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조사 한창인데…제주항공 참사 CVR 유출
KBS, 새떼 충돌 직전 발언 공개
전문가 "조사 방향성 바뀔 우려"
2025-05-21 15:57:25 2025-05-21 18:28:28
[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제주항공(089590) 여객기 참사 원인 규명이 한창인 가운데 사고 조사 독립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 기밀에 부쳐져야 할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 내용 일부가 언론에 공개됐습니다. 전문가들은 CVR 유출로 인해 조사 방향성이 바뀔 수 있다는 점 등을 우려하며, 이를 관리·감독하지 못한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는 항공기 사고 전후 조종석 내부의 대화를 녹음하는 장치다. CVR은 사고 정황 파악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며 사고 원인 규명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사진은 지난 1월 국토교통부가 제주항공 사고기에서 회수한 CVR. (사진=국토교통부)
 
KBS1TV ‘시사기획 창’은 지난 6일 제주항공 참사를 추적하는 <2216편 추적보고서 2부, 치즈의 경고 : 탑승객 생존 조건>을 보도하면서, 조종사의 음성이 담긴 CVR 내용 일부를 내레이션으로 재구성해 공개했습니다. 방송을 보면 조류 충돌 직전(오전 8시58분11초)에 조종사가 “새가 너무 많지만 최대한 붙이겠다”고 한 직후 조종사가 “도저히 안 되겠다. 복행한다”(오전 8시58분26초)는 말과 함께 새 떼 충돌이 이뤄진 정황이 담겼습니다. 
 
보도에 나온 두 시간대 CVR 기록은 앞선 1월 사조위가 공개한 예비 보고서에는 없던 내용들입니다. 이와 관련해 사조위 관계자는 “방송을 보고 CVR 내용 일부가 공개된 것을 알았다”면서 “사조위, 사조위 관계기관에서 흘러간 것은 아니다. 내부적으로 그 내용들이 어떻게 바깥으로 나갔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유출 자체만으로도 사고 조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항공사 한 기장은 “둔덕이 참사 원인으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공개된 조종사의 음성 등)이 공개되면, 누군가는 조종사 대처가 미흡했다고 문제 삼을 수 있다”면서 “이런 해석들이 여론에 영향을 미쳐 조사 초점이 흐려질까 우려된다”고 했습니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도 “최종 보고서가 나오기 전에 CVR 내용이 유출되는 것은 사고 원인 규명에 혼란을 줄 수 있다”면서 “해당 내용이 어떻게 유출됐는지를 파악하고, 그에 상응하는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유인호 유인호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사조위의 조사 과정 중에 CVR 내용이 외부에 유출됐다면 이는 사조위의 정보 보호 내지 기밀 유지 관리 부실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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