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최근 KT와 통신서비스 업종에 대해 강력매수 추천이 나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국내 사업을 주력으로 하지만 성장성이 크지 않고 주가도 안정적으로 움직여 평소 ‘강력매수’를 찾아보기 어려운 업종을 무슨 이유로 추천했을까요?
보고서를 낸 주인공은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입니다. 지난 1월19일에 낸 보고서에 통신서비스 업종이 전반으로 좋아질 거란 전망을 담았습니다. 31일에 발간한 2월 투자전략에도 같은 내용이 실렸습니다.
보고서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4분기 실적이 시장의 우려보다 양호하고 머지않아 발표할 결산 배당도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할 것이다 △구현모 KT 대표의 증권업계 애널리스트 미팅이 주가 상승의 촉매가 될 것이다 △국내 통신사들이 작년에 이어 올 1분기에도 역대급 실적을 달성할 전망이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 상대적으로 통신주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다 △정부의 규제상황을 감안하면 5.5G 조기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 △이익 컨센서스 추이를 보면 외국인 매수세가 본격 유입될 수 있다 등입니다. 단기적으로 시선을 잡아끌 배당금 발표부터 올해 이익 전망과 수급, 제도, 차기 통신기술까지 한두 가지가 아니군요.
4분기 영업익 감소는 착시…견조한 성장 이어간다
일단 KT가 영위하는 사업에 대해 살펴보고 올해 전망과 배당에 관해 얘기해 보죠.
KT의 사업은 텔코(TELCO) B2C, 디지코(DIGICO) B2C, 텔코 B2B, 디지코 B2B 등 크게 4개 영역으로 나눕니다. 텔코는 주로 유무선전화, 인터넷, 데이터 사업을, 디지코는 미디어, 디지털화(DX), 클라우드, 플랫폼 영역의 사업을 관장합니다.
이중에서는 텔코 사업이 당장의 먹거리입니다만 디지코 사업을 키우며 미래 성장에도 힘을 쏟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KT는 지난해 신한은행, CJ ENM, 현대차그룹과 지분을 교환하면서 DX, 모빌리티 등의 영역에서 협력을 강화했습니다. 또 시즌-티빙 합병, 스카이라이프TV-미디어지니 합병, IPTV 개편 등으로 미디어·콘텐츠 사업을 고도화했습니다.
아무래도 현재 매출(영업수익)은 개인의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게 가장 크겠죠? 무선 부문 매출이 가장 많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의 2022년 매출 추정치를 참고하면, 무선 부문이 6조2061억원에 달합니다. 인터넷도 2조3913억원이에요. 텔코 B2C만 9조4630억원으로 추정됩니다. B2C 비중이 더 크지만 B2B 매출 성장도 꾸준한 편입니다.
이밖에도 KT에겐 굵직한 자회사들이 많죠. BC카드, K뱅크, KT에스테이트 등이 연결 실적에 큰 영향을 줍니다. KT가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하다 보니 그룹사에서 잡히는 매출도 상당한데, KT 자체 사업만 보면 위와 같습니다.
4분기 실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실망한 투자자들이 많았을 거예요. 영업수익 6조5237억원. 영업이익은 1833억원으로 예상된다는군요. 이대로라면 영업이익은 50%나 감소한 겁니다.
다만 내용상으론 괜찮습니다. 지난해 임금단체협상이 4분기에 진행돼 일회성 비용 1500억원이 발생한 걸 감안해야 합니다. 역기저 효과도 있었습니다. 2021년 4분기엔 부동산 관련 이익이 2400억원 정도 잡혔거든요. 그러니까 일회성 비용은 증가하고 일회성 이익은 빠져나가 전년 4분기 대비 감소율이 컸을 뿐 실제로는 영업이익도 견조했습니다.
이보다는 KT 실적의 핵심인 5G 가입자가 얼마나 늘었는지가 중요해요.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작년 4분기말 5G 가입자수는 전분기보다 53.5만명 증가한 850만명입니다. 핸드셋 기준 5G 보급률은 61.5%까지 확대된 걸로 예상됩니다. 올해 전망치는 71.6%입니다. 디지코 B2C에 속한 IPTV는 가입자 수도 늘고 가입자당 수익(ARPU)이 높은 프리미엄 요금제 가입자도 함께 늘어 매출이 전년 대비 7.1% 증가하는 등 탄탄하게 커가고 있습니다.
성장동력 ‘디지코’ 이끄는 구 대표, 연임 성공할까?
전체적으로 안정성에선 높은 점수를 줄 만한데 다른 업종에 비하면 성장률이 높은 것은 아니죠. 올해 실적 전망치도 작년보다 소폭 증가한 수준입니다.
하나증권은 KT의 올해 매출액(연결)을 25.8조원, 영업이익은 1.8조원을 예상했습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26.4조원, 영업이익 1.8조원을 제시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1.7조원입니다. 마케팅 비용과 감가상각비 하향 안정화로 수익성이 개선될 거라는군요. 그래봤자 작년보다 소폭 증가하는 겁니다.
하지만 주가에는 실적이란 숫자보다 실적 증가의 내용이 더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승웅 연구원은 “5G 가입자 증가, IPTV 성장에 따른 유무선 서비스 수익의 안정적인 성장과, 지난해 수주한 DX를 기반으로 매출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특히 현재 KT가 힘을 쏟고 있는 인공지능(AI), 미디어, B2B 사업이 KT의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다만 여기엔 변수가 있습니다.
현재 KT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입니다. 9.95%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이 KT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현대차와 신한은행입니다. 현대차가 현대모비스와 각각 4.69%, 3.10%를 보유 중이며, 신한은행 등이 5.48%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5% 이상 보유한 대주주가 이들밖에 없어요. 확실한 주인이 없는 기업이란 뜻입니다.
그래서 현재 ‘디지코 KT’를 이끄는 구현모 대표가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할 것인지 여부가 중요합니다. 구현모 대표는 황창규 전 회장의 첫 비서실장이었습니다. KT의 CFO인 김영진 전무도 옛 비서실 출신이죠. 황 전 회장과 구현모 대표 등은 KT의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논란의 당사자입니다. 현재 정치권과 국민연금 등은 구 대표의 연임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KT가 민영화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사실은 KT의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2100원 배당시 6% 수익률
주가는 변동성을 싫어하죠. 외부의 압력은 거세지만 지금으로선 연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대표이사 교체라는 변수가 사라질 경우 주가는 다른 호재에 반응하게 될 겁니다.
그중 가장 가까운 것이 구 대표의 애널리스트 미팅입니다. 이 자리에서 KT의 미래 비전에 대해 얘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때 지주형 회사로의 전환 계획을 밝힐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지주회사로 간다면 일부 자회사는 기업공개(IPO)도 추진하겠죠. 자회사 가치가 주목받을 경우 KT도 함께 상승할 수 있습니다.
조만간 이사회가 열리면 2022년 결산 배당금도 결정할 겁니다. KT는 지난해 주당 1910원을 배당했습니다. 증권업계는 KT가 올해 2100원 정도를 배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현재 주가 3만5050원으로 매수할 경우 6%의 배당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배당금입니다. 배당성향이 높은 기업인만큼 내년엔 더 늘려줄 가능성이 높겠죠.
KT는 배당 투자 후보로 올리기에 좋은 조건을 두루 갖췄습니다. 여기에 김홍식 연구원의 의견에 동의한다면 매수를 서두르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네요.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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