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취임 두 달 만에 40% 선마저 붕괴되며 30%대로 주저앉았다는 여론조사가 잇따르고 있다.
11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37.0%에 그쳤다.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응답은 과반을 넘어선 57.0%였다. 앞서 8일 공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정기 여론조사 결과(지난 5~6일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56명을 대상으로 실시)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59.6%가 부정평가('잘못하고 있다' 49.2%, '다소 잘못하고 있다' 10.3%)를, 37.6%는 긍정평가('잘하고 있다' 26.7%, '다소 잘하고 있다' 10.9%)를 내렸다. 같은 날 발표된 한국갤럽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37%에 그쳤다. 3곳 조사 모두 비슷한 수치대와 흐름을 보였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국민적 지지를 잃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국정운영 지지도가 폭락한 것은 검찰 출신과 사적 인연을 내세운 잇단 인사 실패와, 고물가와 고금리 등 경제위기에 대한 대처 미흡, 김건희 여사 문제 등이 총체적으로 맞물린 탓이란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부정평가의 주된 원인으로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담 순방시 민간인 동행과 외가 6촌의 대통령실 근무 등도 지적했다. 모두 윤 대통령 내외의 사적 인연과 얽혀 있다.
인사 난맥은 계속해서 윤 대통령의 골칫거리다. 윤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23기)로,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에 지명됐던 송옥렬 후보자는 제자 성희롱 전력으로 지명 6일 만인 지난 10일 자진사퇴로 입장을 정리했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정호영·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벌써 4번째 낙마였다.
특히 송 후보자는 인사검증 단계에서 과거 성희롱 발언이 문제됐지만 대통령실이 밀어붙이면서 결과적으로 자진사퇴라는 낭패를 보게 됐다. 자진사퇴로 거취를 정함에 있어 송 후보자의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자진사퇴를 만류했지만 송 후보자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고 전했다. 버티기로 일관하다 42일 만에 자진사퇴로 정리된 정호영 전 후보자와 지명 40여일 만에 임명장을 받은 박순애 사회부총리와는 딴판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정 전 후보자는 자녀들의 의대 편입학 특혜 논란, 박 부총리는 만취 음주운전 및 조교 갑질 의혹을 받았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당 회의에서 "문제가 되는 분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통점이 있다"며 "정호영 전 후보자와 송 후보자에 이르기까지 '지인 찬스'를 쓴 분들이 주로 낙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정부는 인사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벌써부터 공무원 사회에서 '영이 안 선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통상 정치권에선 40% 선이 무너지면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이 상실한 것으로 인식한다. 여기에다 경찰국 신설을 놓고 행정안전부에 항명(?)했던 경찰 조직은 세종시 행안부 청사 앞에서 삭발과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31개 경찰서 직협 관계자들은 이날 서영교 민주당 의원 등을 만나 "경찰 조직이 행안부 장관을 바라보고 일하게 되면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업무를 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해경과 국정원 등은 전 정권을 향해 칼을 겨누는 형국이 됐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공공기관을 개혁대상으로 규정하면서 적으로 돌렸다는 평가도 나왔다. 결국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이 기댈 수 있는 것은 심복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위시한 사정 정국밖에 없게 됐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의 상황 인식은 안일하기 짝이 없다는 지적을 받는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 데드크로스에 "(지지율은)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라며 "선거 운동을 하면서도 지지율은 유념치 않았다"고 치부한 바 있다. 여당과의 소통 대신 뒷짐만 진 채 검찰 출신에만 의존하는 행태를 고집한다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인사 문제와 관련해선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 중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 정도만 당내에서 윤 대통령과 의견을 교환한다는 얘기가 나돈다.
윤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과거 사적 인연에 변함없는 신뢰를 드러내면서 편협한 인사철학도 드러냈다. 친인척 채용 논란이 인 외가 6촌 동생을 "동지"로 표현하는가 하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순방에 동행해 논란이 된 민간인은 "대통령 부부와의 오랜 인연"이 작용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해명이었다. 여기에 부인 김건희 여사는 대통령실 내에서 사실상 금기어로 통하며, 제어하기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통상 대통령 취임 두 달이면 개혁과 변화에 날개를 달 때인데, 지금은 오히려 부정 여론이 60%를 차지하는 역대급 위기"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지지율 붕괴로 가장 먼저 여권 내부부터 분열되기 시작하는데, 공무원을 비롯해 정부에 대해 반발하는 이들이 늘어나면 사고가 생기기 마련"이라며 "이렇게 되면 '취임덕'이 생길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당 대표 징계'라는 사상 초유의 내홍에 빠진 국민의힘은 윤핵관 대 이준석 대표의 갈등 여진을 비롯해 뭍밑 권력투쟁이 치열하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매일 아침 출근길에 진행하던 약식회견(도어스테핑)도 중단했다. 잇단 대통령의 말 실수와 참모진 해명과정에서의 혼선 때문인지, 아니면 코로나19 때문인지 대통령실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뒷말이 무성했다. 대통령실은 최종 공지를 통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며 "대통령 공개 행사의 풀 취재를 가급적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대변인의 브리핑도 가급적 서면브리핑 중심으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대변인을 비롯한 대통령실의 브리핑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해명으로 혼선만 키우자, 이 자체를 막겠다는 의도로 읽혔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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