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이달부터 서울 택시요금 심야할증이 본격 적용된 가운데 심야택시 할증을 적용하지 않는 카카오T 벤티, 타다 넥스트 등의 대형 플랫폼 택시와의 가격 차이가 큰 폭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야 할증시간대를 중심으로 대형 플랫폼 택시들의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면서 택시 수요가 증가할지 주목된다.
서울역 택시 승강장에서 한 시민이 카카오T 택시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이달 1일부터 서울시는 '택시운송사업 운임 요율 조정안'을 적용, 중형택시의 경우 당초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인 할증 시간을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로 2시간 확대했다. 기본 20% 할증률도 오후 11시부터 오전 2시까지 40%로 올렸다. 이에 따라 평상시 3800원인 중형택시 기본요금은 오후 10시부터 오후 11시, 오전 2시부터 오전 4시 사이 4600원으로 인상됐고 오후 11시부터 오전 2시까지 시간대에선 5300원으로 더 뛰었다. 기존에 심야 할증이 없었던 모범·대형(승용)택시도 이번 조정으로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20% 할증이 적용됐다.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서울지역 심야할증이 적용된 플랫폼택시들의 가격차이를 비교해본 결과 중형택시와 대형택시간 요금차이가 평소 대비 크게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3일 강남의 신논현역과 성수역(20분 내외)을 기준으로 오전 1시경 플랫폼택시들의 요금차이를 비교해봤다. (사진=각 플랫폼택시 앱 화면 캡처)
13일 강남의 신논현역과 성수역(20분 내외)을 기준으로 오전 1시경 플랫폼택시들의 요금차이를 살펴보면 대형택시인 카카오T 벤티의 가격이 1만8600원, 고급택시인 블랙은 2만4000원, 중형택시인 블루는 1만5900원, 일반택시는 1만2900원(부스터호출시 1만3900원)으로 나타났다. 타다의 경우 타다 넥스트가 1만2700원, 고급택시인 플러스는 1만6000원으로 예상가가 떴다. 중형택시 중심의 우티는 일반택시와 우티택시 모두 1만3600원~1만7000원대, 스피드 호출시 1만6600원~2만원대로 나타났다. 대형택시 아이엠택시의 경우 아이엠화이트 가격이 1만9400원, 고급기종인 하이블랙은 2만1200원으로 나타났다. 아이엠택시의 경우 서울시의 택시 요금 조정 계획을 반영해 12일부터 할증을 붙인 가격이다.
카카오T는 대형택시와 중형택시간 가격 차이 범위가 2700~5000원 내외에 그쳤다. 대형택시 중심의 타다는 카카오T 중형택시나 우티와 비교할 때 가격경쟁력이 더 뚜렷이 드러났다. 타다 넥스트는 카카오T 블루보다 오히려 3200원이 저렴하게 책정됐다. 카카오T 일반호출(1만2900원)과 비교할 땐 타다 넥스트(1만2700원)와의 가격 차이가 200원에 불과했다. 다만 심야할증이 붙은 아이엠택시 화이트는 카카오T 일반호출보다 6500원 비쌌다. 지난 9일 금요일 오후 10시 30분경 카카오T, 우티, 타다, 아이엠택시 등 중형 플랫폼 택시와 대형 플랫폼 택시간 가격차이가 3000~6000원 내외로 나타났다.
심야 할증 적용시 대형 택시의 가격 경쟁력이 예전보다 높아지면서 승객 수요가 비례해 늘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주요 플랫폼택시들은 가격 경쟁력은 높아졌지만 현재까지 승객 수요가 눈에 띄게 늘진 않았다는 반응이다. 다만 가격과 서비스 면에서 경쟁력이 높기에 품질에 우선순위를 두는 승객을 중심으로 신규 수요가 늘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최근 심야시간대 할증을 적용하면서 승차난이 일부 해소됐는데, 업계에선 이를 두고 택시 수요가 줄고 공급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7일까지 심야 평균 배차 성공률도 62%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 배차 성공률 37%보다 2배 내외로 증가한 셈이다.
대형·고급택시들이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되면, 고급운송수단으로서의 택시가 국내에 더 잘 자리잡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택시업계 한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택시 수요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택시의 경우 이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는 고객 락인효과 덕분"이라며 "택시업계에선 요금인상을 해야 수요가 늘 것이라고 했지만 요금인상뿐 아니라 이용자의 서비스 경험 개선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형이나 고급 택시 수요는 일반 중형택시와 다르게 목적성을 가진 경우가 많아서 수요 편차가 크진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내년 2월1일 오전 4시부터는 택시 기본요금도 인상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중형택시 기본요금은 현행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오른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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