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또 한 번의 시즌이 끝났다. 2000만원 종잣돈으로 시작한 이번 실전투자는 살짝 모자라는 100만원의 수익을 남기고 마무리했다. 소액이지만 시장의 하락을 피했다는 데 더 큰 의미를 두려 한다.
이번 시즌에 매매한 종목은 꽤 많았다. 성패만 나누면 전체 종목의 절반은 이익, 절반은 손실을 기록한 것 같다. 하지만 현대미포조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태광 이 세 종목의 이익 기여도가 높았다. 조광페인트, 현대건설, KCC글라스가 낸 큰 손실을 위의 세 종목들이 눈처럼 소복하게 덮어주었다.
투자는 수익률로 말하는 거라지만, 이것으론 부족하다. 분명히 운이 좋았던 종목이 있고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기사를 위해 매도한 종목이 있다. 우선 간략하게 투자했던 종목들을 정리하겠다.
네 번째 시즌의 첫 투자는 조선이었다. 현대미포조선과 화인베스틸을 매수했다. 현대미포조선은 조선의 부활을 기대하며 매수했다. 시즌3 때에도 현대미포조선과 한국조선해양에 투자했으나 그땐 손실을 기록했다. 즉 2년의 투자가 이어졌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대형 조선3사들이 각각 약점을 갖고 있다고 판단해 거기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현대미포조선을 골랐다.
업황은 돌아섰으나 원자재가 상승으로 이익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것 같다. 내년에는 나아질 것이다. 인력 부족 문제가 여전히 골칫거리인데 어떻게 헤쳐나갈지 걱정이다.
나중에 현대미포조선을 현대중공업으로 교체했다. 업황이 돌아선 후에는 작은 바퀴가 구르는 것보다 큰 바퀴로 구르는 것이 효과적이겠다는 판단에 현대중공업을 선택했으나 기대처럼 움직이진 않았다. 12월에 계좌를 정리할 때 손실을 확정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현대미포조선 주가가 더 하락한 것을 보면 종목교체 판단은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화인베스틸은 조선사들의 수주가 크게 증가한 덕을 볼 거란 생각에 매수한 종목이다. 화인베스틸이 만드는 형강이 배의 뼈대를 만드는 데 쓰인다. 여기도 원자재가 급등과 인력 부족의 영향이 나타났다. 매출은 작년보다 나았지만 이익이 받쳐주지 못했다. 3000원대 후반에서 팔 기회가 있었는데 욕심이 과해 충분한 이익을 누리지 못했다. 매도 후 주가가 많이 하락한 상황이라서 올해도 다시 노려볼 생각이다.
태광도 조선의 부활을 기대하며 매수한 종목이다. 태광은 배관자재, 관, 이음쇠, 그리고 선박용 피팅밸브를 만든다. 2분기 실적이 급증해 환호했는데 매출 증가에도 이익이 그만큼 뛰지 않고 있다. 비용의 문제다.
동원산업은 사업 잘하고 미래 먹거리 개발 노력도 돋보이고 다 좋은데 돌발이슈가 튀어나왔다. 동원엔터프라이즈와 합병을 추진하면서 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하는 결정을 했던 것이다. 논란 끝에 합병가액을 올리는 선에서 마무리됐는데 매수청구가액은 여전히 아쉬움이 있다. 두 회사를 합병하면서 1주를 5주로 액면분할했다. 합병 전 주가와 큰 변화는 없지만 본업에 다시 집중해 실적을 타고 오르길 바란다.
조광페인트는 가장 큰 손실을 안긴 종목이다. 매도 후 급등했는데 엉뚱하게 전기차 테마를 타고 반짝 올랐던 거라 아쉬울 것도 없다는 생각이다.
대한약품은 숨어있는 리오프닝 수혜주로 주목한 종목이다. 워낙에 굼뜬 종목이라 장기보유해도 괜찮지만 연재기사엔 어울리지 않는다. 외국인과 기관이 함께 꾸준하게 매수하고 있는데 무슨 좋은 일이 있는지 계속 지켜보고 있다.
현대건설과 아세아시멘트, 삼표시멘트, KCC글라스는 건설경기 회복을 기대하며 매수한 종목이다. 예상은 빗나갔고 성과는 나빴다.
현대건설은 마지막까지, 가장 오래 보유한 종목이다. 지금 봐도 4만원대 매수가가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즌을 끝내야 해서 팔았지만 내년에도 매수할 생각이 있다. 다만 지금 건설주를 산다면 다른 종목과 저울질할 것 같다. 업황은 안 좋지만 싸다는 시각엔 변함이 없다.
삼표시멘트는 올해에도 만만치 않겠지만 KCC글라스는 좀 낫지 않을까? 아파트 시공 후반에 들어가는 제품이고 자동차 판매량도 증가하고 있고 저평가 종목이고 배당도 매력적이다.
대상은 곡물가 상승으로 힘들다는 뉴스를 보며, 곡물가가 안정되면 괜찮겠단 생각에 매수했다. 매출은 증가하는데 이익이 제자리지만 그나마 음식료업종은 잘 버티는 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방산의 약진이 단기 테마로 끝나지 않겠다는 생각에 매수한 종목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전 세계 경제에 무거운 짐을 안겼지만 방산업체만은 예외다. 가성비 높은 한국의 무기를 세계 시장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또 한화그룹이 방산부문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중심으로 합치겠다고 발표하면서 힘을 받았다. 내년에도 주목할 섹터 중 하나다.
애증의 삼성전자. ‘6만전자’는 부담 없다며 샀는데 5만원대 중반까지 밀렸다. 바닥은 알 수 없으나 지금도 여전히 6만전자는 부담 없단 생각이다. 삼성전자를 대신해 10월에 매수했던 티씨케이를 끝까지 보유했던 것도 같은 생각에서다.
2023년엔 반도체가 어려울 거라는데 반도체처럼 사이클을 타는 종목은 어렵다고 할 때 사는 게 정석이다. 다음 시즌에 투자할 종목에도 반도체가 있을 거라고 미리 예고하겠다.
KODEX 미국달러선물인버스는 원달러환율이 급등하는 것을 보고 매수한 상장지수펀드(ETF)다. 1300원 위의 원달러환율은 비정상이라고 생각한다. 길게 보면 1200원 위도 그렇다. 미국과의 금리 차이,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자금 유출. ‘킹달러’ 등등의 이유로 1400원, 1500원대로 오를 수는 있겠지만 시장이 안정되면 다시 내려올 것이라 확신했다.
적금처럼 나눠 매수하고 1200원대에 근접할 때까지 보유하는 것이 가장 좋은데, 실전계좌에서는 그럴 수가 없어서 시즌 종료하면서 맨 마지막으로 매도했다. 그래도 환율로 이 정도 수익률이면 좋은 성과라고 생각한다.
맥쿼리인프라 매수는 시장의 오해가 만들어준 기회를 잡은 것이다. 금리 상승으로 부동산펀드, 리츠(REITs)에 닥친 우려가 인프라펀드까지 확산됐다. 이자 비용이 증가해 배당을 줄일 수 있다는 걱정이었는데. 레버리지 비중이 크지 않은 맥쿼리인프라까지 동반 하락한 것은 매수기회라고 생각했다. 또 연말이 되면 배당금 때문에라도 주목받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반기 주식투자 여건이 좋지 않다고 판단해 계좌의 현금비중을 높이면서 맥쿼리인프라 같은 위험관리용 종목이 있는 것도 괜찮겠다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그나마 플러스로 끝낼 수 있었던 비결은 위험관리가 아니었나 싶다. 2000만원 종잣돈을 대부분 주식에 밀어 넣은 적이 없고 연말엔 50% 안팎의 현금비중을 유지했다. 사고 싶은 종목이 없었던 게 아닌데 참은 것은 올해 더 좋은 기회가 올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 20년 넘게 몸담고 있다 보니, 주가 오르면 뛰어들고 주가 하락하면 손실 확정해 떠나는 사람들을 반복해서 보게 된다. 남들이 떠날 때 주식을 사야 하고 남들이 환호할 때 팔아야 한다. 2023년 여기저기서 어렵다 어렵다 소리가 들리겠지만, 기자는 주식을 살 예정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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