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경일 솔트룩스 대표 "플루닛 필두로 400억 연매출 목표"
챗GPT 도래에 AI 기술 진보 기대…"AI, 지적노동 지평 넓힐 것"
AI 최다 특허 보유·CES 혁신상 수상…다음달 플루닛 스튜디오 출시
올해 B2C 서비스로 이용층 확대…"기술 이용자의 질문과 역할 중요해져"
2023-03-20 06:00:00 2023-03-20 06:00:00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르네상스 시대 이후 사진기가 등장하면서 아름다움에 대해 재정의하는 계기를 제공했어요. 사진기가 화가의 지적 노동에 대한 정의를 바꿨듯이 AI(인공지능)도 인간의 지적 노동에 대한 지평을 넓힐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가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솔트룩스)
  
오픈AI의 챗GPT가 전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면서 AI 기술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솔트룩스의 이경일 대표는 AI 시대의 도래에 대해 이 같은 기대감을 내비쳤습니다. 23년여간 인공지능 분야에서 외길을 걸어온 솔트룩스는 그간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근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는 중입니다. 지난해에는 공공, 민간에서의 챗봇 등 인공지능 사업을 확대하면서 매출이 역대 최대치인 303억원을 기록했는데요. 올해는 AI 사업에 더욱 공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어 전체 매출 400억 돌파를 달성한다는 포부입니다.
 
AI 특허 최대 확보 기업으로 주목…플루닛 상용화 박차
 
AI 전문기업인 솔트룩스는 국내에서 AI 관련 특허(출원 103건, 등록 82건)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회사로, 전 분야에 걸쳐 자체 개발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2002년 검색 엔진에 이어 2003년 텍스트마이닝 엔진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상용화했고, 온톨로지 지식그래프 및 대화 기술을 고도화한 엑소브레인 기술 등으로 AI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업으로 주목받아왔습니다. 2020년 코스닥 상장 이후에는 코로나19 정보 등을 알리는 국민비서 서비스 '구삐', GPT기반 랭기지 스튜디오 등 더욱 빠르게 자사의 AI기술을 확산시키는 중입니다. 
 
주로 B2B(기업간거래)방식으로 AI 원천 기술을 전파해온 솔트룩스는 지난 2021년말 자본금 1억원을 들여 자회사 플루닛을 설립한 바 있는데요. 특히 플루닛을 통해선 B2C 사업에도 드라이브를 걸 전망입니다. 올해 일반 소비자를 공략할 '플루닛 스튜디오' 상용화에 나서는데요. 이 대표는 "주로 B2B 비즈니스를 해왔는데, 우리 고객뿐 아니라 좀더 많은 사람들이 쉽고 편리하게 AI 서비스를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생각해 B2C버전으로 도전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플루닛 스튜디오는 가상인간의 의상부터 자세와 목소리 톤까지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플랫폼인데, 세계 최대 IT 박람회 '세계가전전시회(CES) 2023'에서 혁신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플루닛 스튜디오는 현재 오픈베타 서비스 중으로 다음달 중 본격 출시할 계획입니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가 글로벌 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자사의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솔트룩스)
 
 
이경일 대표는 "지난 한달간 플루닛 스튜디오 플랫폼을 통해 양질의 동영상 4500개 이상이 만들어졌다"면서 "아직 베타 서비스인데 국내외 기업·기관·학교 등과 계약이 진행 중이고, 다양한 연령대에서 당장 쓰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습니다.
 
해외에서도 솔트룩스는 미국, 일본, 베트남 등을 중심으로 사세를 넓혀나가는 중입니다. 베트남 법인은 설립한 지 벌써 13년째로 한국 기업 최초로 현지 법인을 설립해 주목받은 바 있습니다. 미국도 현지 법인을 세워 AI챗봇 사업을 진행 중이며, 플루닛 스튜디오, Goover.ai 등의 다양한 AI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일본에선 DNP사와 현업관계를 구축해 기술을 고도화 중입니다.
 
"AI 부작용? 기술 아닌 사람의 문제" 
 
올해 챗GPT 열풍이 불면서 업계에선 기술력의 진보를 예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AI 대중화에 따른 부작용 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AI기술로 목소리를 위조해 보이스피싱에 사용하거나 저작권 문제, 딥페이크와 같은 신종 범죄 출현 등이 대표적인 우려의 사례입니다. 이 부분과 관련해 이 대표는 "자동차 사고로 사람이 다치거나 죽었다면 자동차 문제로 보지 않듯이 보이스피싱도 AI의 잘못이 아니라 그걸 나쁜 의도로 이용하는 이용자의 문제"라며 "근원적으로 AI를 나쁜 의도로 이용해 피해를 끼친다면 법률적으로 징벌이나 벌금을 주는 제재, 법적인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가 자사 기술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솔트룩스)
 
기술력과 관련해선 챗GPT와 같은 고도화된 AI가 인간의 고차원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추론의 영역까지 커버할 수 있을지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세계적인 석학이자 언어학자인 노엄 촘스키 교수(매사추세츠공대 명예교수)는 '챗GPT의 거짓 약속'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챗GPT와 같은 머신러닝 프로그램이 계속 AI 분야를 지배하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라며 "사람은 복잡한 문장을 생성할 능력을 갖추는 유전적으로 설치된 타고난 '운영체제'"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패턴매칭과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가장 그럴듯한 답을 추론하는 챗GPT와 인간의 정신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지적입니다.
 
이 대표는 촘스키 교수와는 다소 의견이 다릅니다. "AI기술은 점차 진보하고 있으며 10~20년 이후엔 인간 정도의 추론 능력은 문제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는데요. 다만 이를 위한 전제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AI를 이용하는 이용자의 질문이 보다 구체적이고 통찰력있게 접근해야 AI 답변도 정교해진다. 인간은 앞으로 점점 답을 찾는 역할보다는 어떤 질문을 해야하는 지를 더 찾게 될 것"이라며 "이런 과정이 이어지면서 지적 노동의 지평을 넓혀나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AI 기술력 키워 연 매출 400억원 돌파 목표
 
AI 기술의 진보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이뤄지는 중입니다. 진보의 배경엔 수십조원대의 공격적인 투자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솔트룩스도 국내 기업 코스닥 상장사 중에선 상당히 많은 금액의 투자를 진행중인데요. 그래도 빅테크와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대표는 "챗GPT의 개발사 오픈AI에 마이크로소프트는 12조원을 투자했고, 여기에 최근 1조를 추가하면 누적 투자금액이 무려 13조원이다. 구글은 30조원대 투자를 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국내 기업들은 다 합해도 해외 빅테크 대비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같은 기준으로 경쟁할 수 없기에 국내 기업들은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에서 기술 고도화를 해나가는 중인데, 우리 역시 선택과 집중을 토대로 공격적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솔트룩스는 초반 30억~40억원 규모로 투자를 해오다가 2020년 상장 이후로는 70억~80억원대로 늘려 연구개발에 투자를 해오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AI 생태계를 넓히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도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그는 "현재 국내 정부는 산업 육성을 위해 열심히 일해오고 기여한 부분은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앞으로 변화할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선 과감한 투자를 해야한다. 글로벌 빅테크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국내 기업들이 공동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해야하고, 공동 구심점을 마련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유능한 인재 확보를 위해선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국내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방안은 물론, 다양한 국가의 유능한 인력들이 국내로 와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입니다.
 
올해 솔트룩스의 주요 목표로는 전체 매출 400억원 돌파를 꼽았습니다. 지난해 솔트룩스는 인공지능 기업 최초로 300억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낸 바 있는데요. 이 대표는 "플루닛을 포함해 저희 기술들이 인공지능 기반에서 누구라도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되도록 만들어 나가겠다. 솔트룩스, 플루닛 없이 살기 불편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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