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지 갈아타기)강남에도 16억 국평 있다
유원서초, 최고 입지에 저렴한 시세
리모델링-재건축 놓고 주민간 갈등
2023-03-02 06:30:00 2023-03-02 06:3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강남 입성은 국민 대다수의 꿈입니다. 그중 대다수는 이룰 수 없기에 꿈이죠. 그런데 ‘강남’을 압구정, 반포 기준에서 행정구역상 강남구, 서초구로 넓히면 가능해질 수도 있습니다. 의외로 넘볼 만한 아파트 단지들이 숨어있습니다. 
 
서초구 서초동 유원서초아파트도 마찬가지입니다. ‘국평(국민평형, 전용면적 84㎡형)’ 기준 16억 거래가 체결됐거든요. 작년에 단 한 건의 거래도 없다가 올해 2월 15억9000만원 실거래가 등재된 것입니다. 바로 직전의 실거래 가격은 2021년 12월의 21억8000만원이었습니다. 자녀를 위한 양도성 거래로 볼 만한 정황도 아니었기에 무려 6억원에 가까운 낙폭이 주민들에게 안긴 충격은 상당했습니다.
 
유원서초 아파트 정문. 입구에 걸린 플래카드만 봐도 심상치 않은 내부 분위기를 알 수 있습니다. (사진=김창경 기자)
 
유원서초 아파트는 서초대로변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버스정류장 이름도 유원아파트입니다. (사진=김창경 기자)
 
주변보다 저렴한 시세 ‘왜?’
 
유원서초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대로변에 자리 잡은 30년차 구축 아파트입니다. 지하철 2호선, 3호선 환승역인 교대역 출입구까지 걸어서 5분, 2호선 강남역도 12분 정도면 도달하는, 그야말로 최고로 평가할 만한 입지죠.
 
세대수는 590세대, 4동 건물입니다. 590세대면 강남-서초에서 작다고 평가할 수도 없습니다. 나홀로 아파트도 많으니까요. 평형은 전용면적 84㎡ 단일평형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서류상으론 공급면적이 105㎡, 32평인데 현장 중개업소에선 34평형이라고 안내하더군요. 지하주차장 면적을 포함해서 그렇게 부르는 것 같습니다.
 
주차도 구축치곤 무난한 편입니다. 세대당 0.7대에 불과하지만 이중주차 수준이지 단지 앞 도로에다 댈 정도는 아니라는군요.
 
자녀들은 서초초등학교, 서일중학교로 배정됩니다. 700여미터 떨어져 있지만 서일중학교는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고 갈 수 있고 서초초등학교도 그 옆에 있습니다. 서일중학교가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단지 안에 동화유치원도 있습니다. 
 
겉보기엔 멀쩡한데 유독 인근에서 유원서초 시세만 이렇습니다. 뒤편의 서초래미안이나 서초교대e편한세상도 전용 84㎡형 시세는 20억원을 훌쩍 넘어 형성돼 있거든요. 물론 30년차 아파트와 주변 단지를 절대비교할 순 없겠지만 서초래미안도 2003년, 서초교대e편한세상은 2010년에 준공해 연식 차이가 있을 뿐 구축인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즉 지금의 시세 차이는 평상시보다 더 커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은 유원서초가 추진 중인 정비사업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유원서초 주민들은 뛰어난 입지에 있는 30년차 아파트답게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만 용적률이 265%로 상당히 높은 탓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용적률을 대폭 높이지 않는 한 사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겠죠. 현실에 맞게 리모델링을 추진 중입니다. 주민들은 작년부터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설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동들 옆에 새로 작은 동을 붙여 짓는 수평증축 방식이 될 전망입니다. 
 
리모델링을 반대하는 재건축 준비위에서 내건 플래카드. 동간 거리가 좁아지는 현실을 지적하는 내용입니다. (사진=김창경 기자)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쪽에서는 재건축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현실을 강조합니다. (사진=김창경 기자)
 
리모델링-재건축 어디로 가나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재건축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서 재건축을 희망하는 주민들이 리모델링 사업 추진을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이들은 재건축으로 단지의 가치를 일거에 높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지금 유원서초 아파트를 방문해 보면 단지 입구에서부터 주민들 간의 갈등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등 정비사업을 따내려는 건설사들의 축하 플래카드 옆에 리모델링 준비위원회의 현수막과 리모델링을 반대하는 재건축 준비위 명의의 현수막이 단지 곳곳에 어지럽게 도배돼 있습니다. 각 진영의 주장과 이유가 첨예하게 맞부딪히고 있는 상황입니다. 
 
리모델링으로 가느냐 재건축으로 돌아서느냐는 결국 사업비 즉 주민들이 내야 하는 추가분담금 규모와 정비사업 후의 가치 상승에 달려 있습니다. 리모델링은 제한된 용적률 조건에서 비용을 덜 들여 가치를 높이는 방식입니다. 재건축이 아니므로 초과이익환수도 없고 임대주택을 배정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만 수평증축으로 동간 거리가 좁아져 주거환경은 상대적으로 열악하겠죠. 반면 재건축은 그걸 감수하고도 남을 만큼 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입니다. 추가분담금 등 부담은 커지겠지만 주거환경은 나을 겁니다. 사실 어느 쪽이든 분담금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집주인들이 어느 쪽 의견에 동조할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갈등이 깊은 만큼 선택도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그만큼 결론이 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실거주든 투자이든 각오해야 할 부분입니다. 
 
단지 한쪽에 동화유치원이 있습니다. (사진=김창경 기자)
 
유원서초와 나란히 자리한 서초교대e편한세상. 지난해 7월 국평 기준 24억원대 최고가 기록이 나온 후 아직 거래가 없습니다. 현재 호가는 22억원대입니다. (사진=김창경 기자)
 
15.9억 거래 후 호가도 ‘뚝’
 
지금은 미래를 알 수 없지만 멀리 내다본다면 유원서초는 새로운 아파트로 재탄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입지의 강점이 이 아파트를 그대로 내버려두지는 않겠죠. 또 서초래미안도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어 주변 분위기가 바뀌면 그에 영향받을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시세가 남들보다 저렴한 것이 유원서초의 장점입니다.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뒤에도 16억원대로 강남 국평 아파트에 진입할 수 있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지난 2월에 15억9000만원에 실거래가로 올라온 건은, 전세 만기가 돌아오는데 대출이 너무 많이 끼어있는 집이라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집주인이 어쩔 수 없이 초급매로 내놨던 물건이라고 합니다. 사정이야 어떻든 그 가격에 거래가 체결됐으니 시세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직전가 21억에서 16억 아래로 떨어지자 집주인들의 충격이 컸다고 하는군요. 이후 호가도 뚝 떨어졌습니다. 
 
거래가 없다가 폭락 수준으로 계약이 체결되면 과거 최고가에서 약간 조정된 매도호가와, 새로운 신저가 부근에서 매물을 찾는 대기자 사이에 눈치 보기가 길어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유원서초에서는 저가 매물이 있습니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최근에도 16억대 급매 거래가 이뤄졌다고 합니다. 
 
또한 현재 나와 있는 매물들 중에도 16억원대가 있습니다. 동 배치가 남향과 서향, 동향으로 달라서 낮시간에도 그늘이 지는 동호수가 있습니다. 당연히 건별로 시세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데, 중간급의 양호한 매물 호가가 17억원 정도입니다. 다만 중개업소를 통해 적극적인 매수 의사를 나타낼 경우 가격 인하 조정이 가능한 분위기라고 합니다. 
 
유원서초 옆 경부고속도로는 지하화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근처 롯데칠성 부지도 개발될 예정이죠. 동네 분위기가 변해가면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이곳 주민들의 의견도 어느 한쪽으로 무게가 실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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