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1월 미분양주택 수가 7만5359가구로 10년2개월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증가세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한 달 전보다 10.6%나 늘었습니다. 지난해 전국에서 분양을 진행한 사업장은 많았는데 계약률이 뚝뚝 떨어졌으니 당분간 미분양주택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또한 실제 미분양주택 수는 국토교통부 집계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국토부 미분양주택 현황은 각 지방자치단체들의 자료를 취합해 작성합니다. 서울시의 경우 각 구에서 보고한 내용을 취합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미분양을 정확히 언제부터 반영하는지가 불명확합니다. 분양사업장이 언제까지 보고해야 한다는 의무가 없기 때문입니다. 시행사와 조합 등 사업을 주관하는 입장에선 가능한 미뤘다가 보고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은 현재 800여채의 미분양 가구가 남아 있지만 이 물량은 서울시 미분양 통계에 반영되어 있지 않습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공개된 미분양 통계에 따르면, 1월말 현재 둔촌주공이 소재한 강동구의 미분양주택 수는 32가구로 집계돼 있습니다. 그런데 준공 후 미분양도 32가구로 나옵니다. 즉 이미 완공한 다른 단지의 미분양 건만 올라 있을 뿐 둔촌주공 물량은 빠져 있는 것입니다.
둔촌주공은 지난 2월7일에 예비입주자를 대상으로 동호수 추첨 계약을 진행했고 그 결과 아직 소형평형이 팔리지 않고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이런 물량들이 통계에 반영될 경우 실제 미분양주택 수는 더 늘어나게 됩니다.
장위자이·철산자이 ‘완판’
다만 미분양주택이 증가했다고 해서 분양시장이 침체의 늪에 빠졌다고 단언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분양시장 분위기에 영향을 줄 대형 단지들이 속속 완판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연말 연초 전국 부동산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재건축 분양 3총사가 있습니다. 둔촌주공과 성북구 장위자이레디언트, 경기도 광명시 철산자이더헤리티지입니다.
이중 장위자이레디언트가 먼저 완판에 성공했습니다. 장위자이레디언트는 지난해 12월에 일반 분양에 나섰으나 저조한 청약경쟁률을 기록했고, 본계약은 물론 1월11일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고도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했습니다. 1월말 곧바로 선착순 동호수 지정 계약에 돌입, 잔량을 모두 처분했습니다. 계약금 완납일이 2월1일이었으니 성북구에 1월 미분양으로 보고하진 않았을 겁니다.
철산자이더헤리티지도 아직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완판된 것으로 보입니다. 철산자이더헤리티지는 청약에서부터 미달 평형이 나왔습니다. 예비당첨자 계약 후에도 대량의 미분양 물건이 남아 지난 2월18일과 19일에 무순위 계약을 진행했죠. 그러고도 남은 잔량은 지난 주말과 이번주에 거의 털어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이 두 단지의 ‘줍줍’ 계약에는 지역 실수요자 외에도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몰린 것으로 보입니다. 부부 각자의 이름으로 2가구를 계약했다거나 SNS에 3가구 계약 인증 사진이 올라오는 등 외지인들의 방문이 많았습니다.
실거주 목적보다는 시세 차익을 노리고 분양에 뛰어드는 투자자들의 특성을 감안하면 차익 기대감이 커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1주택자 주택처분의무가 폐지돼 부담이 줄었고, 무엇보다 실거주 의무가 사라지고 전매제한이 1년으로 대폭 단축된 것이 투자수요를 자극한 것으로 보입니다. 완공되기도 전에 팔 수 있으니까요.
GS건설의 '영등포자이 디그니티'가 지난달 24일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견본주택을 열었습니다. 주말 방문객이 많아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입장이 가능했다고 합니다.(사진=연합뉴스)
둔촌주공 ‘줍줍’ 투자자 유입 예상돼
둔촌주공도 무순위 청약에 돌입했습니다. 오늘(3일) 모집공고가 올라오고 오는 8일 청약홈에서 청약이 진행됩니다. 지역제한과 무주택 조건이 폐지돼 19세 이상 ‘줍줍’ 투자자들이 전국에서 모여들 전망입니다.
둔촌주공은 지난달 7일부터 미계약분에 대한 예비입주자 동호수 추첨과 계약을 진행해 전용면적 59형과 84형을 전부 판매했습니다. 현재 남은 물량은 전용 29㎡, 39㎡, 49㎡형입니다. 평형별 잔여 물량은 모집공고가 나와야 할 수 있겠지만 전체 둔춘주공 일반분양 4786세대 중 29㎡ 10가구, 39㎡ 1150가구, 49㎡ 901가구에 달했던 만큼 물량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들 소형 평형은 크기에 비해 분양가가 높아 본계약에서 외면받았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사이 주변 시세가 많이 회복됐기 때문입니다.
둔촌주공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고 있는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경우 실거래가 기준 전용면적 84㎡형이 지난 1월 15억3000만원까지 하락했다가 최근 18억9000만원까지 올라섰습니다. 특히 이번 둔촌주공 분양에 나오는 소형과 같은 크기인 49㎡형이 최근 12억7500만원에 거래됐으며, 39㎡는 9억1000만~9억5000만원 계약이 등재된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둔촌주공 39㎡형의 분양가는 최고 7억1520만원이며, 49㎡형은 최고 8억8100만원입니다. 입지 차이를 반영해도 상대비교 시 분양가 부담은 크게 줄어든 셈입니다.
봄날의 온기는 다른 분양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음주 6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분양을 진행하는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영등포자이디그니티에도 많은 관심이 몰려 있습니다. 재개발 아파트라서 일반 98가구, 특별공급 87가구 등 총 185가구에 불과한데, 모델하우스에 몰려든 방문객들로 주말엔 입장하는 데 오랜 시간을 대기해야 했습니다. 84㎡형 분양가가 최고 11억6600만원입니다.
전국은 여전히 엄동설한이지만 서울에선 아파트 거래가 두 달 연속 증가했습니다. 1월 전국 주택 매매량은 2만5761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8.2% 줄었습니다. 서울 주택 거래도 지난달 2064건으로 45.3% 감소했어요. 다만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두 달 연속 전월보다는 늘었습니다. 12월엔 1001건이었고 올해 1월은 1161건이었습니다. 서울시가 집계하는 현황표엔 1월 1417건, 2월 1213건으로 나와 있습니다. 절대 건수는 아직 적지만 회복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같은 변화가 바닥을 확인한 것인지 하락장에서 잠시 나타나는 소폭의 반등(데드캣바운스)인지 구분하긴 쉽지 않습니다. 변화가 지속될 수 있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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