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고학수 개인정보위원회 위원장이 15일 개인정보 유출, 무단 수집 등과 같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선 "시장 변화에 따른 규제의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를 업데이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빠르게 기술개발이 이뤄지는 데이터 분야의 속성에 맞게 감독기구가 일률적인 규제방식을 정하는 것보단 상황에 맞는 유연한 가이드라인 적용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고 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규제 방향을 잘못 잡으면 유용한 기술의 개발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한편으론 프라이버시를 충분하게 보호하지 못할 우려도 존재한다"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이 15일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사진=이선율 기자)
고 위원장은 "개인정보위는 '산업계의 데이터활용 요구 확대'와 '국만의 개인정보 침해로 인한 불안감 확대' 사이에서 균형잡힌 나침반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면서 "기술변화가 빠르고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개인정보 처리에 관여하는 분야를 선정해 기존의 프라이버시 보호와는 다른 방식으로 규제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개보위는 온라인플랫폼에 대해 기존의 사후 조사 중심의 제재방식으로는 더 이상 개인정보보호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플랫폼 환경에 적합한 개인정보 보호 방안을 마련하고자 민관협력 자율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민관협력 자율규제는 온라인플랫폼 비즈니스 환경에서 개인정보 처리과정에 대한 세부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규제감독기관인 개보위와 기업이 함께 협력해 규율 방향을 공동으로 설정해나가는 협업기반의 자율규제 체계다.
자율규제 체계로 운영되지만 대량의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구글·메타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에 대해선 더욱 엄중한 처분을 내리고 있다고 개보위는 전했다. 지난 9일 개보위는 개인정보 불법 수집 등 개인정보보호법 위반행위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관련 의결서와 고지서를 구글과 메타에 전달했다. 이는 지난 9월 개보위가 구글과 메타에 총 1000억원의 역대급 과징금 처분과 시정명령을 내린 데 따른 조치다.
고 위원장은 "해외 데이터 관련 규제 감독기관들과 여러 채널을 통해 만나 대화를 나눴는데, 대체적으로 법을 위반하는 사항이 있으면 엄정하게 처분해야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고 보고 있다"면서 "원론적인 면에서 저희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다만 불필요할 때 규제를 하도록 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는데 무조건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규제를 강조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고 위원장은 "명확한 법 위반 사항이라고 보이면 조사처분을 하는 것이고, 회색지대라고 판단되는 부분에 대해선 최대한 열심히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만드는 역할을 해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사용자 개인정보를 활용한 맞춤형 광고의 경우 금지하는 규제 법안이 없어 제재를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대해 고 위원장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데 개인정보보호법으로만 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엔 "재산권, 인격권으로 봐야하느냐 얘기들이 종종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특별한 방향으로 보기 어렵다고 본다"면서 "상황별로 특징이 다르기에 유연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보위는 지난 2020년 8월 출범한 이후 올해 10월까지 총 456건에 대한 처분을 내렸다. 이 기간 부과한 과징금·과태료는 약 118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현재 조사관 인력은 24명에 불과해 개인정보 침해 등 관련 사건의 신속 처리 및 대응에 여러모로 애로를 겪고 있다.
고 위원장은 "지난 5일 국회 정무위원회 문턱을 넘은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 통과를 계기로 조직을 전반적으로 보강해 나갈 계획"이라며 "전 분야 마이데이터 도입에 따른 범정부 추진체계 마련, 공공기관 대상 개인정보 보호 수준평가, 개인정보 처리방침 평가제 도입 등 새로운 정책 및 권한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조직체계를 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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