달리 전용 74㎡형은 전체적으로 밝은 톤이라 젊은 부부들이 선호합니다. 오래된 씽크대, 화장실 정도는 수리해야겠지만 바닥을 뜯어낼 필요는 없습니다.
74㎡형에도 안방 창이 좁은 33G타입을 빼닮은 B타입이 많습니다. 그래도 29B는 뒤쪽에도 창이 있어 양쪽에서 해가 들어요.
74㎡형 매물로는 올수리된 집이 15억5000만원, 수리가 안 된 집이 15억원에 나와 있습니다. 최근 14억원대로 협의할 만한 급매물도 있는 걸 보면 호가에서 조정할 필요는 있습니다. 지난해 최고가는 17억5000만원이었고 올해 기록한 최저가는 13억5000만원(2층)이었습니다. 2월에 등재된 14억5000만원 실거래도 있습니다.
74㎡형 중에도 판상형(C타입)이 있긴 한데 세 단지를 통틀어 오직 511동 두 라인에만 배치돼 있습니다. 중개업소 직원도 매물을 직접 본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귀한 게 흠이죠. 그러니 만약 511동 C타입 매물이 나온다면 이보다는 눈높이를 조금 높여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신백현중학교 뒤로 아파트 단지가 보입니다.(사진=김창경 기자)
백현동 카페거리. 상가주택들도 이곳에 모여 있습니다. (사진=김창경 기자)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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