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윤핵관 빈자리에 '찐핵관' 부상…"김한길을 주목해야"
윤핵관 2선 후퇴 기정사실화…'중도로의 대전환' 김한길 목표는 '윤석열의 국민의힘'
2022-09-05 06:00:00 2022-09-05 06:00:00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의 2선 후퇴가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대통령실 칼바람과 맞물려 취임 100일을 넘긴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상 윤핵관과의 결별 수순에 돌입했다. 검찰총장에서 곧장 대선후보로 직행했던 윤 대통령은 정치적 기반이 취약했던 탓에 그간 윤핵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 얘기는 달라졌다.
 
양대 윤핵관인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의 힘은 급속도로 빠지고 있다. 장 의원은 이미 "윤석열정부에서 어떠한 임명직 공직을 맡지 않겠다"며 "계파활동으로 비쳐질 수 있는 모임이나 활동 또한 일절 하지 않겠다"며 2선 후퇴를 공식 선언했다.
 
윤핵관의 맏형 격인 권 원내대표는 새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직후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을 가능성이 높다. 권 원내대표는 이준석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 징계 이후 이를 '궐위'가 아닌 '사고'로 규정, 이 대표에게 반격의 빌미를 준 것을 시작으로 윤 대통령의 "내부총질" 문자 메시지를 유출해 당을 극심한 내홍으로 빠지게 한 책임론에 시달리고 있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이 이 두 사람과의 결별 수순에 돌입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절대적 신뢰에서 불신으로 급격히 선회했다는 기류도 곳곳에서 감지됐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곳곳에 포진한 이른바 윤핵관 라인의 행태에 크게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대외비 문건을 비롯해 내부사정이 실시간으로 윤핵관들에게 전달됐다는 정황이 내부감찰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윤심을 두고 권핵관과 장핵관으로 분화하는 모양새를 보이더니 수차례에 걸쳐 두 사람의 충돌도 빚어졌다. 당권을 둘러싼 두 사람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이 대표의 역공에 제대로 된 대응조차 못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이 같은 여당 분란은 윤 대통령이 두 사람의 정치력을 의심하는 직접적 계기로 작용했다는 게 복수 관계자들의 공통된 해석이다.
 
4일 여권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 기준으로 기성 정치인은 시쳇말로 사기꾼과도 같다"고 규정했고, 다른 인사도 "윤 대통령은 '정치권 사람들이 자기 이해만 챙기는데다 너무 무능력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김건희 여사가 내렸던 정무적 판단대로 "대통령은 민생으로 나아가려는데, 당이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사실 지금 상황은 보수의 적이 보수 내부에 있는 꼴"이라고 했다.
 
당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불신에 더해 윤핵관의 퇴조는 권력지형 재편으로 귀결되는 분위기다. 중심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의 역할론이 있다. "윤핵관이 물러나고 찐핵관이 부상한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김 위원장은 대선 과정에서도 새시대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는데, 외연 확장의 시작은 호남권 인사들과 민주당 이탈세력 등의 규합이었다. 김 위원장은 신지예 영입 사태로 물러난 뒤에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통합위원장으로 재중용되며 윤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가까운 주변에 김 위원장을 지칭할 때 "한길이 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김건희 여사와 김 위원장의 부인 최명길씨와도 매우 가깝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 의중을 가장 잘 아는 분은 김한길 위원장"이라며 "두 분이 정치를 떠나서 인간적인 신뢰가 굉장히 두텁다"고 귀띔했다. 이어 "사적으로도 자주 소통하는 것으로 안다. 시중에 돌아가는 얘기부터 시작해서 대통령이 전달받기 어려운 정확한 여론들까지 주고 받고 계시다"고 전했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사진=연합뉴스)
 
주목할 부분은 김 위원장의 기획력이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그를 "자타공인 창당 전문가"라고 규정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향후 정계개편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 역시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정계개편 핵심은 '중도로의 대전환'으로 요약된다. 반민주당 세력을 규합, 국민의힘 지역 기반인 영남에서 탈피해서 호남까지 진격하겠다는 구상이다. 수도권, 충청, 호남을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전국정당화를 추진하겠단 것이다. 이를 통해 '윤석열의 국민의힘' 밑그림을 기획하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과거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유사하게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 윤 대통령의 측근 대다수는 과거 친이계를 뿌리로 하고 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신만의 정치세력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대목이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친노의 '혁신과통합'이 외부에서 몸집을 불려 민주당과 합당한 뒤 민주당을 집어삼킨 모델을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대선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이런 정계개편 구상에 윤 대통령이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게 정설이다. 당시 정치권에선 "윤 후보가 김종인보다 더 믿고 신뢰하는 게 김한길"이라는 얘기가 돌 정도였다. 새시대위원회는 선대위와 함께 윤 후보를 정점으로 하는 두 축이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는 좀 연기만 해라"는 도발적 발언 후 윤 후보에게 결별을 통보받은 반면, 김한길 위원장은 윤석열정부 출범 후에도 국민통합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차기 국민의힘 당대표로 안철수 의원을 내심에 두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김한길·안철수 두 사람은 과거 새정치민주연합 합당과 국민의당 창당 동지다. 이 같은 인연을 바탕으로 김 위원장은 지난 19대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를 지원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친노, 특히 친문 진영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도 갖고 있다.
 
다만 당장 정계개편은 힘들다. 정치권에서도 그 움직임을 일러야 내년 6월 정도로 예측하고 있다. 여권 한 인사는 "향후 정계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정부 및 대통령실에 있는 검찰 출신 인사들이 윤석열정부 1년이 지난 내년 6월쯤이면 본격적으로 정치권 돌아가는 사정에 밝아질 것이고, 활동할 제반 요건도 마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본격적 시점은 2024년 총선 전이라는 예상도 흘러나온다. 
 
이런 시각에 김 위원장 측은 신중한 기류다. 앞선 한 관계자는 "정계개편이라는 게 인위적으로 하고 싶다고 되는 일이 아니고, 분위기가 무르익어야 한다는 게 김 위원장의 지론"이라고 전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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