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래미안옥수리버젠은 한강을 사이에 두고 강남 압구정현대와 마주 보고 있습니다. 옥수동 매봉산 기슭에 한강을 바라보는 아파트단지들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높은 곳에 있어 전면 동 고층에서는 한강과 강남이 내려다보이죠.
그러니까 동호대교만 건너면 강남입니다. 그래서인지 래미안옥수리버젠 주민들에겐 왠지 모를 자부심 같은 게 있는 모양입니다. 시세에도 그런 분위기가 녹아 있습니다. 부동산 하락장이 시작된 지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유독 이곳에서는 하락의 기운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그럴 만한 것이 국평(전용면적 84㎡) 기준 작년 4월 이후 실거래 기록이 아예 없습니다. 전용면적 59㎡형도 다르지 않아요. 똑같이 4월 이후로 한 건도 거래가 없다가 지난 1월에 13억3000만원 한 건이 체결됐습니다. 딱 1년 전 시세로 내려왔군요. 전용 148㎡, 174㎡ 대형 평형도 거래기록이 없습니다.
그러면 이곳이 1년에 거래 한두 건밖에 없는 작은 단지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1511세대 대단지입니다. 2012년 12월 준공이어서 신축은 아니지만 실거주하기엔 적당한 연식이고요.
결국 급할 게 없어 보인다, 이런 답이 나옵니다.
독서당로에서 바라본 래미안옥수리버젠 전경. 5층 상가 위에 단지를 조성했습니다. 상가 5층에서 단지로 연결돼 있고, 주민만 출입이 가능합니다. (사진=김창경 기자)
단지 뒷열에서도 동 사이로 한강이 보입니다. 일부 동호수에서는 부분조망이 가능합니다. (사진=김창경 기자)
단지 앞열에서 뒤로 갈수록 1~2층씩 높아집니다. 계단을 오르거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하죠.(사진=김창경 기자)
옥수리버젠, 한강조망 국평 19억
래미안옥수리버젠은 상당이 높은 지대에 터를 닦고 올린 단지입니다. 도로변 상가를 5층으로 짓고 그 위에 아파트를 건설했으니까요. 그런데도 4열로 늘어선 동들 사이에도 2층 높이의 계단이 있습니다. 물론 그 옆에 엘리베이터도 있습니다. 앞동과 뒷동의 지대 차이가 크다는 뜻이죠.
래미안옥수리버젠 앞으로도 옥수동삼성, 옥수하이츠 등이 있지만 전망은 이곳이 좋습니다. 남향으로 난 전면동 113~115동에서 보는 한강 조망이 훌륭합니다. 저층부는 옥수삼성이 가리고 있어요.
조망 때문에 남향보다 남동향이 인기가 높습니다. 남동향은 판상형이 아니라 타워형인데도 대형 평형들까지 전부 남동향으로 배치돼 있어요. 이런 곳에 그룹사 임원들이 월세로 산다더군요.
다 좋은데 시세에서는 요즘 분위기를 느낄 수 없습니다. 전용 84㎡형 매물 호가가 19억원입니다. 앞동 고층에 19억원 매물이 있는데 조망권 감안하면 이게 급매인 셈입니다. 그 뒷동의 매물 호가도 19억원이니까요. 가격만 보면 맨 뒷열에 18억원 매물이 있긴 합니다. 작년 4월 마지막 실거래가는 21억원이었습니다.
래미안옥수리버젠 시세가 부담되는 수요자들은 그 뒤편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에 눈을 돌립니다. 더 높은 지대에 자리하고 있지만 덜 비싼 시세 때문이죠. 래미안옥수리버젠보다 단지(1976세대)도 크고 지하철역도 가깝습니다. 2016년 11월에 준공해 신축에 가깝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부동산 앱 ‘호갱노노’를 이용하면 해당 단지를 보고 있는 이용자 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옥수동과 금호동 일대 단지들 중에서는 이곳을 보는 사람이 가장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에서는 올해 초 16억원, 15억원 실거래가 기록됐습니다. 이 단지의 경우 2022년엔 국평 거래가 1건도 없었고 2021년 10월 마지막 실거래가는 20억7000만원이었습니다. 단번에 5억원이 추락했으니 난리가 났겠죠.
근처 중개업소 대표 설명에 따르면, 옥수파크힐스는 초기에 갭투자자들이 많이 유입됐는데 해당 급매 건은 전세보증금 외에도 대출을 선순위, 후순위로 2건이나 받아 결국 급매로 나온 것이라고 합니다.
이유야 어떻든 실거래가가 그렇게 찍혔고 집을 구하는 사람들의 눈높이도 그에 맞춰졌습니다. 하지만 해당 급매물이 팔린 후 현재 시세는 17억원 안팎에 형성돼 있습니다. 매물별로 호가 차이가 큰 편인데 그건 워낙에 지대가 높아 생기는 차이도 있고, 무엇보다 3호선 금호역과 가까운 초역세권 동들은 시세에 반영될 수밖에 없어서겠죠. 분양권으로 거래될 당시에도 옥수리버젠과 옥수파크힐스는 3억원 이상 차이가 벌어졌다고 하는데 오히려 지금은 갭이 줄어든 상태니까 옥수리버젠이 나아 보이기도 합니다.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는 지대가 높은데도 한강 조망은 어렵습니다. 흔히 일부 조망, 동간 조망이라며 조망권을 붙여 놓는데, 조망을 중시한다면 차라리 아래쪽 구축으로 가는 것이 나아 보입니다.
옥수동삼성도 1114세대로 단지가 큽니다. 옥수역에서 가깝고 특히 옥정초등학교를 품고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다만 1999년식 구축인데다 용적률이 263%나 돼서 재건축이 어렵다는 것이 흠이에요.
109㎡(전용 84㎡)형의 경우 작년 12월에 11억2500만원까지 거래된 기록이 있는데 저층입니다. 1월 실거래 12억5000만원을 참고하는 것이 좋겠어요. 구축이라서 올수리 여부를 감안해야 합니다. 현재 매물 중에서는 수리된 것이 16억원 그렇지 않은 매물은 15억원 수준입니다. 1월 실거래 가격과는 차이가 커서 물건별 상태를 확인하고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에서 래미안옥수리버젠으로 내려가는 길. 사진의 왼쪽이 1단지, 오른쪽이 2단지입니다만, 모두 '1○○'으로 시작해 101~116동을 1블록, 117~125동을 2블록으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사진=김창경 기자)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 옥수동, 금호동 일대에서 가장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 아파트입니다. 3호선 금호역 출입구와 가까운 동들이 시세가 높습니다. (사진=김창경 기자)
한강변, 강변북로에 인접한 옥수하이츠. 뒷동 중에도 한강 부분조망이 가능한 세대들이 많습니다. (사진=김창경 기자)
장기간 ‘몸테크’ 각오한다면 옥수하이츠
구축에서 거주하겠단 각오가 섰다면 옥수하이츠(중앙하이츠)가 좋은 대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옥정초등학교 건너편, 매봉산 언덕을 다 내려온 한강변, 정확히는 강변북로에 인접한 단지로, 1998년에 준공한 25년차입니다. 세대수는 790세대, 139㎡(전용 114㎡), 105㎡(84㎡) 두 평형으로 구성됐습니다.
옥수하이츠도 용적률은 212%로 높은 편이지만 성동구의 한강변 단지라는 강점이 큽니다. 자리가 좋아서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재건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이곳 주민들은 중랑천 건너 트리마제, 갤러리아포레,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등 ‘성동구 3대장’처럼 고층 주상복합으로 재건축할 수 있단 꿈을 갖고 있습니다. 실현된다면 그 가치는 퀀텀점프하겠죠. 이걸 기대하며 근처 다른 단지에서 이사온 주민들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시세는 조망권이 좌우합니다. 한강과 접한 동들은 주로 전용면적 114㎡형 위주로 배치돼 있고 일부 84㎡형이 끼어 있어서 매물로 나오는 국평이 많지는 않습니다. 현재 16억5000만원 급매물이 있긴 한데 끄트머리 호수라 앞동에 가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뒷동 매물도 16억5000만원입니다. 호가는 같지만 수리 여부가 다릅니다. 이 지역에선 기본적인 ‘올수리’의 경우 6000만원 이상 들어간다고 합니다.
재건축 따위 필요 없고 오직 교통과 한강뷰만 원한다면 2004년에 준공한 옥수강변풍림아이원이 적당합니다. 269세대 소규모에 용적률 247%라서 재건축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105㎡(전용 84㎡) 단일평형으로 현재 호가는 17억~19억원에 형성돼 있습니다. 마지막 실거래가 작년 6월의 18억1000만원이니까 이곳도 하락과는 거리가 멉니다.
집을 구하는 사람들이 옥수동 언덕배기 단지들을 둘러보면 ‘이게 최선인가요’ 묻고 싶을 텐데 이 동네 분위기가 요즘만 이런 것은 아닙니다. 다리만 건너면 압구정, 그 힘이 시세에 강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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