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목동은 대치동과 함께 서울의 학군 수요를 이끄는 쌍두마차입니다. 양천구뿐 아니라 강서구와 구로구, 심지어 경기도 광명시 주민들도 목동을 오가는 학원 차량에 자녀를 실어 보내죠. 그러다 보니 요즘 같은 시세 조정기를 틈타 목동 입성을 꿈꾸어 보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이들이 목동 아파트를 둘러볼 때 제일 먼저 후보로 꼽는 곳이 목동신시가지 7단지입니다. 5호선 목동역 3~6번 출구 앞에 자리한 초역세권 아파트이자 34개동 2550세대 대단지입니다. 단지가 워낙에 커서 역에서 가장 먼 701동은 거리가 꽤 됩니다. 직선거리로 600미터니까 8분 정도 걸어야 하죠. 705동에서는 오목교역 2번 출구와 450미터 거리여서 비슷하게 걸립니다. 지하철로 여의도역까지 여섯 정거장에 마포, 광화문 도심지역도 한 번에 갈 수 있죠. 단지 주변엔 현대백화점, 이마트, 홈플러스 등을 두루 갖추고 있어요.
목동 입성을 계획하는 이들이 7단지부터 찾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단연 학군이고 둘째는 재건축입니다.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재건축에 대해서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목동7단지에서 오목교역 방향을 바라본 모습. 상가동 앞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구축 단지치고는 세대당 주차대수가 양호한 편이지만 주차공간은 부족한 상태다. (사진=홍연 기자)
넓은 대지지분…27평 보유시 34평+현금?
목동7단지는 1986년 11월에 준공해 벌써 37년이나 된 구축입니다. 그동안 주민들이 재건축을 얼마나 바랐겠어요. 하지만 각종 규제에 묶여 오직 학군만 보고 들고 나는 섬 취급을 받았었죠. 오랜 숙원사업인 재건축의 첫 관문을 통과한 만큼 주민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현재 7단지 상가에서는 재건축준비위원회가 주민동의서를 받고 있습니다.
재건축 후보인 만큼 중요한 것은 용적률과 대지지분이겠죠? 7단지를 직접 방문해본 사람은 알 수 있겠지만, 동 사이의 거리가 상당히 넓습니다. 용적률이 127%에 불과해요. 구축 단지의 특징이기도 한 큰 나무가 많아서 더 쾌적한 느낌이죠.
단지 안에 저층(5층) 동들도 많아서 웬만한 저층 집들도 해가 잘 듭니다. 모든 동이 남향 배치라서 더 그래요. 구축 단지임에도 세대당 주차대수가 1.14대라는 사실만 봐도 부지가 얼마나 넓은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물론 1.14대라도 주차공간은 늘 부족하죠. 1기 신도시에 비해 양호하다는 뜻입니다.
평형은 72㎡(전용면적 59㎡)~121㎡(101㎡)형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재건축 단지에서 제일 중요한 건 대지지분이겠죠? 평균 대지지분은 20.8평입니다. 대지지분이 공급평형의 절반만 돼도 좋다고 하는데 여긴 훨씬 커요. 부동산 시장 분위기나 건축비용 상승 등으로 인해 재건축 사업의 여건이 크게 나빠졌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 조건을 갖췄으면 건설사들이 눈독 들일 만합니다.
목동7단지 재건축 준비위원회가 관리동에서 주민동의서를 받고 있다. (사진=홍연 기자)
가장 큰 대지지분을 가진 평형은 당연히 121㎡(101㎡)형입니다. 대지지분이 무려 29.1평에 달합니다. 그만큼 시세도 비싸요. 작년 4월 실거래 기록이 마지막인데 25억40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그때와 지금 시세가 같을 순 없겠죠. 하지만 다른 지역처럼 호가가 많이 조정되지는 않았어요. 지금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은 23억원입니다. 2021년 1월의 실거래가 수준이군요.
아무리 목동7단지가 탐나도 20억원 넘는 가격은 부담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실수요자들이 많이 찾는 평형은 이곳에서 ‘27평’이라고 통칭하는 89㎡(66㎡), 90㎡(74㎡)형입니다. 27평형은 다른 지역 전용면적 84㎡형 아파트에서 살던 부부가 자녀교육 때문에 이사 올 때 접근 가능한 최소한의 평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방 2개, 화장실 1개니까요. 발코니와 거실 쪽에 방을 낸 방 3개짜리도 있지만 면적은 같습니다. 복층형도 있어서 최대 방 4개짜리도 간혹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단, 27평이라고 불러도, 공급면적은 1㎡밖에 차이나지 않지만, 전용면적 차이가 큽니다. 대지지분이 같을 리 없어요.
그래서 중개업소들도 ‘27평 A타입’, ‘27평 B타입’으로 구분합니다. 27A는 대지지분이 19.15평. 27B는 21.31평입니다. 쉽게 나누면 고층동, 저층동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같은 저층인데도 대지지분이 18.52평에 불과한 27C타입도 있으니까 조심해야 해요. 시세가 저렴해서 서둘러 잡았는데 알고 보니 27C타입이었다? 낭패입니다.
27평은 A타입과 B타입 사이에 1억~2억원의 시세 차이가 발생합니다. 거꾸로 말하면 대지지분 값어치가 평당 1억원이란 말이기도 하죠. 20평도 A와 B타입은 각각 15.49평, 17.08평으로 대지지분에 차이가 있습니다. 집을 구할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27A(전용 66㎡형)의 호가는 17억~18억원에 형성돼 있습니다. 16억원대 급매가 거래됐다는데 급매는 찾아보기 어렵고, 취재 후 며칠 새 호가도 더 오르는 분위기입니다.
3년 전 모 건설사가 재건축 사업설명회를 연 적이 있는데, 그때 27평 보유자에게 34평형(전용면적 84㎡형)과 현금 1억7000만원을 환급해줄 수 있다고 했답니다. 아무리 사업성이 좋다고 해도 지금으로선 그만한 환급금을 기대할 순 없겠지만, 추가분담금 없이 84㎡형을 받는다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목동 최고입지의 34평 아파트를 17억원에 장만한다고 생각하면, ‘17억원’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까요?
목운초중·학원가 모두 품어
목동7단지 하면 뭐니 뭐니 해도 학군이죠. 신시가지 주공아파트 중에서는 목동 학원가와 가장 가깝습니다. 목동 학원가는 오목교역에서 목동역 방향으로 모여 있습니다.
또 목동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는 목운중학교에 배정되는 것도 장점입니다. 특목고 많이 보내서 유명해진 학교입니다.
목동7단지에 사는 아이들은 100% 목운중학교에 배정되지만 초등학교는 동에 따라 나뉩니다. 701동에서 715동까지는 목운초등학교, 716동부터 732동은 오목로 건너편 서정초등학교로 갑니다.
목운초등학교와 목운중학교의 전경. 학교 건물로는 드물게 고층(9층)이라서 엘리베이터가 있다. 오른쪽 초등학교와 왼쪽 중학교 건물이 서로 연결돼 있다. (사진=김창경 기자)
목동에서도 목운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자녀교육에 대한 애정이 깊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근처에 스타벅스 매장이 3곳이나 있는데, 학부모들이 자녀를 학원에 보내놓고 기다리는 장소라고 하네요. 맞벌이 부부가 넘볼 수 없는 영역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맞벌이 부부들 중에는 서정초등학교를 선호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게다가 731~734동은 오목로 건너에 떨어져 있어서 서정초를 품은 ‘초품아’이기도 합니다. 다만 시세는 약간 떨어지는 편입니다.
‘목동학군’이라고 하면 초등학교를 기준으로 정해집니다. 언급되는 학교와 그 학교에 배정되는 단지들이 있어요. 하지만 그중에서도 목운초·중학교의 선호도가 높다 보니 목동7단지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죠. 수요는 곧 시세에 반영됩니다. 7단지가 가장 비싼 이유겠죠.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지금도 목동을 옥죄고 있는 토지거래허가제도 머지않아 풀릴 것이란 기대감이 주민들 사이에 퍼져 있습니다. 중개업소에서는 그때가 되면 지금 가격에 살 수 없을 거라며 집 보러온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어요.
지금이 목동 주변 지역 주민들이 목동으로 입성할 적기일까요? ‘폭락’ 뉴스를 보고 기대했는데 현장의 분위기는 그러지 못해 대기자들의 속만 태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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