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에스엠 거머쥔 하이브…공개매수 선언
분쟁 격할수록 주가는 ‘활활’…사실상 판세 기울어
2023-02-11 02:00:00 2023-02-11 08:53:06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하이브가 에스엠 최대주주로 올라섰습니다. 이로써 지금까지 진행된 경영권 분쟁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펼쳐질 전망입니다. 이수만-하이브 연합에 맞선 에스엠 경영진과 카카오, 그리고 맨처음 이 싸움에 불을 댕긴 얼라인파트너스는 어떻게 대응할까요? 일단 주가에는 불이 붙었습니다. 
 
10일 증시에서 에스엠은 16.95% 급등한 11만5200원으로 출발했습니다. 장 시작과 함께 변동성 완화장치(VI)가 발동되면서 2분 늦게 거래가 시작됐어요. 장전에 하이브가 에스엠을 인수했다는 속보가 나오면서 거래가 폭주한 탓입니다. 누가 주인이 되든 그 과정에서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은 매수가 급했을 겁니다. 
 
사실상 하이브-이수만 완승
 
이날 아침에 하이브는 에스엠 주식 595만주를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공시를 냈습니다. 사실 하루 전 에스엠 인수 추진 보도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풍문 또는 보도)에 대해 “지속적으로 검토”, “현재 시점에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답했을 때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됐습니다.
 
이날 올린 공개매수 공시에는 하이브가 에스엠의 주식 352만주, 14.8%를 보유 중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해당 신고서 제출 시점엔 보유주식이 없었지만 2월9일자로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보유한 주식을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부연설명했습니다. 이로써 하이브가 에스엠 주식 공개매수에 성공할 경우 총 947만주, 39.8%의 지분을 확보하게 됩니다. 
 
이 지분율은 현재 발행주식 수에 기준한 것입니다. 에스엠 경영진은 지난 7일 카카오를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정했죠. 유상증자로 발행될 주식은 123만주, 또 CB가 전량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최대 114만주, 총 237만주를 카카오가 확보하게 됩니다. 
 
이 결정을 두고 이수만 측에서 주식 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어요. 에스엠과 이수만 측이 경영권 분쟁 중인데 지분구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식 발행 결정은 무효라는 주장이죠.
 
카카오에게 주식과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목적이 정말로 ‘경영’에 있는지 아닌지는 법원이 판단할 몫입니다. 하지만 신주 발행에 성공한다고 해도 양측의 보유 지분 차이가 상당해 싸움의 끝은 이미 정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이브는 확보한 지분 39.8% 외에 이수만 총괄에게 남은 주식(약 86만주)도 전량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졌거든요. 이것까지 더하면 하이브 지분율은 43%가 넘습니다. 
 
3월 주총서 이사진 전원 교체?
 
나머지 기관투자자들과 소액주주들은 에스엠과 카카오의 편을 들어줄까요? 에스엠 경영진에겐 대의명분이 있었습니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제기한 문제, 즉 이수만의 라이크기획으로 흘러 들어가는 돈줄을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기관과 소액주주들에게 강력한 지지를 받았어요. 
 
하지만 그것이 실현된 지금은 아니죠. 하이브가 인수하겠다고 나서면서부터는 K팝 엔터업계와 자본업계의 싸움으로 전환됐습니다. 더구나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에 응하게 될 일반 주주들이 과연 에스엠 현 경영진과 카카오의 편을 들어주고 퇴장할지 의문입니다. 공개매수에 참여하는 순간 주주로서의 마음가짐은 크게 희석될 테니까요. 
 
만약 카카오가 경영권 싸움이라도 해보려면 또 다른 공개매수에 나서야 할 겁니다. 카카오엔터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싱가포르투자청(CIG)에게 받은 1조원 넘는 투자금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돈 상당액을 에스엠 공개매수에 투입하기엔 부담이 너무 크겠죠. 
 
그래서 먼 미래를 내다보기는 어려워도 코앞의 가까운 미래는 예측이 가능합니다.
 
다음달 정기주주총회가 개최될 예정입니다. 이수만 총괄은 하이브에 자신의 의결권을 위임했습니다. 의결권은 지난해말 주식 보유 기준이니까요. 현재 이성수, 탁영준 공동대표와 박준영 등 사내이사 3명과 지창훈 사외이사 등 이사진 전원이 이번에 임기가 끝납니다. 이때 하이브가 자사와 이수만 총괄 측 인물로 이사진을 교체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애초에 지분 매각을 결정하고도 거래 대상으로 콕 찍어 하이브만 배제했던 이수만 총괄이 하이브의 손을 잡은 것입니다. K팝의 선구자라는 타이틀을 놓고 쓸쓸하게 퇴장하고 싶진 않았을 겁니다. 하이브는 그에 걸맞는 지위와 명예를 부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에스엠-하이브-디어유 동반 상승
 
싸움이 붙었고 임직원들은 조마조마하겠지만 주주들의 표정은 밝습니다. 주식시장에서 싸움은 곧 주가 상승을 뜻하니까요.
 
에스엠 주가는 하이브의 인수 사실이 알려지기 전부터 강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1월18일 종가가 7만4100원이었으니까 한 달도 안돼 55.7%나 급등했군요. 
 
많은 주주들은 이때를 노려 차익을 실현하는 중입니다. 특히 국민연금의 매도가 두드러지는군요. 국민연금은 현재 에스엠의 2대 주주입니다. 지난 3분기말 기준으로 213만주(8.96%)를 갖고 있었는데 2월에만 거의 85만주를 내다 팔았습니다. 아직 남은 주식이 많지만 주총에서 누구를 편들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운용사들도 매도 규모를 키우고 있습니다. 
 
에스엠만 오른 것이 아닙니다. 에스엠을 인수한 하이브 주가도 강세입니다. 작년 6월13일 이후 처음으로 20만원을 돌파했습니다. 다만 이날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오후 들어 하락세로 돌아서 19만5300원으로 마감했습니다.
 
하이브는 이제 명실상부 K팝의 패왕입니다. 기존의 BTS, 세븐틴, 르세라핌, 뉴진스에 엑소, NCT, 에스파까지 얻었습니다. 4세대 걸그룹 4대장 중 카카오엔터가 최대주주인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브만 빠져있습니다. 가수는 물론이고 유해진, 조보아 등 소속 배우들도 많습니다. 
 
디어유는 하이브와 하이브 소속 레이블 가수들이 디어유 플랫폼에 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큽니다. 실적에 큰 도움이 되겠죠. 디어유의 최대주주(31.34%)인 에스엠스튜디오스는 에스엠의 100% 자회사입니다. 단, 하이브의 플랫폼인 위버스와의 교통정리는 필요해 보입니다. 이에 대한 우려 때문인지 디어유 주가도 오후에 약세로 반전했습니다.
 
한 달 전만 해도 3만원 미만이었던 디어유 주가는 이날 5만원을 기세 좋게 돌파하며 장중 5만8000원까지 급등했다가 오후에 하락 반전했습니다. 
 
공개매수가 차익거래 실익 크지 않아
 
이번 하이브의 에스엠 인수로 관심이 생겼다고 해도 이미 많이 오른 에스엠, 하이브, 디어유에 새롭게 올라타는 것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평가는 없고 미래가치를 따져야 합니다. 
 
그보다는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주가로 매수할 경우 1주당 5000원 정도 차익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세금이 있어요. 공개매수는 장외거래로 분류됩니다. 해외주식 등 다른 양도세 부과 대상 이익과 합산해 연간 250만원을 넘으면 초과분의 22%를 양도세로 내야 합니다. 만약 세금을 낸다면 5000원 차익 중 1100원이 빠지겠죠. 또 증권거래세 등 비용도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작은 차익이 예상되는 거래는 개인보다 기관이 대량의 주식을 매입해 이익의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기관이 애용합니다.
 
또 하이브는 공개매수 예정 주식수를 못박았죠. 만약 공개매수 신청 주식이 예고한 595만주를 넘을 경우 안분비례 방식으로 인수합니다. 공모주 투자처럼 경쟁률이 적용되는 거예요. 남는 주식은 그 이후 주가에 따라 손익이 결정되는 위험에 노출됩니다. 
 
따라서 일반 투자자라면 차익 그 자체보다는 공개매수가격 12만원을 단기 안전마진 정도로 보고 에스엠 주식이 과연 이 가격에도 투자할 가치와 매력이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좋습니다. 
 
한편 하이브의 공시가 나오자 에스엠은 모든 적대적 M&A를 반대한다고 천명했습니다. 다만 현 경영진이 의미 있는 지분을 보유한 것은 아니어서 경영권 분쟁에 영향을 주진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매수 가격이 SM3.0 멀티프로듀싱 전략이 실행될 경우 기대되는 실적 상승 여력 그리고 비핵심사업, 비영업자산, 내부거래 정리를 통한 효율화로 얻을 가치상승 대비 너무 낮다며 공개매수 가격이 대폭 인상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이사회와 경영권을 장악할 목적이므로 공개매수 수량이 25% 지분이 아니라 전체 주식이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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