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7일 임명됐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의 출근 저지 투쟁에 막혀 회장실에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은행 노조는 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인 '산은 부산 이전'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데, 강 회장이 벌써부터 유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산은이 담당할 구조조정 업무가 산적한데, 조직을 보전하기 위한 출근 저지에 대한 비난 여론도 상당하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강석훈 회장은 지난 8일 첫 출근이 저지된 이후 지금까지 산업은행 본점으로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강 회장은 산은 인근 모처에 임시 사무실을 마련해 업무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노조가 강 회장의 출근을 반대하는 명분은 '부산 이전' 반대다. 강 회장은 "(산은 부산 이전을) 같이 논의하자"고 밝혔으나, 노조는 부산 이전 철회 약속을 받을 때까지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는 성명서를 통해 "금융 좀 안다는 사람이면 모두가 반대하는 본점 지방 이전을 추진할 낙하산의 출입을 결단코 막아낼 것"이라며 총력 투쟁을 예고한 바 있다.
조윤승 한국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회사의 CEO로서, 조직의 리더로서 '우리 직원들을 지키겠다'라는 의지를 좀 보여달라"며 "결국 보여달라는 것이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에 대해서 직원들의 의사를 청와대나 여당에 전달해 '직원들 삶을 지킬 수 있도록 내가 좀 노력해 보겠다'라는 정도의 의사표현을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적인 절차로 임명된 회장의 출근을 저지하는 행위를 두고 '업무방해'라는 비난 여론도 나온다. 출근 저지 투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산은 노조는 새 회장이 임명될 때마다 '낙하산 인사를 반대한다'는 명분으로 출근길을 막아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위나 구호 외치기 등은 노동법에서 보장이 돼 있는 만큼 노조 활동의 일환이라고 볼 순 있으나, 사측 입장에서는 엄밀히 보면 정상적인 절차로 임명된 신임 회장이 업무를 못하게 하고 있는 꼴이니 업무방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회장의 출근을 발목 잡고 조직을 보전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눈 앞에 놓인 기업 구조조정 과제가 수두룩하다. 유럽연합(EU) 반대로 현대중공업과의 인수합병이 무산된 대우조선해양부터 KDB생명 매각건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노조 입장에서는 사실상 과거 정부 인사가 낙하산으로 오는 것이 만족치 않은 것인데, 어느 정도 합의점은 찾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임명이 된 다음에 어느 정도 갈등은 있지만, 노조랑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불만사항, 신임 행장에게 바라는 점 등을 대화해 가며 접점을 찾을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진통은 예상되지만 종국에는 정상화되지 않을까하고 조심스레 예측한다"고 내다봤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산은 부산 이전을 반대하며 강석훈 신임 회장의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금융노조)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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