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삼성전자보다 더 오른 반도체ETF는 누구?
국내-해외·분산-집중…반도체 안에서 일곱색깔 투자 가능
2023-01-30 02:30:00 2023-01-30 02:3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새해 벽두부터 반도체 주식들이 기세를 올리고 있습니다. 연초 이후 주가 반등세가 뚜렷합니다. 작년 하반기 내내 6만원을 깼다가 회복하길 반복했던 삼성전자는 어느새 6만원대 중반에 올라섰네요. 조금씩 올라서 눈치채지 못할 수 있겠지만 지난해 6월9일 이후 가장 높게 올라왔습니다. SK하이닉스도 7만5000원에서 9만1500원으로 4주간 22% 상승했습니다. 
 
반도체 전망 어둡다는데 ‘왜’
 
올해 반도체 시장 전망은 좋지 않습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올해 반도체 수출이 10.5%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습니다. 산업연구원도 9.9% 감소를 예상했죠. 지난 25일 대한상공회의소는 ‘반도체 산업의 국내 경제 기여와 미래 발전전략’ 보고서에서, 반도체 수출 10% 감소를 전제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0.64%포인트 하락해 1% 초반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우울한 전망이 연거푸 나오는 시기가 정부와 국회의 반도체 세액지원 논의와 맞물려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국회엔 반도체산업의 투자 세액공제율을 최대 25%까지 상향하는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습니다.
 
당장은 어려울지 몰라도 머지않아 회복할 것이란 기대감도 존재합니다. 특히 삼성전자 등이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의 위기에 대한 걱정이 많지만, 내년 이후엔 메모리의 성장률이 가장 높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매출을 작년보다 0.2% 감소한 6252억2900만달러로 예상했지만 2026년엔 7853억5700만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업체들이 주력으로 하는 메모리는 2026년까지 연평균 6.9% 성장할 거라고 예상했어요. 전체 반도체 증가율 1.1%를 훌쩍 뛰어넘습니다. 
 
반도체 주가는 업황보다 전망과 기대에 민감합니다. 최근 주가가 반등하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겁니다. 
 
 
반도체 ETF 대부분 상장 2년 미만
 
반도체 주식들이 강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투자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외에는 어떤 종목이 좋은지 선택하기가 어렵습니다. 반도체라는 하나의 업종 안에 수많은 유형의 기업들이 속해 있기 때문입니다. 섹터 내 상장종목들의 숫자도 상당합니다.
 
이렇게 선택에 어려움을 느끼는 투자자에겐 상장지수펀드(ETF)가 좋은 투자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반도체에 투자하면서도 서로 다른 특징을 드러낸 다양한 ETF가 거래되고 있거든요. 각자의 입맛대로 고르면 됩니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서 거래 중인 반도체 ETF 종목수는 15개입니다. 업종별 ETF치고는 거래하기에 충분한 숫자입니다. 
 
그런데 이 안에서도 유형이 나뉩니다. 크게 보면 한국 반도체 기업과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는 ETF로 구분이 가능합니다. 또 한국 기업만 편입한 ETF는 다시 전체 반도체 섹터를 담은 ETF와 비메모리, 시스템반도체만 골라 담은 ETF로 나뉩니다. 작년에 시스템반도체 열풍이 불었을 때 관련 상품들이 대거 출시됐어요. 
 
사실 반도체 ETF 중에 상장한지 2년을 넘은 상품은 KODEX반도체와 TIGER반도체 둘밖에 없습니다. 나머지 13개 종목은 상장 2년차 미만이에요. 2개월차 막내도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이 국내 경제의 한 축을 맡은 지 오래이지만 ETF가 본격적으로 상장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KODEX반도체와 TIGER반도체는 처음 섹터 ETF들이 우후죽순 나오던 2006년에 상장했습니다. 벌써 12년이나 됐군요. 이 두 종목은 운용사만 다를 뿐 종목구성과 비중이 같습니다. 똑같이 KRX Semicon 지수를 기초로 삼고 있거든요. 같은 상품인데 보수는 KODEX 반도체가 연 0.45%로 조금 더 저렴합니다. 
 
편입종목은 42개로 많은 편입니다. 삼성전자를 뺀 국내 대표 반도체 주식을 망라하고 있어요. 종목은 많지만 SK하이닉스(20.47%)와 SK스퀘어(13.13%)의 비중이 3위 리노공업(6.09%)보다 월등합니다. 삼성전자를 뺀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죠. 
 
후발주자 중에는 이들과 색깔이 다른 개성 있는 ETF가 많습니다. 일단 비메모리반도체, 시스템반도체 ETF가 눈에 띕니다. 2021년 하반기에 상장해 몇 달 좋았다가 2022년 한 해를 우울하게 보냈습니다. 성과는 전체 반도체에 투자하는 종목들과 크게 차이 나지 않습니다.
 
미국-중국-섞어서 선택 가능
 
반도체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합니다. 우리 반도체 기업들 외에도 쟁쟁한 기업들이 많아요. 이들에게 투자하는 ETF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종목이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과 KODEX 미국반도체MV입니다. 각각 뉴욕증시에 상장된 두 종목을 제외한 전 종목을 나스닥 반도체 기업으로 편입하고 있습니다. 투자하는 종목들의 면면은 많이 닮았지만 편입비중 상위를 보면 약간의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은 엔비디아, 브로드컴, 퀄컴을 8% 이상 보유 중입니다. KODEX 미국반도체MV는 세계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와, ‘슈퍼을’의 대명사인 네델란드의 노광장비업체 ASML을 미국에 상장된 주식예탁증서(ADR) 형태로 투자하고 있어요. 각각 편입비중 1위, 3위입니다. 또한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은 반도체 ETF 중 시가총액이 1조5000억원으로 가장 크고, KODEX 미국반도체MV는 보수율이 0.10%로 가장 낮다는 특징도 갖고 있습니다.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합성)도 미국 반도체에 투자하는 ETF인데 개별종목이 아니라 증권사 TRS를 편입하고 있습니다. TRS(Total Return Swap)는 증권사가 투자자 대신 주식 등을 매입하고, 주가 등락으로 생기는 이익과 손실은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일종의 파생금융상품입니다. 낯선 투자구조인데 형식의 문제일 뿐 결국 반도체지수를 추종하는 것은 같습니다. 또 다른 TRS 투자 ETF인 TIGER 한중반도체(합성)은 KRX CSI 한중 반도체지수를 기초지수로 하니까요. 이 지수는 한국과 중국의 반도체 기업 중 시가총액 상위 15종목씩 총 30종목을 편입하고 있습니다.
 
미국 기업보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에 관심이 많은 투자자에겐 TIGER 차이나반도체FACTSET이 적당합니다. 반도체 후발주자이면서도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기업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습니다. 발전 가능성이 커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남들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중국과 미국이 경제, 군사 등에서 대치하고 있어 미국의 규제가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도체에 투자하는데 굳이 나라별로 구분해야 할까? 이렇게 생각한다면 글로벌 반도체 기업 80%, 한국 기업 20%를 편입한 SOL 한국형글로벌반도체액티브가 어떨까요? 미국과 유럽, 한국 뿐 아니라 일본의 반도체 주식을 함께 편입해 차별화했습니다. 여러 나라의 주식을 담다 보니 편입종목수도 55개로 가장 많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이 자문하는 액티브 ETF인 것도 다른 점이죠. 펀드매니저의 운용에 따라 성과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또 환헤지를 하지 않아 환율 변화도 주가 등락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 참고해야겠네요. 
 
상승기엔 집중투자가 유리
 
어떤 종목에 투자하는지 알았다면 성과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도체의 반등이었던 만큼 유일한 레버리지 ETF인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합성)이 30% 가까운 상승률을 뽐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레버리지도 아니면서 남보다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ETF도 있어요.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와 ARIRANG 글로벌D램반도체iSelect입니다. 두 종목 모두 집중투자를 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는 엔비디아, ASML, 삼성전자, TSMC 4종목에 집중합니다. 이들에게 각각 20%씩 비중을 싣고 나머지 20%는 다른 6개 반도체 종목에 배분했습니다. 현재 주가 등락으로 엔비디아 비중이 22.22%로 가장 큰데 주기적으로 리밸런싱하게 됩니다. 
 
ARIRANG 글로벌D램반도체iSelect는 iSelect 글로벌 DRAM반도체지수를 추종하는 ETF입니다. 역시 종목수가 10개로 단출합니다. 이 ETF의 경우 상위 3종목에 대한 집중도가 높은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가장 큰 비중이라는 것이 특징적입니다. 유진테크, 원익IPS, 주성엔지니어링도 1% 비중이 안 되지만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 나란히 10종목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요. 3위는 미국의 마이크론입니다. 
 
반도체 상승기엔 집중투자가 빛을 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하락기엔 팔을 넓게 벌리는 것이 유리하겠죠. 단기간의 성과보다는 투자자 개인의 성향에 맞는 종목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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