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뒷전에 밀린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규제 입법도 지지부진
투자자 피해 커지는데…해외 대비 국내 규제법안 추진 더뎌
규제 내용도 제각각…전문가 "해외 참고해 규제 속도 내야"
2022-12-26 19:31:01 2022-12-27 09:14:01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내년 시행 예정이었던 가상자산 과세가 2년 뒤로 미뤄진 가운데, 투자자보호를 위한 '디지털자산법' 법안 추진마저 속도가 늦춰지는 것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상자산 관련법(업권법)이 부재하다는 지적 등을 반영해 유예된 만큼, 투자자보호 차원에서 법안 마련의 당위성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자산법'은 여야 의견 대립 속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에선 가상자산 시장의 불공정 행위를 예방하려면 입법화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회 정무위원회가 26일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고 '디지털자산법' 법안 심사를 논의했으나 구체적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정무위 법안 소위는 지난 11월 이후 현재까지 이미 수차례 취소된 바 있다. 
 
디지털자산법은 가상자산(디지털자산)을 법적으로 규정하고 투자자 보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법안으로, 가상자산 관련한 법은 지난해 3월 특금법(특정금융정보법) 이후 처음이다. 다만 특금법의 경우 자금세탁방지에 국한된 법안으로 사실상 투자자보호 차원에선 한계가 많다. 
 
현재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대표발의한 '디지털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안심 거래 환경 조성을 위한 법률안',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발의한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규제 등에 관한 법률안' 등 총 10건의 법안들이 계류돼있다. 큰 틀에서 투자자 보호와 산업 진흥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같으나, 세부적 내용에는 차이가 있다. 또 가상자산을 규정하는 용어도 디지털자산으로 할지, 가상자산으로 할지 통일되지 않은 상태다. 
 
가상자산 시장의 혼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져 왔다. 특히 올해는 루나·테라 폭락 사태, 글로벌 3대 가상자산 거래소 FTX 파산, 국내 대표 김치코인 위믹스 상장폐지 등 연이은 악재로 투자자 피해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났다. 
 
해외의 경우 유럽, 미국 등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규제법이 만들어지는 등 규제에 속도가 나고 있다. 유럽연합(EU)는 지난 10월 '가상자산규제법(MiCA)'을 통과시켰고, 내년 2월 최종 투표에 부칠 예정이다. MiCA는 시세조종 등을 방지하기 위해 자본시장 규제에 준해 가상자산(암호자산)을 거래하는 시장참가자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제재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또 백서 공표 의무화와 함께 규제 대상을 전자화폐토큰, 자산준거토큰, 유틸리티토큰으로 분류해 차등 규제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영국에서도 가상통화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기류다. 영국 하원은 지난 10월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당국의 권한을 강화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시장법(FSMB)을 의결했다. 그간 영국에선 금융감독청(FCA)이 가상통화 감독을 맡고 있긴 했지만 감독 범위가 자금세탁방지(AML) 업무에 한정돼 있었다. 이번 법안이 추진되면서 FCA의 규제 수위가 더욱 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FTX 파산 여파로 미국 규제 당국은 가상자산 규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앞서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지난 9월 가상자산(가상통화)을 포괄적으로 규제하는 '가상통화 프레임워크'를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안정위원회(FSOC)는 "포괄적 규제인 프레임워크는 부족하다"면서 가상자산에 대한 의회 차원의 조치를 촉구하기도 했다.
 
국내 업계에선 현재같은 법 공백 상태로는 투자자 피해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국내에서도 규제가 이뤄지고는 있지만 자율규제 형식에 그치고 있다. 지난 5월 루나 사태 이후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로 구성된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가 꾸려졌는데, 업계와 투자자들 사이에선 운영 방식 면에서 투명성, 신뢰성을 보장할 수 없다며 잡음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발의된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속도를 내 통과된다 하더라도 투자자 보호 강화와 시장 건전성을 유지하는 근본 대안이 될 수는 없다고 우려한다. 유럽의 MiCA와 같이 불공정 행위에 대한 강도높은 처벌이 담겨야 제대로 된 규제가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대 교수는 "자본시장법에 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유럽의 MiCA와 같은 법안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면서 "아니면 미국처럼 증권형 코인은 아예 SEC(증권거래위원회)에 맡기듯이 우리도 금융위에 맡겨서 운영하는 방식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새 법이 만들어지면 이전에 했던 불법행위들의 경우엔 소급 적용해 처벌하지는 못하는 부작용이 생긴다는 점에서 해외의 대응방식을 더욱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홍 교수는 "증권성이 있는 코인의 경우 자본시장법을 적용해 먼저 판결하거나 공정거래법, 소비자보호법을 토대로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제재를 하는 등 (현재 범위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제대로 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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