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ISA와 찰떡궁합 채권 담으세요
미래·KB·NH·삼성 중개형 계좌에 편입 가능
채권이자 비과세·분리과세 절세 극대화
2023-03-04 02:00:00 2023-03-04 02: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서 채권을 투자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절세 계좌 ISA에 궁합이 잘 맞는 투자상품을 이제야 편입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증권사들도 중개형 ISA를 정비해 채권 매매가 가능하도록 열고 있습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중개형 ISA 계좌에서도 채권을 직접 매매할 수 있게 됐습니다. 증권사들도 서둘러 관련 시스템을 정비해 지난달 28일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이 중개형 ISA 계좌에서 채권 매매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이어 3일엔 NH투자증권이 동참했습니다. 
 
채권 투자카페 등에서도 ISA 계좌 활용에 대한 질의응답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중개형 ISA 계좌를 이용한 채권 매매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ISA 절세효과엔 채권이 안성맞춤
 
ISA는 계좌 내 투자상품에서 발생하는 이자와 배당금에 붙는 세금을 절세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세제혜택 상품입니다. 은행 예·적금 이자와 주식 및 펀드 배당금 등에는 15.4%의 이자소득세(주민세 포함)가 붙습니다. 이것을 ISA계좌에 담아 투자할 경우 이자·배당으로 얻은 소득을 200만원(서민형 400만원)까지는 비과세, 이를 초과하는 금액은 9.9%의 저율과세를 적용합니다.
 
2016년 3월 ISA가 처음 나왔을 때는 이렇게 절세를 위한 가입이 주된 목적이었는데, 정부가 금융투자소득세 부과 방침을 발표한 후로는, ISA 계좌 내에서 발생하는 매매차익과 손실에 대해 손익통산을 적용한다는 강점이 부각돼 가입자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특히 중개형 ISA의 등장으로 ISA에서 주식 매매가 가능해진 영향입니다. ISA 계좌로 주식을 매매하다가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계좌에 편입한 다른 펀드, 리츠(REITs), 예금 등에서 발생한 이익과 통산해 세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개형 ISA는 이 계좌의 절세 효과를 퇴색시키기도 했습니다. ISA로 주식을 매매하는 투자자들이 증가하면서 매매 차익에 집중하다 보니 절세는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죠.
 
이제 중개형 ISA로 채권 매매가 가능해진 만큼 ISA의 고유 기능인 절세효과를 십분 활용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채권은 은행 예금보다는 기대수익률이 높고 주식보단 안정성이 높은 투자상품입니다. 채권을 발행한 기업 또는 국가가 디폴트, 모라토리움 등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지 않는 한 처음에 약속한 이자를 꼬박꼬박 지급하다가 만기에 원금을 상환하니까요. 주식은 기업이 대규모 적자를 내거나 악재가 터졌을 때 주가가 크게 하락해 손실이 발생하지만, 채권은 기업의 적자 여부와 상관없이 채권 만기 때까지 부도나지만 않으면 괜찮습니다. 
 
또한 채권도 이자 외에 채권가격이 올라 차익을 낼 기회가 생깁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금리 하락입니다. 예를 들어 A기업이 연 5.0% 금리로 3년만기 회사채를 발행한 후에 시장금리가 하락한다면 이 A 채권가격은 상승할 가능성이 큽니다. 기준금리 3.0% 시절에 5.0% 이자를 주는 채권과, 기준금리가 2.0%일 때 5.0%를 주는 채권은 달라 보일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채권은 금리 하락이 예상될 때 투자하는 것이 좋습니다. 채권이자 외에 채권에서 차익을 낼 기회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반대로 금리 상승기라고 해도 나쁠 것은 없습니다. 채권 만기까지 보유하면 약속한 이자와 원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분리과세 장점도 돋보입니다. 채권 투자자들 중엔 큰 금액을 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금융소득종합과세에 민감하죠. ISA는 비과세 한도를 넘어서는 이익에도 9.9% 분리과세만 적용돼 금융소득종합과세에서 자유롭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당분간 고금리 계속…채권투자 유효
 
그렇다면 지금은 채권을 투자하기에 좋은 시기일까요? 적어도 나쁜 상황은 아닙니다. 
 
최근 미국 국채금리가 다시 상승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CPI)와 고용, 실업률 등 금리에 영향을 주는 지표들이 모두 금리 상승을 압박하고 있어서입니다. 이로 인해 시장 참여자들이 기대했던 조기 금리 인하는커녕 연방준비제도(Fed)의 최종 기준금리 목표 상단이 높아질 가능성도 생겼습니다. 지금의 높은 금리 수준을 더 오래 유지할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이런 전망에 영향을 받아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2008년 5월 이후 처음으로 4% 선을 넘어섰습니다. 미국채 1년물은 5.06%를 기록 중입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오는 22일(현지시각) 미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인상폭에 대한 전망이 나뉠 뿐 금리 인상은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이와 달리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했습니다. 은행 예금금리나 대출금리도 하락했죠. 하지만 미국 금리가 이렇게 계속 오른다면 한국은행이 붙잡으려 노력해도 시장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좌우하는 은행채 금리도 상승 중입니다. 
 
채권금리도 당분간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길게 보면 경제는 안정을 찾아갈 것이고 그에 따라 채권금리도 하향 안정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단기 매매 목적으로 채권을 매수하는 것이 아니라 1년 이상 보유한다면 채권이자 외에 매매 차익도 기대해볼 만합니다. 
 
물론 아직은 금리가 오르는 국면인 만큼 안정성 담보를 위해 부도위험이 낮은 채권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금리 중소건설사 채권 또는 신용등급 낮은 채권보다는 대기업과 공기업, 국채 등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미래에셋·NH, 다양한 채권 투자 가능
 
3일 현재 중개형 ISA 계좌로 채권 투자가 가능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KB증권, NH증권 세 곳입니다. 6일부터는 삼성증권 중개형 ISA 보유자도 채권 매매가 가능합니다. 한국투자증권은 13일에 이 대열에 합류할 예정입니다. 채권 매매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정비하면 되는 일이라서 수요가 따라준다면 현재 중개형 ISA를 판매하는 증권사들 상당수가 동참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이제 막 채권을 여는 단계라서 모든 채권을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은 장내채권과 장외채권은 물론 전자단기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까지 거래할 수 있다고 안내했습니다. 다만 전단채는 1억원 이상 규모로 판매되기 때문에 연간 납입한도가 2000만원, 총 1억원인 ISA에 편입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릅니다.
 
KB증권 중개형 ISA에서는 주식 관련 사채는 편입이 안 되고 장외채권은 가능합니다. 6일부터 채권 매매 서비스를 시작하는 삼성증권도 장외채권 중심이고, 오는 13일에 한발 늦게 동참할 예정인 한국투자증권 역시 장외채권 먼저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장외채권은 장내채권과 달리 실시간으로 온라인에서 확인이 어려워 지점에 투자 가능한 물건과 투자조건을 문의하거나, 증권사가 별도로 준비한 채권 중에서 선택해야 하는 점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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