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담대한 구상' 어디로?…"유엔총회 기조연설서 추가언급 없다"
민주당 "갈지자에, 오늘만 대충 수습하는 '오대수' 외교"
2022-09-15 16:40:26 2022-09-15 20:02:28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취임 후 두 번째 해외 순방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이 산적한 외교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미중 패권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북한과의 긴장관계까지 높아진 상황에서 뾰족한 해법은 없어 답답함만 더해간다는 지적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담대한 구상' 관련해 추가 언급을 하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및 국제사회와 대북 압박을 다시 강화할 것으로 보여, 제안의 진정성은 의심받게 됐다. 자칫 '담대한 구상'이 사장될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은 오는 18일부터 5박7일 일정으로 영국·미국·캐나다 순방길에 오른다. 순방 직전인 16일에는 중국 공산당 서열 3위인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접견한다. 윤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19일에 거행되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장례식에 참석한다. 이어 미국 뉴욕으로 이동해 20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나선다. 기조연설은 북한 비핵화를 위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연대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윤 대통령의 순방 일정과 관련해 "유엔총회에서 한미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며 "시간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또 "영국과 미국, 캐나다 순방 전체 일정을 관통하는 윤 대통령의 키워드는 자유와 연대, 경제안보, 기여외교"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유엔총회 첫날인 20일 10번째 순서로 연설대에 오른다.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안했던 '담대한 구상'과 관련한 추가 언급은 없을 전망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조연설과 관련해 "이번 총회에서 담대한 구상을 다시 요약해 연설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비핵화를 포기하지 않았고, 인내심을 갖고 모든 조치를 취하면서 (북한의)결단을 촉구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연설에서는 핵 위협, 대량살상무기 위협 속에서 평화를 지켜야 한다는 문제의식 속에서 동맹인 미국과 자유를 중시하는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한반도를 지키고 핵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함축적 메시지가 담기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북한은 '담대한 망상'이라고 조롱하며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외선전매체 통일의메아리는 14일 "이명박 역도의 대북정책(비핵·개방 3000)을 순서나 바꾸고 품목 몇 개를 첨부해서 옮겨 베껴놓고는 거기에 '담대하다'는 표현을 붙여 광고해대니 이것이야말로 미꾸라지국 먹고 용트림하는 격, 말 그대로 '담대한 망상'이 아니겠는가"라고 비아냥댔다. 앞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담대한 구상' 제안 4일 만인 8월19일 담화문을 통해 "우린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며 원색적 비난으로 대응했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도 윤 대통령을 괴롭히고 있다. 치솟는 물가와 고금리로 민생경제가 날로 악화되는 상황에서 무역수지와 외환보유고 등 거시경제 지표마저 적신호를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일단 서민의 실질임금 하락을 가져오는 물가를 먼저 잡는 것이 우선"이라고 물가 잡기에 주력할 뜻을 내비쳤다. 또 시장의 불안감을 의식해 "경상수지라든지 외환보유고나 대외적인 재무건전성이 아직 국민들이 걱정하실 수준은 아니다"고 했다. 
 
미중 패권경쟁 속에 국익도 위협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전부터 한미동맹을 강조하며 미국의 편에 섰지만,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는 여전하다.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비롯해 바이오산업에서도 자국 내 생산을 위한 투자 활성화에 나서는 등 미국이 철저히 자국 이익 중심의 외교노선을 펼치면서 포괄적 한미동맹이 무색해졌다.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그러자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외교를 '오늘만 대충 수습한다'는 의미의 '오대수 외교'라고 한껏 비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치밀한 전략과 계획은커녕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윤석열정부의 갈지자 외교가 참으로 위험천만하다"며 "취임 직후부터 중국의 반발을 무릅쓰고 친미 노선을 강조했지만 정작 방한한 미국 의전서열 3위의 팰로시 의장을 패싱하는 무리수를 뒀다. 선제타격을 운운하며 북한에 강경모드로 일관하다가 뜬금없이 담대한 구상을 비롯해 이산가족 상봉 등 유화책을 쏟아냈다"고 맹비난했다. 박 원내대표는 "오락가락 정책 속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뒤통수를 맞고, 북한에는 '담대한 망상'이라는 조롱까지 당했다"며 "무책임한 오대수 외교·안보 정책의 결과, 뒷감당은 오로지 국민과 기업들의 몫이 되고 있다"고 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14일 한 라디오에서 "이번에 배터리, 전기차, 바이오를 해결하지 못하면 이 나라가 진짜 망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과의 관계 복원도 난제다. 윤 대통령은 16일 리잔수 전인대 상무위원장과 접견한다. 우리나라의 국회의장 격인 중국 상무위원장의 방한은 지난 2015년 6월 이후 7년 만이다. 윤 대통령과 리 상무위원장의 만남에선 한중 정상회담 여부,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3불 1한, 중국의 역사 왜곡 등 첨예한 의제가 다뤄질 전망이다. 특히 정부가 성주 사드기지 정상화 방침을 밝힌 것에 중국이 어떤 대응으로 나설지 주목된다. 중국의 보복이 현실화될 경우 사드 사태와는 차원이 다른 경제통상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게 산업계의 우려다. 당시 한국은 중국의 한한령 등으로 관광, 면세, 화장품, 유통 등의 업종에서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중국에 필수 원자재를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통상 보복에 나설 경우 산업계가 입을 피해는 추산 자체가 불가능하다. 중국은 우리 대외무역의 1위를 차지한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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