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홍콩증시가 기세 좋게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전체 글로벌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홍콩의 상승세가 두드러집니다. 2년 가까이 깊은 골짜기를 헤맸던 탓인지 반등폭이 상당합니다. 덕분에 홍콩H지수에 연계된 파생결합증권(ELS)에 가입했던 투자자들도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됐습니다.
홍콩H지수(HSCEI)는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중국기업 중에서 텐센트, 알리바바, 공상은행 등 50개 우량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입니다. 국내에서 중국 증시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를 발행할 때 중국본토 대신 주로 활용됩니다.
홍콩H지수는 지난 13일 7392포인트로 마감했습니다. 작년 말 기록이 6704포인트였으니까 올해 들어서만 벌써 10% 오른 겁니다. 주요국 증시 중 가장 좋은 성과입니다.
홍콩증시는 남들보다 먼저 하락을 시작했습니다. 다른 증시는 코로나 특수의 영향력이 이어졌던 2021년까지 그럭저럭 강세장을 유지했는데 홍콩만 1년 먼저 약세로 돌아섰습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긴장감이 더해지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된 데다 코로나19 방역 봉쇄로 경제활동이 위축되자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져나온 것이 주가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본토 증시도 2021년까지는 버텼지만 오래 전부터 개방된 시장이라 외국인들의 투자 비중이 컸기에 홍콩의 타격이 더 컸습니다.
홍콩H지수는 2021년 2월 1만2221포인트로 최고점을 찍은 뒤 하락전환해 2022년 10월말 4938포인트까지 무려 20개월 동안 추락했어요.
이로 인해 홍콩H지수에 연계된 ELS에서도 큰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8일 금융감독원이 집계해 발표한 ‘2022년 3분기 중 증권회사 파생결합증권 발행·운용현황’에 따르면, 작년 3분기말 기준으로 원금손실의 기준선인 녹인(Knock-In) 구간에 진입한 ELS의 잔액이 1조651억원에 달했습니다. 홍콩이라면 걱정할 수밖에 없었죠.
디행히 11월에 들어서면서 표정이 바뀌었습니다. 반등 수준을 넘어 급등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년 10월의 저점에서 올려다보면 거의 50%의 상승률이네요.
덕분에 작년에 홍콩H를 기초지수로 삼은 ELS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습니다. 2022년 홍콩H지수의 최고점 8780선 근처에서 가입했다고 가정해보죠. 일반적으로 지수형 ELS의 녹인은 50% 이하로 설정된 경우가 많습니다. 홍콩H지수의 최저점 4938포인트도 녹인 기준선보다는 여유 있게 높습니다. 녹인 기준이 60%라면 다르겠지만.
국내에서 발행되는 지수형 ELS 상품은 대부분 해외지수형입니다. 이중에서 주가지수를 기초지수로 하는 ELS의 경우, 미국 S&P500지수를 기본으로 하고 거기에 한국(KOSPI200)과 유럽(Eurostoxx50), 홍콩(홍콩H), 일본(Nikkei225) 중 한두 개를 더해 상품을 설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22년 한 해 동안 발행된 ELS의 기초자산을 살펴보면, S&P500지수를 기초로 한 ELS가 공모와 사모를 합쳐 1만113개로 가장 많습니다. 금액으론 25조1305억원에 달합니다.
홍콩H지수(HSCEI)는 여러 주가지수 중에서 S&P500과 유로스톡스50, 코스피200 다음으로 많은 선택을 받았습니다. 공모 ELS가 1930개, 사모 497개를 더해 2427개나 됩니다. 금액은 총 5조4660억원 규모에요.
이중에서 지난 1년간 홍콩보다 약세였던 증시는 없습니다. 홍콩H지수의 녹인만 방어했다면 ELS 투자금을 상환받는 데는 문제가 없었을 겁니다.
올해에도 당분간 이런 흐름은 유지될 전망입니다. 홍콩만 말썽을 부리지 않는다면 ELS 투자자를 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작년 3분기 큰 손실을 냈다는 것이 ELS 투자를 멀리할 이유는 되지 못합니다. 항상 ELS는 ‘지금보다 50% 하락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를 예상해 투자하는 거니까요. 반토막 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겠다고 생각한다면 녹인 기준선이 40%인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죠. 가입 시점보다 60% 하락하는 상황은 쉽게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주가지수에 투자하는 ELS에 한해서 그렇다는 말입니다. 개별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상품도 많습니다. 그중엔 테슬라 같은 종목도 있어요. 테슬라 주가는 거의 4분의 1 토막이 나 있는 상태입니다. ELS가 내건 수익률이 높다고 종목형을 선택하는 일은 없길 바랍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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