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부동산 쏠림과 가계부채: 지금이 체질 개선의 기회다
2025-06-30 06:00:00 2025-06-30 06:00:00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시장 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6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36% 상승하며 20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이는 7년 만의 최대 주간 상승률이라는데 아직 정부는 뾰족한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최근 “부동산 대책은 중요하지만 일시적 시장 변동에 따라 즉각적 대책을 내놓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근시안적 대응 대신 국민 주거권 보호를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단 점에는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레버리지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 적극적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현재 국내 금융시스템 자금 흐름은 심각한 불균형 상태에 있다. 민간자금이 기술혁신이나 생산적 투자로 향하지 못하고, 부동산과 가계대출에 과도하게 집중되고 있다. 이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청년층 사이에서 “한국에는 GPT가 없고 APT만 있다”는 자조적 표현까지 나온단다. 미래를 여는 인공지능 기술 같은 건 없고, 사람들 관심과 돈이 아파트에만 몰리는 현실을 꼬집고 있다. 
 
이런 자금 쏠림은 단순한 시장 현상을 넘어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소비 위축과 투자 부진이 맞물리면서 경제 전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향후 부동산 금융과 가계부채 안정적 관리를 위해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가계 또는 부동산 부문에서 발생할 수 있는 편중 리스크와 시스템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금융회사에 완충자본을 부과하는 규제를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문별 경기 대응 완충자본은 경기 전반이 아닌 특정 부문에 자금이 과도하게 몰릴 경우 해당 부문에 한정해 자본비율을 높이도록 하는 제도이다. 즉 부동산 및 가계대출이 급증하면 금융당국이 그 부문에만 추가 자본을 쌓도록 은행에 요구하는 것이다. 한국은 2018년 정부가 도입 계획을 내놨지만 실제 도입은 아직 안 된 상태이다. IMF도 2020년 한국에 대해 가계부문 대출에 대한 부문별 경기대응 완충자본을 도입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부문별 시스템 리스크 완충자본 도입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는 특정 산업군이나 자산군 위험이 과도하게 커질 경우 해당 부문에 추가 자본을 적립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위험도가 높은 부문일수록 ‘맞춤형 안전벨트’를 강화하는 셈이다. 이 제도는 EU의 자본요건지침(CRD IV)에 따라 도입돼 이미 독일 스웨덴 노르웨이 등에서 시행된 바 있다. 과거 서브프라임 사태가 글로벌 위기로 확산된 사례를 떠올리면, 한국의 현 상황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주택담보대출 규제 비용을 높이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위험가중자산 산출 시 하한선을 상향 조정함으로써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에 자금을 과도하게 배분하는 유인을 억제할 수 있다. 실제로 홍콩과 스웨덴은 이미 위험가중치 하한선을 상향 조정한 바 있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과제는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 사각지대 해소다. 금융 업권별로 규제 체계가 다르기에 일률적 규제 적용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풍선효과를 예방하기 위해선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 비용을 금융권 전반에 걸쳐 일관되게 높여야 한다. 그래야 자금이 보다 생산적 부문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정책들은 단기적으로 금융기관 수익성에 일정 부분 부담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볼 때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높이고, 자금의 생산적 활용을 촉진하는 효과가 훨씬 크다. 과거의 금융 및 부동산 위기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지금이야말로 규제 체계를 재정비하고, 미래 성장 산업에 대한 자금 유입 경로를 확충해야 할 시점이다. 경제 체질을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다시 ‘부동산 불패’ 착각 속에서 성장의 기회를 허무하게 잃게 될 것이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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