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후에도 외부 안전진단 없었다
투 엔진 셧다운 원인으로 지목돼
빠듯한 정비 시간 줄곧 도마위에
“대한항공처럼 선제적 진단 필요”
2025-05-13 15:36:34 2025-05-13 16:28:13
[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제주항공(089590) 여객기 참사가 벌어진 지 반년을 앞둔 시점에서도 제주항공은 정비, 운항, 객실 등 안전 관련한 전 영역에 대해 외부 기관으로부터 총체적 안전진단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괌 추락 사고로 228명의 사망자를 낸 대한항공(003490)이 사고 원인 규명 전에 선제적 안전진단을 받은 사례와 비교할 때 미흡한 사후 대처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 1월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를 충돌한 제주항공 사고기의 꼬리 부분이 인양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2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제주항공은 참사 이후 외부 기관으로부터 안전에 대한 전반적인 진단을 받거나 받을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외부 기관 등으로부터 안전진단을 받을 계획이 아직 없다”며 “자세한 이유에 대해서는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이는 괌 추락 사고가 난 뒤 대한항공이 행한 후속 조치와 비교됩니다. 괌 추락 사고는 1997년 8월6일 김포발 괌행 대한항공 KE801편이 착륙 중 추락하면서 228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입니다. 우리나라 항공사 사건·사고 중에서 격추와 테러를 제외하면 인명 피해가 가장 큰 사건입니다. 제주항공 참사는 역대 두 번째입니다.
 
대한항공이 미국 비영리단체 항공안전재단(FSF)에 안전진단을 의뢰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운항 조직을 전면 개편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총 9개월이었습니다. 대한항공이 사고 원인이 규명되기도 전에 수십억원대의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조직 진단에 나선 건, 사고기를 몬 조종사들의 조종 미숙 등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기 때문입니다. 
 
제주항공의 경우에는 버드스트라이크(새 떼 충돌) 직후 투 엔진이 셧다운되면서 랜딩기어(착륙 장치)가 내려오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사고기는 브레이크 없이 활주로에 비상착륙했습니다.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것을 두고 사고 여객기의 무리한 운항 스케줄과 이로 인한 정비 소홀이 문제가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바 있습니다.
 
실제로 사고 전날인 지난해 사고기는 12월28일 하루에만 나가사키, 타이페이, 방콕, 코타키나발루 등 총 4개 노선을 운항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승객 탑승과 급유 등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 정비가 이뤄졌는데, 그 시간이 불과 30분 안팎으로 드러났습니다. 정비 인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올 상반기 38명, 하반기 27명의 정비사를 신규 채용해 정비 인력을 늘리겠다고 밝힌 것이 전부입니다.
 
전문가들은 대한항공의 선례를 비춰볼 때 제주항공도 진단 필요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김광옥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한항공의 안전진단 의뢰는 소비자들의 신뢰 회복을 앞당긴 책임 있는 조치였다”며 “제주항공도 투명성 확보와 구조적인 점검 차원에서 FSF과 같은 국제적인 공식 기관으로부터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도 “FSF 진단을 통해 객관적인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