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 등의 군사훈련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북한의 7차 핵실험 감행 시점으로 예상됐던 미국의 중간선거가 끝났다. 당초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북한이 이 시기에 핵실험을 감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북한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 향후 어느 시점에 핵실험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당장 오는 14일 예정된 미중 정상의 첫 대면 회담이 분수령으로 꼽힌다. 미중 정상이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 직접 이야기할 수 있는 타이밍을 북한이 노릴 것이란 분석이다.
국가정보원을 비롯해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이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의 중간선거 이전에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해왔다. 앞서 지난달 26일 진행된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간사 브리핑에 따르면, 국정원은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전(11월7일)까지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미국의 중간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북한의 핵실험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시기에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 것은 미국의 중간선거 여론에 영향을 미치려는 북한의 정치적 의도 때문이다. 미국 연방 상하원 의원과 주지사를 뽑는 중간선거가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정치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일정인데, 이 시기 북한의 핵실험은 바이든정부의 무능을 부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악재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 다음 북한의 7차 핵실험 감행 시점은 오는 14일 예정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대면 회담이다.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날 예정인 두 정상은 이 자리에서 북한·북핵 문제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정상이 처음으로 머리를 맞대고 국제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는 점에서, 북한은 미국의 관심을 최대한 끌기 위해 이 시기에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다.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전 장관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G20 회의에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는데 거기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온다"며 "(북한 입장에서는)엄청나게 파장이 큰, 정치적으로 의미가 큰 메시지를 낼 수 있는 좋은 타이밍"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나 시진핑 주석이 미국 대통령에게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직방으로, 톱다운 방식으로 이야기할 수는 있는 타이밍을 북한이 활용하려하고 싶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정 전 장관은 '미중 정상회담 중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중국이 곤란해 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대해 "중국은 미국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하고, 심지어 정권 붕괴까지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북한의 핵실험은 그것을 막아내기 위한 행동이라고 본다. 중국에서는 그것을 '합리적 우려'라고 표현한다"며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크게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11월15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루스벨트 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만 변수는 핵실험 감행에 필요한 북한 핵무기의 기술적 완성도다. 북한이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정치적 시기를 고려하는 것이 아닌, 기술적 완성도에 따라 핵실험 시기가 좌우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앞서 우리 군은 북한이 지난 3일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을 동해상으로 발사했지만 정상비행에는 실패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러한 이유로 북한은 기술적으로 핵무기 수준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올 때까지 몇차례 미사일 도발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는데 기술적으로 아직 해결이 덜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ICBM도 쐈다가 실패했다. 이번에 대기권 진입은 고사하고 공중에서 사라져버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이 지금 기술적으로 장벽에 부딪혀서 (핵실험을)못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기술적으로)완성될 때까지는 미사일 발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술핵 무기를 개발 중인 북한이 기술적 문제로 단기간 내 핵실험이 어렵다면 오는 29일 '핵무력 완성' 선언 5주년이 핵실험 감행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은 2017년 11월29일 ICBM '화성-15형' 시험발사에 성공한 뒤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5년 또는 10년을 기준으로 중요 기념일을 강조해 온 북한의 행보를 봤을 때 올해 핵무력 완성 선언일에 핵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지난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문가들 중 북한이 5년전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날을 전후해 핵실험을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여러 가지 견해도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무력 완성 선언 5주년에 핵실험이 아닌 ICBM을 또다시 시험발사할 가능성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제2의 핵무력 완성 퍼포먼스를 기획할 수 있다. 미국에 닿을 수 있는 '제2의 ICBM'을 개발했다는 선전을 할 수 있다"며 "당장 대미 억제용, 실질적인 미국의 압박용으로는 ICBM이 먼저 선택될 가능성이 높고, 핵실험은 향후 돌아가는 정세의 판도를 보고 정치적 시간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진다"고 진단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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