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2023년 재테크 키워드는 채권이 될 전망이다. 안정성 자산이지만 금리 인상이 마무리될 경우 그 혜택을 누릴 것이란 이유에서다. 자산배분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 채권 투자 비중을 높였다가 하반기에 비중 일부를 주식으로 옮기라고 조언했다. 주식은 분할매수로 접근하되 절대 서두르지 말라는 당부를 덧붙였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23년의 자산시장을 전망한 금융회사들은 저마다의 다양한 투자전략을 제시했으나 가장 유망한 자산이 채권이라는 데는 한목소리를 냈다.
채권 투자를 첫손에 꼽은 이유는 지난해 글로벌 금리 상승을 주도한 미국이 올해 상반기 중에 기준금리 인상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기반한다. 금리 인상의 주요 배경인 물가와 고용이 완화돼 추가 인상의 필요성이 약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구성원에 변화가 예고된 점도 긍정적이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대표적인 매파로 분류되는 제임스 블라드, 에스더 조지, 로레타 메스터 총재가 올해 금리 결정권을 잃고 새로 투표권을 얻는 4명은 모두 온건파로 분류된다.
이에 상반기, 이르면 1분기에 금리 인상이 종료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올해 안에 금리를 내리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찍고 하락 중이어서 연준의 목표금리와 역전되는 시기에 따라 의견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한때 6%를 넘을 수 있다며 우려를 낳았던 목표금리 전망치도 뚝 떨어졌다.
모건스탠리는 연준이 현재 4.50%에서 내년 2월 0.25%포인트 한 번 올린 후 금리 인상을 끝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무라는 하반기에 금리 인하를 시작할 거란 의견을 냈다. 다만 월스트리트의 주요 투자은행(IB)들과 국내 금융기관들은 최소 5.00%에서 5.75%까지 인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금리가 지금보다 더 오른다는 얘기지만, 상반기에 채권 비중을 높이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시장금리는 기준금리보다 먼저 움직이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연준의 태도에 변화가 감지될 경우 채권가격은 그 즉시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전망에 기대어 채권에 투자한다면 한발 먼저 매수에 나설 필요가 있다. 지금 당장 매수를 시작해도 괜찮다는 의견도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한 재테크 강연에서 “채권가격은 시장 전망을 민감하게 반영해 이미 거품이 제거된 상태”라며 “지금이 채권을 사기에 좋은 때”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를 추천했지만 직접 채권을 매수하겠다면 투자 후보는 철저하게 신용등급 높은 채권으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높은 수익률에 눈이 팔려 신용등급 낮은 채권을 덥석 잡았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 시장의 변동성이 안정된 것이 아니고 길든 짧든 경기침체 가능성도 농후해 채권가격도 다시 흔들릴 수 있다.
가장 안정적으로 수익을 노린다면 국채가 어울린다. 국채 수익률에 만족할 수 없어 눈을 넓히더라도 AA등급, 최소 A급 이상 우량 채권으로 후보를 좁혀야 한다. 은행채, 한전채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장기채와 단기채 중 무엇을 선택하느냐는 각자의 자산계획에 달려있다. 종잣돈 상당액을 채권에 실었다가 하반기 주식으로 옮겨갈 계획이 있는 투자자에겐 만기가 6개월에서 1년 남짓 남은 채권이 알맞다.
반면 처음부터 주식 등 다른 자산에 배분할 자금을 할애해놓고 채권에 투자하는 경우엔 장기채권이 유리하다. 채권가격은 만기까지 남아 있는 기간이 길수록 금리 변화를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징이 있다. 금리가 오를 땐 단기채보다 장기채 시세가 많이 하락하고 반대로 금리가 하락하는 시기에도 장기채권 가격이 더 많이 오른다. 따라서 금리가 정점을 찍고 하락할 때까지 충분히 기다릴 수 있는 투자자라면 만기가 긴 채권이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줄 수 있다.
지난해 원달러환율이 1400원을 훌쩍 넘어서면서 미국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졌다. 지난 1년간 미국의 금리 상승폭이 한국보다 컸던 만큼 하락 시 차익도 기대할 만하다.
다만 미국채 투자는 환율 변화를 감안해서 결정해야 한다. 현재 1200원대로 내려온 원달러환율이 추가로 하락한다면 미국 채권에서 차익을 얻더라도 환차손이 발생해 전체 이익을 훼손할 수 있다.
증권사들의 올해 원달러환율 전망치는 평균 1210~1370원이다. 경기침체가 다가와 1300원대로 재차 상승하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국 금융시장이 안정될 거라 예상한다면 원달러환율도 하락하는 것이 정상이다. 미국채에 투자하겠다면 당연히 이를 피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환율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채에 투자하는 경우 환율을 헤지한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하는 대안이 있다. 채권금리 하락 시 이익이 발생하고, 원달러환율이 하락해도 그로 인한 손실은 피할 수 있다. 현재 주식시장에서 거래 중인 KBSTAR 미국장기국채선물(H) ETF가 이에 해당한다. 공격적인 투자자를 위한 레버리지 ETF도 있다.
미국채가격에 연동하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국채10년선물 ETF는 환율 변동에 노출돼 있어 반대로 원달러환율 상승을 예상할 때 투자하기에 좋다.
2023년엔 오로지 채권에만 기회가 있는 것이 아니다. 하반기엔 주식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갈 필요가 있다. 경제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겠지만 주식도 충분히 저평가된 영역이므로 하반기 또는 내년을 기약하며 저가매수 기회로 삼을 수 있어서다.
대다수 증권사들은 올해 증시를 ‘상저하고’로 전망했다. 주가 하락의 빌미가 물가와 금리 상승이었던 만큼 금리 인상이 멈추는 것이 주가 반등의 전제조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올해 경제전망이 긍정적이지는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8%로 예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는 2.0%,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각각 1.7%, 1.8% 성장을 제시했다. 정부는 그보다 낮은 1.6%를 예상했다.
경기침체를 예상하는 수준인데 기업들의 실적이 좋을 리 없다. 증권사들은 코스피 전망치는 2100~2800선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기회 있을 때 매도하라는 의견도 냈다.
그러나 과거의 경기침체 당시 주가 상승은 침체의 한복판에서 시작됐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물경제보다 주가가 먼저 움직이는 특성 때문. 증권사들이 하반기 주식 분할매수를 추천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다만 어떤 주식을 매수하느냐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여전히 주가가 많이 하락한 성장주를 분할매수를 추천하는 증권사도 있는 반면 성장주는 관망할 필요가 있다며 가치주의 손을 들어준 곳도 많다. 또 다른 증권사는 성장주, 가치주 구분할 것 없이 실적 잘 나올 종목에 집중할 것을 권했다.
경제는 어렵지만 올해에도 실적이 증가할 기업이 많다. 증권사들의 컨센서스를 참고할 경우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에코프로비엠 등 2차전지와 케이엠더블유, RFHIC 등 통신장비, 현대중공업,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은 업종 전체가 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식 매수 시점을 중시하는 투자자라면 미국 ISM 제조업 구매관리자 지수(PMI)를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 코스피와 상관관계가 높은 경제지표 중 하나다. 지난달 2일에 발표된 11월 PMI는 49를 기록했다. 이 지수가 50 밑으로 하락하는 경우 대부분 경기침체가 왔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반대로 PMI가 반등하면 주가도 오를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PMI가 50 미만에서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 언제 벗어나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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