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이배월)대덕, PCB 강자 거느린 고배당 지주사
10년 넘게 300원 배당 지켜… 반도체 뜨면 같이 웃는다
2023-01-18 02:00:00 2023-01-18 02: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삼성전자는 '6만전자'에 안착하는 분위기지만 반도체 업황은 여전히 좋지 않습니다. 이들과 공존해야 하는 납품업체들도 좋을 리 없겠죠. 반도체 섹터에 속한 자회사들을 거느린 대덕도 그중 하나입니다. 
 
대덕은 대덕전자와 와이솔, 엔알랩 등을 사업 자회사로 두고 있는 지주회사입니다. 이중에서도 주력 자회사인 대덕전자는 인쇄회로기판(PCB)를 주로 만듭니다. 컴퓨터와 서버, 스마트폰, 자동차 등 다양한 영역에서 쓰이고 있죠. 와이솔과 엔알앱은 통신장비를 개발하고 만듭니다.
 
지배구조 개편으로 대덕 탄생
 
사실 대덕은 원래 PCB 제조를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었습니다. 전신이 바로 대덕전자입니다. 최대주주의 지배력을 높이는 과정에서 합병과 분할 등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졌고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지주회사 대덕입니다. 2018년 12월 반도체용 PCB가 주력인 옛 대덕전자가 스마트폰용 PCB를 만드는 또 다른 상장기업 대덕GDS를 흡수합병했습니다. 
 
1년 후 옛 대덕전자는 인적분할을 발표, 2020년 5월에 존속회사 대덕과 신설 사업회사 대덕전자로 분할합니다. 이때 김영재 대표는 분할한 각 회사의 지분 약 13%를 보유했습니다. 이후 대덕은 대덕전자의 보통주를 현물출자 받고 대덕 주식을 신주로 발행해 줍니다. 이때 김 대표는 갖고 있던 대덕전자 주식 641만주를 대덕에 넘기고 대덕 주식 766만주를 받죠. 
 
그 결과 대덕은 대덕전자 주식 31%를 보유하며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했습니다. 와이솔의 지분도 36% 갖고 있어요. 김 대표는 대덕 지분 27%를 확보했습니다. 특수관계인과 문화재단을 합치면 43%에 달해 지배력이 튼튼해졌습니다. 
 
그 후로 대덕은 별도의 사업을 하지 않고 자회사들에서 발생하는 배당이익과 경영자문료, 상표권 사용료만 갖는 순수 지주회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러니 대덕의 사업은 전적으로 자회사 특히 덩치가 큰 대덕전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옛 대덕전자와 이름이 같은 새 대덕전자는 반도체를 사용하는 제품을 위한 PCB 기판을 만듭니다. PCB는 반도체와 각종 전자제품을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메인보드 역할을 합니다.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패널, 자동차 전장회로, 항공, 네트워크 산업 등에 두루 쓰이죠. 미래 기술인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데이터센터 등에도 필요합니다. 물론 그에 맞는 신기술이 개발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습니다. 
 
PCB 국내 시장점유율 1위는 심텍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이 대덕전자입니다. 2등이라고 매출 차이가 크게 벌어진 것은 아니에요. 
 
신한투자증권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심텍은 매출에서 반도체 패키징 공정에 사용되는 서브스트레이트(패키징섭셋) 비중이 75%, 메인보드가 24%인데, 대덕전자는 패키징섭셋 66%, 연성회로기판(FPCB) 20%. 그리고 고다층연성회로기판(MLB) 14%로 나뉘어 있습니다. PCB는 심텍과 MLB는 이수페타시스 등과 경쟁을 하고 있어요. 고객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AMKOR, STATS ChipPAC, WINPAC 등입니다. 
 
인텔 ‘사파이어래피즈’ 출시에 기대감↑ 
 
대덕전자의 지난 몇 년간 공시를 보면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설비에 꾸준히 투자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공시에서는 작년 4월부터 내년 말까지 2700억원 투자계획을 밝혔고, 2021년에도 3월에 700억원, 12월에 1110억원 투자를 발표했습니다. 2020년엔 900억원을 들여 신설투자를 공시했었네요. 당시 하이엔드 비메모리 반도체용 대면적 FC-BGA 기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설비투자라고 설명했는데, 이런 경우 경영진의 판단에 따른 투자라기보다는 수요처 즉 고객사의 요구에 응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결과가 조금씩 빛을 발할 모양입니다. 최근 인텔이 서버용 ‘사파이어 래피즈’를 출시했습니다. 인텔이 출시를 계속 미루는 바람에 관련 기업들의 애을 태운 제품입니다. 전 세계 서버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인텔입니다. 인텔이 새로운 CPU를 선보였으니 서버용 D램 교체 수요도 발생할 겁니다. 
 
지난 10일 인텔이 공개한 4세대 인텔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사파이어 래피즈). (사진=인텔 제공)
 
여기에 DDR5용 D램이 쓰입니다. SK하이닉스는 10나노급 4세대 DDR5용 D램으로 사파이어 래피즈 CPU에 적용할 수 있는 인증을 받았습니다. SK하이닉스의 인텔향 공급이 증가할 경우 대덕전자도 DDR5용 D램 반도체 기판 수요가 늘어날 수 있게 되겠죠. 삼성전자는 삼성전기에서 공급받습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대덕전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수익성 높은 FC-BGA의 본격적인 대량생산이 1분기 안에 완료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앞선 FC-BGA 투자는 서버용과 전장용에 선제적으로 투자한 것이라고 합니다. 반도체 납품회사들은 물 들어올 때 노 저을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투자가 증가한다는 것은 좋은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다른 업체들도 투자에 나서고 있어 한편으론 공급 과잉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밖에 MLB는 5G 통신장비용 기판입니다. 데이터센터, 통신사 등이 설비투자를 늘리면 MLB 수요도 증가합니다. 현재 5G 통신장비 분야의의 고객사인 삼성전자가 글로벌 점유율을 높이면 대덕전자에게도 이롭습니다. 삼성전자는 미국 AT&T, 버라이즌, 스프린트 같은 통신사에 4G, 5G 장비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대덕의 또 다른 자회사 와이솔은 SAW필터와 듀플렉서를 만듭니다. SAW는 수많은 전파신호 중 내 휴대전화로 오는 신호만 걸러내는 장치입니다. 듀플렉서는 송신신호와 수신신호를 분리해줍니다. 어려운 기술인데 크게 보면 통신부품의 한 가지죠. 
 
상반기 버티면 하반기엔 반등
 
현재 반도체 시장 기상도는 ‘흐림’입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실적이 나쁜데 대덕전자 혼자 좋을 수가 없습니다. 업황이 나쁠 때 납품업체들은 고객사로부터 단가인하(CR) 압박을 받게 되죠. 
 
올해 전망도 우울합니다. 키움증권 김지산 연구원은 지난 4분기 대덕전자의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93%나 급감한 506억원으로 예상했습니다. 메모리 업황 악화로 고객사의 재고조정이 이뤄지며 멀티칩패키지(MCP) 등 메모리용 기판 출하량 감소가 클 것이라고 예상했어요. 비메모리용 기판은 스마트폰 시장 침체가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여기에 2021년 실적이 좋아서 인센티브 등 인건비가 늘었고, 재고 효율화를 위한 일회성 비용도 발생했을 거라네요. 최근 원달러환율 하락도 부정적입니다. 
 
하지만 FC-BGA는 가전시장 똑 출하량은 감소해도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늘어 다행입니다. MLB 기판도 신규고객 확보로 전 분기보다 출하가 증가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올해에도 1분기까지 고객사의 재고조정으로 대덕전자의 실적 하락세는 지속되겠지만, 인텔의 사파이어래피즈 출시를 계기로 2분기부터 실적이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또한 올해는 비메모리 비중이 절반을 넘어 수익성 방어도 가능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전기차 판매 증가로 인한 전장사업 확대는 기회의 영역으로 평가됩니다. 결국 올해를 잘 방어하고 넘기면 내년엔 나아질 것이라는 말입니다. 
 
메리츠증권은 대덕전자의 올해 매출액을 1조3617억원(연결기준), 영업이익 2373억원으로 전망했습니다. 작년 추정치보다 약간 늘었네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300원’
 
대덕전자가 잘 버티면 지주회사인 대덕도 여유가 생길 겁니다.  
 
대덕의 당기순이익은 비지배주주 몫의 순이익을 빼고 봐야 합니다. 지배주주 몫은 적은 편이에요. 2021년만 해도 영업이익은 672억원, 순이익은 547억원을 기록했는데 지배주주 몫은 오히려 23억원 적자였어요. 영업이익만 보고 좋고 나쁨을 평가해선 안 됩니다. 
 
2022년엔 지배주주 순이익도 3분기 누적으로 450억원에 이릅니다. 배당하는 데는 문제가 없겠군요. 
 
대덕은 배당 성적이 꽤 괜찮은 종목입니다. 반도체 기업은 투자가 필수여서 과감하게 배당하기 쉽지 않은데 직접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지주회사이다 보니 이런 면에서는 유리합니다.
 
대덕은 매년 1주당 300원씩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변함없이. 주당순이익(EPS)이 300원을 밑돌았던 해에도 300원을 배당했어요. 그러니 300원 배당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대덕의 주가는 그 10년 기간 중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6000원 아래로 잠시 떨어졌던 걸 제외하면 지금이 가장 낮은 주가 영역입니다. 거꾸로 매수하기엔 부담이 크지 않을 겁니다. 
 
주가 하락으로 배당수익률은 높아졌군요. 현재가 기준으로 4.5% 정도의 수익률이 예상됩니다. 지난 10년간 가장 높은 배당수익률이기도 합니다.
 
키움증권은 최근 대덕전자의 목표가를 3만2000원으로 내렸습니다. 내렸는데도 현재 주가보다 훨씬 높습니다. 대덕전자가 바닥을 딛고 부활한다면 대덕도 함께 웃을 수 있겠죠. 배당은 장기간 주식을 보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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