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공개한다'는 제목, 컴퓨터가 읽는 원고, '구독과 좋아요' 독려…
사람 목숨을 조회수에 이용하는 유튜버의 추태가 다시 시작됐다.
지난 22일 실종된 고등학생 김휘성 군이 28일 경기 성남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경찰은 타살을 의심할 만한 외상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후 유튜브 영상 제목에는 '용의자', '피해자', '부모 조사' 등 경찰 발표와 무관한 표현들이 나붙기 시작했다. 정작 영상을 틀면 신문 기사를 베껴 읽을 뿐, 별 다른 내용이 없다.
상식을 내세운 주장도 적지 않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문제집은 왜 샀고, 유서는 왜 남기지 않았냐고 따지는 식이다.
보건복지부의 '2018 자살실태조사'를 보면, 자살 시도자 1550명 가운데 유서가 없다는 비율이 86.3%로 압도적이다. 유서를 남긴 경우는 9.1%, 찢어버린 경우가 4.6%에 불과했다.
사람의 마음은 복잡하다. 같은 연구에서 죽고 싶었다는 대답은 47.7%, 죽고 싶지 않았다는 답변은 13.3%, 죽거나 살거나 상관없다고 생각한 사람은 39%였다. 삶을 끝낼 때의 감정도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계획하는 데 걸린 시간에 대해서도 '충동적이었다'는 답변이 54%로 가장 많았다. 극단적인 선택을 앞두고 평소와 같은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그럼에도 고인을 또다른 음모론과 엮어내려는 시도가 벌어지고 있다. 29일에는 한강에서 숨진 고 손정민 군의 아버지와 연관지은 제목마저 나타났다. 손 군 사망에 대한 음모론도 여전하다.
소설과 영화의 매력은 독특한 세계관이다. 팬들은 등장인물의 말과 시점을 근거로 '설정 충돌'을 지적한다. 시리즈 흐름이나 결말에 맞지 않아서다. 그러니 지적하는 사람은 틀릴 리가 없다.
음모론이 이렇게 만들어진다. 사람의 인생을 완성된 세계관에 가두니 자꾸만 설정이 충돌한다. 형사 사건에서 각종 자료와 법리를 검토한 판사가 한 줄 주문 때문에 조리돌림 당하는 일은 이제 현상이 아닌 문화가 되고 있다.
상식을 가장한 편견으로 망인의 인생을 소비하고, 억측과 공분으로 배 채우는 이들에게 '관심'이라는 먹이를 던져줘선 안 된다. 그 대가는 확증편향에 따른 소송 남발 같은 사회적 비용이다. 우리는 이미 가수 타블로의 스탠퍼드대 학력 위조를 주장한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를 겪었다.
이범종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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