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K-배터리 3사가 전기차 시장 침체 장기화로 실적 악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올해 1분기 차입금 규모를 지난해 말과 비교해 7조원 가까이 늘리는 등 ‘포스트 캐즘’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기차에 대한 일시적 수요 정체가 끝나면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서 기술 경쟁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19일
LG에너지솔루션(373220)·
삼성SDI(006400)·SK온의 분기보고서를 종합한 결과, 배터리 3사의 올해 1분기 차입금은 지난해 말(42조5681억원)에 비해 16.5% 늘어난 49조6187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3개월 만에 차입금이 7조원 이상 늘어난 것입니다.
3사 중에서 차입금 규모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SK온이었습니다. SK온의 차입금은 지난해 말 15조5997억원에서 1분기 만에 5조원 가까이 늘어난 20조390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SK온은 “미국 에너지부의 ‘첨단기술차량제조(ATVM) 프로그램’에 따른 정부 대여금이 6조3304억원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ATVM 프로그램은 미 에너지부가 2007년 에너지독립안보법에 따라 설계한 완성차업체의 친환경 자동차 사업에 대한 금융 지원입니다.
SK온은 차입금으로 북미·유럽 등 해외 증설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포드와 합작법인(JV)인 블루오벌SK를 통해 켄터키 1·2공장과 테네시 공장 등 총 3개 공장을 미국에 짓고 있고 현대차그룹과 공동 투자한 조지아주 배터리 합작공장 역시 내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건설이 한창입니다.
원화 회사채 1조6000억원 등을 통해 1분기 차입금 2조2220억원을 조달한 LG에너지솔루션은, 미 자동차 회사 스텔란티스와 합작해 건설하고 있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배터리 공장 등 북미 생산시설 투자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삼성SDI는 1분기 377억원 수준으로 차입금 증가 폭이 가장 작았지만, 추가 자금 확보를 위해 이날 1조6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습니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은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한 미 인디애나 공장 건설과 헝가리 공장 생산능력 확대, 전고체 배터리 시설 투자 등에 활용한다는 방침입니다.
이처럼 배터리 3사가 차입금을 늘려 시설 투자와 연구개발(R&D)에 나서는 배경에는, 전 세계적으로 AI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ESS 시장이 새로운 수주 경쟁 분야로 부상하고 있고, 3년 후 자율주행 레벨4 등의 본격적인 시장 진입이 예상되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ESS용 배터리 시장은 올해 300GWh(기가와트시)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이후 연평균 7.7%의 성장률을 기록해 2035년엔 610GWh 이상으로 확대가 예상됩니다. 올해 1분기 3사의 R&D 비용은 총 742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사 R&D 합산 비용(6611억원)보다 12.3% 증가했습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캐즘이 해소될 것으로 점쳐지는 2028~2029년부터는 AI 데이터센터 가동과 함께 ESS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자율주행 레벨4 기술도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것”이라며 “이에 대비해 배터리 업계가 차입금을 늘려 시설투자와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