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카카오가 멈추자 일상이 마비됐다.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의 장애에 이용자들은 라인, 텔레그램 등 대체재를 찾아 분주히 움직여야 했고 카카오 공동체 서비스에 기대 생업을 이어가던 자영업자, 택시기사 등은 속수무책이었다. 지난해 KT의 통신망이 장애를 일으켰을 때만큼, 혹은 그보다 더 큰 혼란이었다. 카카오에 대한 의존도가 이렇게 높았는지 새삼 확인하게된 '카카오 공화국'의 그늘이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15일 오후 3시19분경 발생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의 화재였다. 불은 지하의 전기실에서 발생했지만 안전을 위해 데이터센터 서비스 전원을 차단했다. 이후 오후 3시30분부터 카카오톡을 비롯한 카카오맵, 카카오T, 카카오페이, 다음 뉴스 등 카카오 공동체 서비스 전반이 먹통이 됐다.
15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판교 캠퍼스 A동 앞에서 스마트폰 다음 애플리케이션에 오류 메시지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불길은 오후 5시46분경 대략 잡혔지만 데이터센터의 전원은 밤 11시가 넘은 시점에야 돌아왔다. 자정을 앞둔 시각 다음 뉴스 서비스부터 복구가 됐다. 16일 새벽 2시를 조금 넘겨서는 카카오톡의 메시지 수발신 기능이 일부 돌아왔다. 장애를 일으킨지 11시간이 지난 시점이다.
이후 카카오 서비스들은 순차적으로 정상화를 알렸다. 오전 10시경 카톡 PC버전 로그인이 복구됐고 오후부터는 카카오T의 택시 호출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16일 오후 4시 현재 카톡의 이미지·동영상 전송이 되지 않는 등 여전히 많은 서비스들이 실제 이용 과정에서 원활하지 않은 상태다.
지금까지 카카오톡의 메시지가 정상적으로 수발신되지 않거나 선물하기 등 일부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은 등의 장애는 간헐적으로 있어왔지만 카톡 전체 서비스는 물론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공동체 서비스 대부분이 한꺼번에 먹통이 된 것은 처음이다. 특히 카카오계정을 활용해 로그인을 할 수 있는 '소셜 로그인' 기능을 제공 중인 업체에까지 파장이 미쳐 '대란'이라고 칭할 수 있는 수준을 뛰어넘었다. 카카오 12년 역사의 최악의 오점을 남기게 됐다.
SK㈜ C&C 판교 데이터센터는 카카오와 네이버, SK 관계사 일부가 사용 중이다. 그럼에도 유독 카카오에 피해가 집중된 것은 이곳이 카카오의 가장 메인이 되는 데이터센터이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이 곳에 3만2000대의 서버가 있는데, 서버 전원이 차단되면서 이중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트래픽을 전환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는 설명이다. 전일 남궁훈·홍은택 각자대표 명의의 사과문에서도 카카오는 "화재 발생 직후 이원화 조치 적용을 시작했지만 데이터센터 한 곳 전체가 영향을 받는 것은 이례적 상황으로 해당 조치를 적용하는데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고 전했다.
서비스가 정상화 궤도에 오르면서 시선은 이용자 배상 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멜론, 카카오웹툰 등 이용권 결제 기반의 유료서비스들은 기간 연장이나 캐시 지급 등으로 보상안을 마련했지만, 그 밖의 카카오 서비스 대부분이 무료이기 때문에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 이용약관 손배 기준(제15조)에 따르면 손해배상 기준에 회사의 과실이 적시돼 있다. 백업시스템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은 부분이 카카오의 과실에 해당하는 지를 다퉈볼 여지가 있다. 또한 손해배상 면책 조항에는 '천재지변 또는 이에 준하는 불가항력의 상태에서 발생한 손해'라는 표현이 있어 이에 대한 해석도 여러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일단 홍은택 대표가 약관을 넘어선 보상을 약속한 만큼 이용자들의 불만을 얼마나 잠재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홍 대표는 이날 화재 현장을 방문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들을 만나 "서비스 원상 회복에 우선 집중한 후 피해 범위 등을 조사해 보상안을 마련하려 준비 중"이라며 "피해가 만회될 수 있도록 충분한 보상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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